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건설산업 혁신·고용구조개선 국회토론회
‘적정임금제·기능등급제’ 건설현장 정상화 대안 제시
“전자카드제, 대금직불제, 특사경 도입해 누수 막겠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1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1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건설현장의 근본문제가 저가 수주경쟁과 그에 따른 다단계 하도급에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현장 구성원 모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품질과 안전문제까지 해결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은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건설산업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정부와 건설업계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해 현재 건설현장의 비정상적 상황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건설노동조합 양회동 강원지부 지대장의 사망 이후 진행된만큼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고 양회동 지대장은 지난 1일 경찰의 건설노조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했으며 다음날인 2일 끝내 숨졌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산업은 연간 수주액이 200조원을 초과하며 전체 GDP의 15% 규모를 차지하는 대규모 산업이며 200만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건설산업이 전근대적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 대안을 만드는 노력이 하루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설노동자를 사랑하고 염려했던 양회동 열사의 뜻을 건설노조가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심규범 전문위원은 건설현장 제반이 저가 수주경쟁에 따른 공사비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현장 정상화는 원청, 하도급, 노동자 등 모든 건설현장 참여자가 자신의 몫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달렸다는 논리다.

심 전문위원은 “건설공사 입찰자 간 ‘제 살 깎기’ 저가 수주경쟁이 공사비가 부족해지자 재하도급, 편법 시공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노무비가 부족하자 내국인 대신 외국인을 고용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채산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전문건설업체 현장소장은 ‘외국인이 늘수록 품질 저하와 산재 위험이 높아지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독초를 먹는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심 전문위원은 “공사비가 부족해도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하는데 저가로 수주한 현장에 가면 모든 참여자가 ‘처음부터 정상시공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감리를 통한 사후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적정임금제와 기능등급제 도입을 제안했다.

적정임금제는 발주처가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건설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정부는 올해부터 3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에서 우선 추진하고 순차적으로 시행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현재 도입을 유보하고 있다. 기능등급제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건설노동자의 이력을 종합적으로 산정한 환산경력을 기준으로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로 현재 시행 중이나 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1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1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임운택 교수는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의한 건설업 원가명세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건설업에서 외주가공비(하도급거래)가 전체 비용의 30.6%를 차지했다. 이는 조선업의 외주가공비 비중(17~18%)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어 “후진적인 건설생산체계, 비숙련 외국인노동자 증가, 기술개발투자 미흡 등으로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자본의 기술혁신 투자,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 없이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직접 토론회 사회를 본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건설노동자의 87.4%가 계약직 혹은 일용직 노동자로 연평균 9개월 근무하고 3개월은 실업에 놓이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라며 “그러나 윤석열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산업현장의 갈등을 부추기고 사람 목숨을 죽음으로 내모는 방식으로 건설산업의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건설협회 한상준 기술안전실장은 “현재 건설산업은 발주자가 결정한 금액을 놓고 누가 더 갖느냐로 표현할 수 있다”면서 “종합건설사 중 공공공사 비중이 90% 이상 되는 업체를 보니 영업이익률이 -2.2%였다. 원청이라고 기업환경이 녹록치는 않다”고 토로했다. 한 실장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는 깎이는데 임금은 보장해야 하니 적정임금제에 부담을 갖고 있다. 같이 살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김상문 건설정책국장은 “법적으로 재하도급 금지돼 있지만 심지어 5번까지 하도급이 간다고 한다. 이처럼 현장에서 누수되는 것을 막는 게 우선”이라며 “전자카드제, 대금직불제 등이 정착되면 다단계 하도급은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 국장은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면 건설현장에서의 리베이트 지급도 수사할 것”이라며 “실제로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임금이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1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이 12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에서 건설산업 혁신 고용구조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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