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의견 적극 수렴하는 ‘열린행정’ 펴겠다
‘섬세한 공약’으로 첫 여성 강북구청장 당선
‘천당과 지옥’오간 끝에 ‘4전5기 신화’ 일궈
개표 완료 직전까지 피 말리는 접전 이어져

이순희 강북구청장 ⓒ투데이신문
이순희 강북구청장 ⓒ투데이신문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 전, <투데이신문>은 현역 구청장이 출마할 수 없는 서울 지역 3선 연임 제한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유력 후보들을 만나 [격전지 인터뷰]를 진행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희비가 갈렸고, 각 지역 신임 구청장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 이행을 위해 당선 즉시 인수위원회를 꾸리며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에 깃발을 꽂은 ‘초선 단체장’들은 어떤 각오로 구정에 임할까. 그동안 밝혀온 구정 운영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고, 향후 4년 동안 펼치고자하는 행정집행 철학은 무엇일까.

당선자들을 만났다.

◆새벽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승리...220표 싸움에 승부 갈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서울 강북구는 [격전지 인터뷰] 여덟 곳 중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이 구정운영권을 사수(死守)한 지역이다. 그러나 표 차이는 439표(0.33%)에 불과했다. 개표율 99%에 이를 때까지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피 말리는 접전이 이어졌다.

결국, 선거 다음날 오전 4시를 넘기며 개표가 사실상 완료된 시점(99.94%)에 가서야 판가름이 났다. 자택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이순희(61) 후보도 개표가 완료된 이후 선거사무소를 찾아 지지자들과 승리를 자축했다.

‘220표’를 두고 다툰 초박빙 승부 끝에 승리한 이 후보는 당초 ‘전략공천’으로 인해 예비후보 단계에서 컷오프 되면서 당내 경선조차 치르지 못했었다. 그러나 당이 강북구를 ‘여성전략지역’으로 결정하면서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때까지 ‘지옥과 천당’을 오간 이 당선자는, 지난 8일 인수위를 출범시키며 4년간의 민선8기 강북구정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들어갔다.

선거운동기간, 주민들로부터 ‘여성의 섬세함으로 살림을 꾸리듯, 구정을 이끌어 달라’는 얘길 많이 들었다는 이 당선자는 “강북 발전의 숙원을 담은 구민들의 염원을 생각하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한다.

‘4전5기’ 신화를 쓰며 네 번째 도전 끝에 구청장직에 오른 이 당선자는, 당선확정 직후 “오늘의 승리는 지금까지 저를 지켜봐주신 강북구민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민에게 진정한 힘이 되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구민이 힘들어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주민과 항상 함께하겠다”는 이 당선자를 선거 16일 만에 인수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순희 강북구청장 ⓒ투데이신문
이순희 강북구청장 ⓒ투데이신문

◆꼼꼼하게 가다듬은 공약, 유권자 선택에 영향 준 듯

-4수 끝에 당선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제가 지역에서 시·구의원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주로 중앙정치 쪽에서 활동하다보니, 이번 선거 때도 ‘이순희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들이 참 많았다. 파란색 옷을 입고 명함을 건네면 선거운동원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하. 그런데, 유권자들에겐 오히려 그게 더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기존 정치(인)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도 있다 보니, ‘신인’처럼 보이는 제가 좀 다르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던 것 같고. 또 네 번째 출마하다보니,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신 분들은 저를 특별하게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의 지지가 좋은 결실로 맺어진 것 같다.”

-첫 여성 강북구청장인데, 주민 기대도 이전과 좀 다를 것 같다.

“첫 여성구청장 당선 의미는 ‘따뜻한 엄마의 손길’, ‘섬세함’ 같은 장점을 잘 살려서 구민을 챙기고 강북을 새롭게 만들라는 ‘엄중함’이라고 생각한다. 구민들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다. 그동안 낙후되고 뒤쳐진 강북구의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

-0.33%의 초박빙 승부였다. 승리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 선거를 위해 꼼꼼하게 준비한 공약이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강북구의 시·구의원 후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면서 ‘맞춤 정책’을 어떻게 준비해서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건지, 지역별 공약은 또 어떤 걸로 할 것인지 등을 동 단위별로 아주 세밀하게 다듬었다. 이렇게 지역단위 현안을 세심하게 챙기겠다는 내용(공보물)이 가정으로 전달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선거기간 중 많이 느꼈다. 지하철이나 시장에서 만나는 유권자들이 ‘이러 이러한 공약이 있더라’는 얘길 많이 해주셨다. 주민들이 후보들의 공약을 얼마나 세세하게 들여다보는지 새삼 깨달았다.”

