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구 “주차장법 위반 여부 이달 중 결론”…홈플러스 “조사에 적극 협조”
택시 운전자 유가족, “마트가 허술한 외벽 방관해” 청와대 국민청원 제기
전문가 “주차장 건물, 안전사고에 취약…사회환경 반영한 기준 만들어야”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시 연제구 홈플러스 연산점 5층 주차장에서 택시가 벽면을 뚫고 도로로 추락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들을 덮쳤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시 연제구 홈플러스 연산점 5층 주차장에서 택시가 벽면을 뚫고 도로로 추락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들을 덮쳤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부산 홈플러스 주자창 추락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주차장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외부 주차장 건물의 안전조치 강화를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홈플러스 연산점 5층 주차장에서 일어난 택시 추락사고 당시 사고차량의 속도는 시속 70㎞에 달했던 걸로 알려졌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택시 타코미터 기록과 폐쇄회로TV 영상 분석을 종합해 정확한 사고 당시 속도를 추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사망한 택시기사의 약물 감정 역시 진행 중이다. 

이 주차장에선 5층에서 택시가 외벽을 뚫고 20m 아래 도로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택시 운전자는 사망하고 운전자 5명, 보행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한 택시 운전자 유가족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주차장 외벽의 부실함이 이번 사고의 주원인으로 여겨진다”라며 주차장법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유가족은 청원글에서 “허술한 주차장 벽 내부는 안전을 위한 벽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이용객들의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마트는 이를 방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차장법을 강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이번 사고와 관련돼 피해를 입은 분들께 깊은 미안함을 느끼며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하루 속히 주차장법이 개정되길 청원한다”고 밝혔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는 2층 이상의 건축물식 주차장은 2톤 차량이 시속 20㎞의 주행 속도로 정면충돌하는 경우에 견딜 수 있는 강도의 구조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연제구청이 해당 주차장에 대해 주차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을 내리면 홈플러스도 사고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할 지자체인 부산시 연제구에 의하면 해당 사고가 일어난 주차장 건물에 대해선 추락방지 안전시설 설치 유무를 가릴 구조안전진단이 진행되고 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2층 이상의 건축물식 주차장은 추락방지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연제구는 이달 내로 해당 주차장의 안전설비에 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계획이다. 연제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사고가 난 주차장에 대해선 즉시 4~6층 전체에 방호조치를 지시했다”라며 “현장을 확인했을 때엔 별도의 펜스나 방호 울타리가 없었다. 안전조치가 안 됐다고 볼 수 있는데 홈플러스는 주차장 외벽이 충분히 버틸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객관적 입증이 필요해 제3의 공인된 안전진단기관에 구조안전진단을 의뢰한 상태”라며 “진단 결과와 경찰 조사 결과를 참고해 이달 중으로 주차장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법령 위반이 확정돼 행정처분을 내려야 된다면 이용중지명령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이번 경우엔 250만원 상당의 과징금 부과에 해당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드린다”라며 “현재 사고 현장은 직원들의 상주 하에 통제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현장은 정확한 구조안전진단을 통해 안전한 방법을 파악한 뒤 복구할 예정이다”라며 “택시 운전자 유가족들의 얘기를 조심스럽게 듣고 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경찰과 지자체가 조사하고 있으며 당사는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난 주차장뿐 아니라 도심 내 주차장 건물들이 사고에 취약한 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충남도립대학교 건설안전방재학과 전승곤 교수는 “일단 사고가 난 주차장이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나오는 기준을 충족했을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가운데가 뚫려있는 콘크리트 블록이라면 벽이 압력을 버티기 어렵다”고 봤다. 전 교수는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벽에 범퍼 역할을 하는 가드를 설치하거나 시공할 때부터 벽의 1~1.5m 높이까지는 철근이나 강섬유가 보강된 콘크리트로 보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주차장 시설물을 포함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라며 “도심 과밀화로 주차장 건물이 많아지고 자동차 성능이 개선된 사회적 환경을 반영해 주차장 건물 안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주차장 건물이 좁은 공간이어서 보강이 쉽지 않고 지자체가 주차장마다 안전을 검증할 수단도 확보하지 못해 당장은 명확한 대응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라면서 “새로짓는 주차장부터라도 더 안전한 기준으로 강화되도록 전반적인 법체제 틀을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측면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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