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선정 2022년 키워드 TOP8
올 한 해 이슈…청년의 눈으로 꼽아보니
울고 웃는 ‘시간’과 ‘얼굴’을 마주하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 사진편집 투데이신문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 사진편집 투데이신문

한 해를 밑줄 긋다. [2022 형광펜]

【투데이신문 박세진·박효령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2년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도 우린 전염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긴 기다림 끝에 따스한 햇살과도 같은 희망을 마주했다. 하지만 봄을 앞둔 우리에게 소중한 생명들을 잃는 아픔도 찾아왔다. 이처럼 우리는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울고 웃었다. 그렇다면 투데이신문 20대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올해 대한민국의 시간은 어땠을까.

올해에는 지난 2020년 이후 3년 만에 재개된 각종 공연, 행사부터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까지 찾아왔다. 또한 굳게 닫혀 있던 하늘길이 열려, 사람들은 먼지 쌓인 캐리어들을 닦고 하나둘씩 공항을 찾았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꽁꽁 얼어붙기도 했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위축됐고, 화물·철도 등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사회와 갈등했다. 여전히 익명성을 내세운 사건들이 발생했고,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들의 슬픔을 보듬어주지 못했다. 또한 SNS에 일상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시간’들을 마주한 2022년의 끝을 앞두고, <투데이신문>은 올 한 해를 채운 시간들을 꼽아 밑줄을 그어봤다. 그 결과 만들어진 올해의 키워드는 ‘페이스 타임(Face Time)’이다. △이어진 팬데믹으로 인해 여전히 가려진 얼굴을 봐야 했던 시간 △희로애락이 교차한 올해와 마주했던 우리들의 시간 △앞으로 밝은 얼굴·새해와 마주하길 바라는 희망의 의미가 내포됐다.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후반전 한국 황희찬이 역전골을 터뜨린 후 손흥민 등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br>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후반전 한국 황희찬이 역전골을 터뜨린 후 손흥민 등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F estival - 겨울에 찾아온 뜨거운 지구촌  ‘축제’ 월드컵

지구촌 축제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개막됐다. 지난 11월 21일부터 12월 19일간 진행된 이번 월드컵에선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호주가 전통의 강호들을 제물 삼아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3개국이 처음으로 FIFA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쓰면서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2 카타르 월드컵 누적 시청자수가 1억2000만명을 웃도는 등 이번 월드컵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또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과 그룹 방탄소년탄(BTS)의 정국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카타르월드컵 랭킹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존재감을 띈 인물로 거론되거나, FIFA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한 페이지에 게시되는 등 카타르 월드컵을 빛냈다. 다만, 전 세계인을 들썩이게 만든 잔치가 끝난 자리에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월드컵은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이 강한 전제 군주국인 카타르가 개최국이 되자, 성 소수자 탄압, 이주노동자 착취, 환경 오염 문제 등 대회가 치러지는 내내 명암이 뒤따랐다.

논란이 된 위문 편지 중 하나 [사진출처=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A nonymity  - 위문편지와 교원평가 논란…‘익명성’의 독

올해는 서울의 한 여고에서 작성된 군부대 위문편지가 논란이 돼 위문편지 강요 문화를 폐지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수십 년 전에 없어진 위문편지 강요 문화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건 굉장히 구태적인 일이고 즉각 폐지돼야 할 일이라는 것. 위문편지 강요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 1월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위문편지 내용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올라오면서다. 일부 학생이 편지에 군장병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주장이었다. 익명성을 앞세워 타인을 비방하는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서술식 문항에 여교사에 대한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남긴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교사 6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10명 중 3명(30.8%)은 교원평가에서 학생이 자유롭게 평가를 남기는 ‘자유 서술식 문항’으로 인격 모독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원단체 등에서 교원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는데, 교육부는 “필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nbsp;재한우크라이나인들이 2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러시아 규탄 및 전쟁 중단 촉구 집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재한우크라이나인들이 2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러시아 규탄 및 전쟁 중단 촉구 집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C onflict  - 반복 되지 말아야 할 ‘갈등’…러-우 전쟁

지난 2월 24일 러시아는 현지 오전 4시에 우크라이나 북쪽과 남쪽, 동쪽 3방향에서 대대적인 침공을 개시했다. 단기간 내에 러시아 승리로 끝날 것이란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우크라이나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전쟁은 어느덧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의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피해도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현재 집계되는 해외 피란민만 800만명에 달하며 양측 모두 희생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여름 7500억달러로 추산됐던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양국간 긴장이 지속되면서 핵무기 사용 위협, 자포리자 원전 사고 우려, 글로벌 식량 위기도 가중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1일 개전 후 처음으로 전격 방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포함한 18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얻어냈다. 이에 맞서 같은 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러시아는 2023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며 군사 철수는 불가능하고 양국간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시민이 구인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서 시민이 구인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E nter the workforce  - 얼어 붙은 ‘고용시장’…내년도 춥다