-유권자 투표 의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맞다. 아주 자세하게 살핀다. 특히, 강북구는 재개발재건축 열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엄청 높기 때문에 그런 면이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으면 도시가 소멸될 수도 있겠다’는 절박감 같은 게 주민들 마음속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구단위’나 ‘동아리’ 등과 같은 단체별 정책협약도 많이 했다. 그만큼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 열망이 끓어오르다 못해 넘치고 있다는 거다. 강북구에 산다는 이유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져 이사를 가고 싶다는 주민이 있을 정도니까. 이번 선거는 그런 면을 고려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급 공무원들과도 함께 밥 먹으며 소통할 것

-인수위원회가 활동 중인데, 어떤 현안을 확인했나.

“가장 먼저, 공약으로 내세운 ‘구청장 직속 재개발재건축 지원단’ 설치를 준비해달라고 인수위에 주문했다. 임기 시작 즉시 이 사안을 우선적으로 챙길 것이다. 또 업무보고를 통해 확인한 일부 정책은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보류시켜야하는 건들이 좀 있었다. 특히, 도시개발계획 관련 정책은 서울시와 강북구 공약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공조해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약간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시급한 현안은 어떤 게 있나.

“당연히 재개발재건축 문제다. 신청지역이 확인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서류가 들어온 게 60여 건으로 알고 있었는데, 현재 80건이 넘는 것으로 나온다. 취임 즉시 지원단부터 설치할 예정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급하고 복잡하다. 이런 걸 풀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고도제한 문제인데, 오세훈 시장이 ‘모아주택’ 관련해서 조건 없이 15층까지 풀겠다고 얘기한 것 같다. 조만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강북지역은 북한산 국립공원 때문에 한계가 있는 지역이 상당한데, 인접지역 아닌 곳은 해결 가능한 곳도 있으니 이런 데부터 해결해나가야 한다. 지원단이 설치되면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모아타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강북구 번동 내 주거지. [사진제공=뉴시스]
‘모아타운’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강북구 번동 내 주거지. [사진제공=뉴시스]

서울시는 최근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모아주택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최고 50층까지 건립이 가능하도록 심의기준을 개선했다. 현재 최고 15층으로 돼 있는 층수 제한을 하반기 조례 개정을 통해 폐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까지, 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까지 건립할 수 있게 된다. 현재 ‘2040 서울플랜’에서 추진 중인 ‘35층 룰’이 폐지되면 3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최고 50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지난 4월 통합심의를 통과한 모아타운 1호 사업지구인 강북구 번동은 다가구와 다세대 주택 밀집지에서 도서관과 문화·운동시설을 포함하는 최고 35층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됐다. 시는 지난해 이 지역 조합과 협의해 해당 지역을 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했다.

-30만 구민의 대표가 됐다. 구정 운영 방향과 원칙은 뭔가.

“‘열린 행정’을 펼 생각이다. 탁상공론이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할 것이다. 정책대상자인 주민을 제외시키고 관료적으로 밀어붙이면 항상 문제가 생긴다. 협의를 통한 의견수렴 과정을 간과하면 사단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민은 항상 관료 위에, 정치인들 머리 꼭대기에 있다. 다만, 관에서 볼 때 주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도 설득하고 협의과정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 또 강북구엔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활성화돼 있다. 공무원들과 함께 구민 속으로 들어가는 ‘소통의 구청장’이 되겠다.”

-‘열린 행정’을 위해선 구청 공무원들과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다.

“그래서 취임하면, 팀이나 과(課) 단위 공무원들과 함께 밥도 먹으면서 많은 얘길 들어볼 생각이다. 직원들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야 열린 행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급공무원들과도 항상 소통하겠다는 마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강북구의 공직분위기도 좀 더 능동적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구민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지역발전을 위한 강북구민의 열망과 염원은 현재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하다. 이런 목소리를 듣고 담아내기 위해 주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해결해야하는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1400명의 강북구 공무원들과 함께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 제 선거 슬로건이 ‘힘이 되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더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낮아진 구민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주민과의 동행을 통해 진정으로 힘이 되는 구청장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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