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열려, 美 “매우 만족”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은 한·일 외교차관…왜
일본·북한이라는 변수는 아직도 남아 있는 상태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이라는 새로운 변수 등장

종전선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여러 가지 난관을 헤쳐 나가야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임기말에 추진하고자 하는 종전선언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길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호응을 해올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치상황 역시 넘어야 할 숙제다. 종전선언으로 가는 길이 상당히 험난할 뿐만 아니라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기 때문에 쉬운 길이 결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인근에서 공동 식수를 마치고 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열렸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논의가 만족스럽다고 발언했다.

셔먼 부장관은 “미국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파트너국가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두고 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협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향한 대화의지도 천명했다. 셔먼 부장관은 “우리는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약속을 논의했다”며 “공개적으로 말해왔듯 미국은 북한을 향해 적대적 의도를 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영구적인 평화 수립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교와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미국은 종전선언 문구를 위한 협의를 해왔다. 그리고 이제 일본까지 배석한 한미일 외교차관이 논의를 했다는 것은 종전선언에 상당한 진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난관이 있다.

일본의 난색

그것은 일본이다. 이날 협의회 뒤 기자회견에는 정작 한국과 일본 차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입장 표명을 했다.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내각 출범 이후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동에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면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날 협의회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차관이 배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일 간 종전선언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관계 혹은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에서 사사건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을 가질 당시 일본이 미국 정가에게 북한은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면서 하노이 회담 결렬을 위해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서도 일본의 입장은 부정적이라는 것이 명확하다. 또한 김창룡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일본이 항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위한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이유로 협의회 뒤 열린 기자회견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교차관이 배석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설득도 필요하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 일본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 때문에 간극이 상당히 벌어져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 설득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북한의 태도

또 다른 난관은 북한의 태도다. 우리 정부와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해 합의를 하고 나면 그 합의문을 갖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은 확고하다.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계속해서 자신들은 북한에 대해 적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미국의 이런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셔먼 부장관은 “우리는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의 약속을 논의했다”며 “공개적으로 말해왔듯 미국은 북한을 향해 적대적 의도를 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발언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적대적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그것은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훈련 폐기가 아니냐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미국으로서도 주한미군은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도 있기 때문에 쉽게 철수할 수 없다. 이는 한미연합훈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북한이 계속해서 미국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겠다고 나선다면 종전선언 논의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고 판단된다. 종전선언이 논의가 된다면 우리나라와 미국이 합의를 했던 문구의 일부 수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것은 북한으로서는 종전선언에 따른 체제 안전 보장 등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역신 난관 중 하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종전선언 당사국들이 모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방문을 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간 후 평양에서 김정은 총비서를 태우고 베이징으로 향하는 시나리오도 나돌았다. 그만큼 베이징올림픽이 주는 정치적 메시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 정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수단은 보내되 개막식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관료들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전선언 당사국들이 한 곳에 모여 종전선언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 정가 곳곳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올림픽 보이콧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료가 베이징에 가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국내 정치상황

또 다른 난관으로는 국내 정치 상황이 꼽힌다. 2022년 대선이 3월에 있기 때문에 종전선언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도 있다. 야당에서는 당장 종전선언 추진은 결국 여당 후보 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이면서 북풍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야당에서는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이 비핵화 추진을 해야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면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년 대선 정국과 맞물려 종전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나 북한으로서도 만약 우리나라가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된다면 종전선언에 대한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매우 높다. 즉, 종전선언을 계승할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서거나 종전선언에 난색을 표하는 정부가 들어서는지 여부가 확실해져야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북한으로서도 우리의 정치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결국 종전선언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상황이 안정돼야 하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내년 대선은 양자 대결로 가기 때문에 대선 당일에도 누가 당선될지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종전선언은 추진하고 있다. 내년 2월 동계올림픽에서 할 수 없다면 새로운 정부의 인수위 시기인 3~4월 사이에 종전선언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새로운 정부의 대통령도 함께 배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게 해야 종전선언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종전선언을 놓고 우리 정부, 미국, 일본, 중국, 북한 등 주변국의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치적 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전선언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분위기다. 종전선언을 한 후 비핵화 대화를 추진하고, 그리고 평화협정까지 맺어지는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겨울은 종전선언 논의 때문에 상당히 후끈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