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국위 열어 의결 처리
유승민·안철수 등 강력 반발
비윤계 의원 중심 반발 확산
“총재 시절 퇴행...막아달라”

지난달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12주년 전투영웅 추모 및 전승기념식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12주년 전투영웅 추모 및 전승기념식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가 19일 차기 당대표를 ‘당원투표 100%’로 선출하는 룰 개정을 강행하자 유승민 전 의원과 당내 비윤계 의원들은 물론, 안철수 의원까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내년 3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고 있는 현행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규정을 ‘당원투표 100%’로 개정해 선출하겠다고 결정했다.

또 당 대표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을 경우,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시 투표하는 ‘결선 투표제’도 도입키로 했다. 아울러 대선 경선 등 공직선거 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역선택 방지조항’ 의무 규정도 마련했다.

그러나 비대위 이날 조치에 대해 당권주자들은 물론, 당내 비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확산되면서 파열음이 거세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유승민·안철수 등 당권주자들 ‘룰 개정’ 비판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 선호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유 전 의원은 비대위의 전대 룰 조치에 대해 “권력의 폭주”라며 강력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은 룰 개정이 자신에 대한 견제와 ‘솎아내기’로 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KBS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축구하다 골대 옮기면 안 된다고 했는데 골대를 옮겼다”며 “유승민 한 사람 잡으려고 대통령과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든다. 권력의 폭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가 이렇게 되면 막장드라마 비슷하게 가지 않느냐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무시하고 배제하고 민심을 싫어하는 그런 마인드로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비대위 결정을 보고, 저 결정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오늘 비대위에서 이 결정을 내린 분들은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 투표 100%가 낫다’고 발언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경선 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비판했었다.

당권에 도전하는 안철수 의원도 “당대표를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 선거가 아니지 않으냐”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7 대 3 룰이) 역사가 있는 당헌이고 헌법”이라며 “18년 동안 유지한 이유가 있는데 자칫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대통령께 부담이 될 수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헌 개정 반대가) 제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데이터를 보면 알 것”이라며 “저는 당내에서 누가 나와도 저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또 다른 당권 도전자인 윤상현 의원 역시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깝다”며 “제가 룰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제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니다. 절박한 수도권 의원으로서 총선 승리를 위한 유불리만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아직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절차가 남아 있으니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당부했다.

허은아(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자신의 ‘정치를 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은아(오른쪽)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자신의 ‘정치를 디자인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재 시절로 퇴행”...비윤계 반발 심화

김웅 의원은 경선룰 개정 방침이 확정된 직후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참패 뒤 의원들이 ‘저희들이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 꿇고 국민 앞에 사과하는 모습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러면서 “2024년 4월에 또 이럴 건가요? 그때 가서 국민 뜻을 존중하겠다고 읍소한들 한 번 배신당한 국민이 돌아올까”라며 “환대는 물에 새기지만, 천대는 돌에 새긴다. 국민을 버리고 권력에 영합한 오늘을 국민은 기억할 것”이라는 비판의 글을 적었다.

허은아 의원은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계파 정치의 고착화”라며 “모든 후보자들은 투표권이 있는 당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당협위원장을 줄 세우기 하려는 강력한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원 100% 전당대회 룰,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과 무관한 당 대표를 뽑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18년 이전 총재 시절로 당이 퇴행하는 것을, 당원 여러분께서 막아달라”고 덧붙였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윤핵관들에게 묻는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총선 승리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아니면 ‘나의 공천 사수’에만 관심이 있으십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명분을 내세워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며 자멸했던 더불어민주당을 반면교사 삼아 보다 합리적 논의를 나누지는 못할망정, 똑같이 수렁으로 빠지려는 듯한 당의 모습에 상실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혹시 말로는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지만, 내심 당권을 장악하고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수월하게 공천을 받아 일단 나만 배지를 달면 된다는 흑심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당헌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당헌 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대위, 룰 개정 주중 마무리 강행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전체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 개정안과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개정안을 비대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해 상임전국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당 기획조정국으로부터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변경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보고받고 이를 상정했다.

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후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한마음이 돼야 한다”며 “비대위는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대표는 당원이 뽑는 것”이라며 “정당은 이념과 철학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 획득과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목적으로 모인 집합체다. 이 원칙을 부정하거나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는 투표를 대체할 수 없다”며 “투표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행위이지만 여론조사는 조사자의 질문에 단순히 응답하는 소극적·일시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결선투표제에 대해 “최다득표자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당원들 총의를 거듭하기 위해 당 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해선 “여론조사에만 해당된다”며 “당 대표 선출은 100% 당원선거인단 투표에 의한 것이니 역선택 방지조항이 필요 없다”고 했다.

이어 “당내 각종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할 경우”라며 “예를 들어 대권 후보, 국회의원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도입할 때 의무조항으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어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 없는 자만 대상으로 실시하도록 새로운 조항을 신설했다”고 덧붙였다.

당은 오는 20일 윤두현 전국위원회 의장 직무대행 주재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다. 이어 23일 전국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뒤 상임전국위를 잇따라 열어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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