올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올 하반기 들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대표적 경기 후행지표로 꼽히는 고용지표에도 점차 반영된 까닭이다. 대부분의 전망 기관이 내년 우리나라의 1%대 성장을 점친 가운데, 고물가 상황까지 겹쳐 내년에도 고용 상황이 장기 한파를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5000명 줄었고 40대도 6000명 감소했다. 30대와 50대 취업자는 각각 6만6000명, 9만2000명 늘었지만 60세 이상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지 않다. 정부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고령층을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답했지만, 청년층의 취업난은 앞으로도 제자리걸음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정부는 내년 예산에 반영된 일자리 창출 지원, 취약계층 안전망 강화 사업 등을 경우에 따라 조기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T ravel  - 다시 열린 하늘 길

지난 4월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대응 체계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약 2년 1개월, 757일 만에 전면 해제됐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끝났다. 해외여행의 발목을 잡았던 규제가 하나둘씩 풀어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입국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은 점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는 지난 4일 인천공항 이용객이 11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출발 5만4191명, 도착 5만5949명 등 11만140명(잠정)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인천공항 이용객이 11만명을 넘은 것은 코로나19가 심화되기 전인 지난 2020년 2월 17일 이후 1021일 만이다. 3년 만에 다시 열린 하늘길에 침체됐던 항공, 관광, 여행 등 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지난 12일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수 3000만명, 관광수입 300억 달러(약 39조원) 달성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12일째였던 지난 12월 5일 오전 광주 북구 양산동 코카콜라 광주공장 앞에서 노조원들이 안전운임제 확대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화물연대 총파업 12일째였던 지난 12월 5일 오전 광주 북구 양산동 코카콜라 광주공장 앞에서 노조원들이 안전운임제 확대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있다. [사진제공=뉴시스]

I mpact  - 충돌의 영향

올해는 화물, 철도 등 노조들의 파업이 두드러진 해였다. 지난 6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정부에 △일몰제 폐지 △지입제 폐지 △안전운임제 전차종·전품목 확대 등을 촉구했고, 양측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논의 끝에 안전운임제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타결했다. 화물연대는 8일 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화물연대는 다시 한번 무기한 총파업이라는 칼을 꺼내 들었다. 이에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고, 화물연대는 노조 투표 끝에 파업 15일 만에 전격 철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야당은 ‘군사작전, 비정한 정부’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국제노동기구(ILO)가 개입하는 등 여러 충돌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24일 철도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와 함께 파업을 예고하고 공동으로 준법운행을 벌여왔으나 길고 긴 노사 합의 끝에 파업을 철회했다. 더불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등도 파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파업이라는 카드를 사용했지만, 그 영향으로 일부 시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지난 6월 실종됐던 조양과 부모가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승용차량이 한달여만에 바다에서 발견돼 인양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6월 실종됐던 조양과 부모가 탑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승용차량이 한달여만에 바다에서 발견돼 인양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M iss - 사회가 놓쳐버린 가족

코로나19 여파, 물가 상승 등으로 시민들은 경제 난(難)에 직면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30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어머니 A씨가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아파트를 찾아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A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는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 딸을 홀로 38년간 돌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몇 개월 전 딸이 대장암 3기 판정까지 받았고 이에 A씨는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라는 생각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에는 제주도로 교외체험학습을 가겠단 조모양이 종료일인 15일이 지났음에도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학교 측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신고 6일 만에 전남 완도 신지면 앞바다에서 조양 가족의 시신과 승용차를 발견했다. 이외에도 지난 8월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세모녀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며, 지난 11월 인천의 한 빌라에서 일가족 중 10대 형제가 숨지고, 40대 부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렇듯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일가족이 함께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가구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위기 정보’를 늘려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 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10월 1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포털사이트 다음과 카카오톡 사용이 일시중단 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E veryday life -127시간 30분동안 멈춰버린 일상

지난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쇼핑, 검색, 뉴스 서비스 등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장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약 ‘127시간 30분’ 동안 시민들은 연락부터 업무, 결제 등 일상 생활이 멈추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당시 카카오 측은 일명 ‘먹통 사태’의 원인으로 미흡했던 이중화 조치와 위기에 대응할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지목했다. 이에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해당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카카오 측은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IT 엔지니어링 전문가 조직을 구성하고 재해복구 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SK·네이버·카카오 측은 약 400억원가량의 유료 피해보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 접수된 피해 사례가 10만건을 뛰어넘는 것으로 집계돼 보상액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카카오 먹통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번 법 통과로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집적정보통신시설(데이터센터)과 부가통신사업자(온라인 서비스 사업자)를 정부의 재난관리 계획에 포함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방송통신서비스의 긴급복구를 위한 정보체계의 구성과 서버 등의 분산 및 다중화 등 물리적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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