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환 박사의 국가생존전략 239편

▲ 이경환 박사<br>-글로벌스마트인공지능연구소 대표<br>-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명예교수<br>
▲ 이경환 박사
-글로벌스마트인공지능연구소 대표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명예교수

경제 분화는 모든 산업에서 경제주체들이 서로 다른 과업수행과 역할을 하는 것과,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상호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며, 수평적 및 수직적 경제 분화로 구분된다. 수평적 경제 분화는 경제의 분업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예로써 한 사회의 산업은 농업, 어업, 제조업, 서비스업으로 분화되기도 하고, 생산자, 설계자, 경영자 및 기술자 등의 직업별로 분화되기도 한다. 수평적 경제 분화는 경제주체들 간에 상호의존적 생존질서를 촉진하며, 수평적 경제 성장이나 수평적 결합이라고 한다. 경제의 이러한 분화는 가시적인 것이므로 가시적 경제 분화를 뜻하며, 경제의 하드웨어를 의미한다.

수직적 경제 분화는 경제의 기능영역 간 또는 기능영역 내에서 위계적 분화이다. 예로써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은 공급자, 구매자, 관련자 또는 경쟁자와 같은 다양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며, 이들의 영향력에 따라 지배와 귀속의 위계적 관계가 유발된다. Blaue 등(1962)은 저서 ‘공식적 조직’에서 둘 이상의 경제주체가 자원을 교환할 때 이를 공생적 상호의존성이라고 하며 이때 교환되는 자원이 동일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파워(power) 차이를 야기한다고 한다. 경제주체들 간에 이러한 위계적 관계나 파워 차이는 수직적 경제 분화를 뜻한다. 수직적 경제 분화는 수평적 경제 분화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적 기능을 수행하며 지배와 귀속 관계형성을 통한 위계적 생존질서를 의미한다. 수직적 경제 분화에 의한 위계는 흔히 명시적인 경우 보다 묵시적인 것이다. 따라서 수직적 경제 분화는 비가시적 경제 분화이다.

Lauer(1973)는 저서 ‘사회변동에 대한 조망’에서 위계적 조직형태는 행동을 촉진시키지만 민주적인 조직형태는 사람들의 가치를 반영하고 창조성을 촉진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민주적으로 조직되었을 때 문제에 대한 보다 창조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인 조직 형태는 그러한 잠재적 해결책들을 옮기는 것을 방해할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민주적 집단들은 조정된 행동보다는 파당과 의견대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의 수직적 분화는 경제주체들을 위계적으로 조직화해 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진한다. 이에 비해 경제의 수평적 분화는 경제 민주화를 촉진시켜 경제주체들은 개인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부여하게 하며 평등사회를 촉진한다. 따라서 수직적 경제 분화와 수평적 경제 분화는 상호 대립적이며 상반되는 특성을 지닌다. 수직적 및 수평적 경제 분화 중에 어느 것이 상생과 협력의 경제공동체 형성에 보다 바람직한가?

이경환(2001)은 저서 ‘국가생존전략’에서 생존질서가 상대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 국가의 경우 파워는 수평적 균형관계보다 수직적 균형관계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 경우 1~2개 부문의 파워가 지배적 파워가 되고, 나머지 파워는 이들에 귀속된다고 한다. 예로써 미국은 정치, 사회, 군사, 문화와 같은 파워는 경제적 파워에 귀속되는 경향이며, 영국은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엘리트는 영국 왕실에 귀속해 파워의 수직적 성장을 유지하며, 인도는 종교적 파워(카스트제도)가 지배적 파워로 작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파워는 종교적 파워에 귀속되어 있다. 일본인들의 일상적인 국민적 행동과 사고 매카니즘은 천황제의 원리에 지배되고 있다. 상당수의 학자들은 일본이 근대화를 단기간에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천황을 귀속대상으로 한 일본 국민의 단합된 노력의 결과로 보고 있다.

파워의 수직적 성장에 의한 이러한 국가 생존질서의 원리는 국가경제 발전이나 산업의 경쟁우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로써 Porter(1990)는 저서 ‘국가 경쟁우위’에서 국가는 인적자원뿐만 아니라 가용할 수 있는 생산요소가 제한되므로 어떠한 국가도 모든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누릴 수 없다고 한다. 이상적인 것은 이러한 제한된 자원이나 생산요소가 가장 생산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분배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수준에서 경쟁우위는 총체적인 국가경제에서가 아니라 특정산업이나 산업분야에서 추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는 모든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1~2개 산업에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로써 미국은 컴퓨터 산업과 방위산업에서, 일본은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 독일은 화학분야와 기계류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누리고 있다. 스위스는 정밀기계와 의약산업에서 경쟁우위를 누리고 있다.

산업에서 수직적 결합은 가치사슬(value chain)에 속한 기업들 간에 지배와 귀속관계를 의미한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이러한 수직적 결합은 거래를 일상화시키며, 통제능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정보교류를 촉진한다. Pfeffer(1982)는 저서 ‘조직과 조직이론’에서 경제 부문 간에 거래적 상호의존성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조직 간에 연결 활동의 수준은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수직적 결합에 의한 기업 간의 지배와 귀속은 이들의 협력을 촉진한다. 산업에서 이러한 수직적 결합은 소유권에 의한 완전한 지배나 부채, 주식, 특허권 사용 계약 또는 장기계약에 의한 의사결정이 있다.

경제활동에서 개별 경제주체들은 그들의 이해를 증진하고자 다양한 유형의 조직이나 단체에 귀속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한다. 경제주체들의 조직이 분산되고 그 구성원들에 대한 통제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경우 이들 관계는 협력적이 아니라 적대적 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의 조직이 집중화되고 포괄적이며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구성원을 통제하고 협상권한을 가질 때 이해집단 간의 이해 조정은 보다 용이하며 이들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국가자원은 보다 생산적으로 분배되어지며 국가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주체들 간에 지배와 귀속관계는 경쟁적 협력의 경제 질서를 구축하며, 이러한 질서는 경제적 파워의 수직적 성장과 동적 균형을 유지하게 하며 변화와 혁신을 유발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즉, 경제활동에서 수직적 경제 분화는 경제발전 원리와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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