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작성하던 ‘건강상태 질문서’ 대신하는 ‘Q-code’
3일 이하 일정 출국시 미리 입력 가능해 ‘무용지물’
1박2일, 2박3일 여행자 건강할 수밖에 없는 비밀?
“3일 전에 하라는 것 아냐”vs“여지 남겨두면 안 돼”

'Q-code를 입력했다면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가 적힌 입국심사대. ⓒ투데이신문<br>
'Q-code를 입력했다면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구가 적힌 입국심사대.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 여행사를 통해 2박3일 일정으로 외국을 떠나게 된 A씨. 그는 입국시 기내에서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하는 대신 편리하게 온라인상 'Q-code' 작성으로 갈음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출국하기도 전에 Q-code 작성이 가능했다. 여행사에서도 입국 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출국 전부터 Q-code를 작성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입국 3일전부터 건강상태 입력이 가능한 Q-code 시스템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해외입국자들의 검역 정보를 관리하는 ‘Q-code(큐코드·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의 건강상태 입력이 입국 3일 전부터 가능하면서 3일 이하 일정자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

<투데이신문> 취재결과, 입국일 3일 전 규정에 맞춰 국내에서 건강 상태를 입력하고 2박 3일 일정으로 출국한 뒤 문제없이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행시간과 일정만 고려한다면 3일 이하 일정의 경우 내 집 안방에서 출국 전부터 건강상태를 입력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해외에서 본인의 건강상태를 보고하는 입국심사의 원의미와는 멀어진 처사다. 실제 한 여행사에서는 신속한 입국을 위해 ‘Q-code’로 미리 건강상태를 입력해둘 것을 권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입국 시 소요되는 검역조사 시간을 단축하고 해외입국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이 구축한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 

Q-code 홈페이지에는 검역정보 입력은 항공권 구매 등 여행 준비 시점부터 입력 및 임시저장이 가능하며, QR코드(큐알코드·흑백의 격자무늬 그림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나타내는 이차원 바코드) 발급은 항공기 탑승 전까지 완료하라고 명시돼 있다. 정리하면, Q-code는 귀국하는 항공권 구매가 완료된 시점부터 탑승 전까지 입력하면 된다는 것이다.

Q-code 건강상태 입력 항목의 목적은 유증상자가 국내에 입국할 경우 추가적 조치를 취하는 데 있다. 하지만 건강상태 입력이 3일 전부터 가능하면서, 2박3일이나 1박2일 일정의 경우 국내에서 미리 입력한 뒤 출국할 수 있다는 전산 상 허점이 지적되고 있다. 

검역이 이뤄지고 있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검역대.&nbsp;ⓒ투데이신문<br>
검역이 이뤄지고 있는 인천공항 제1터미널 검역대. ⓒ투데이신문

Q-code 시스템을 운영하는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검역관이 검역대에서 QR코드를 확인하면서 건강상태 신고일자를 검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 검증은 Q-code 시스템 상에서 3일 이내 입력했는지에 대한 검증이며, 입국 후 검역과정 중 검역대에서 발열체크 등 건강상태 확인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결국 전산 상 3일 규정만 충족하면 문제없다는 뜻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3일 규정’에 대해 “입국자를 대상으로 72시간 이내 사전 음성확인서를 요구해 왔다는 점 및 유효한 서류 발급 소요시간 등을 고려해 입국자들에게 입국 3일 전부터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도 “3일 전부터 할 수 있다는 뜻이지 3일 전에 하라는 게 아니”라며 “현장에서 37.5도 이상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며 Q-code 입력 후 건강 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건강 상태 입력을 수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건강상태 질문서를 추가 작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사라진 지 이미 6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3일의 공백을 남겨두는 것은 적절치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국가 간 검역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검역 강도를 유지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이러한 실정에서 지금의 신고 시스템은 몸에 이상이 있을 시 보고하라는 알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상 회복 계획들이 추가적으로 진행되면서 서서히 기준이 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Q-code의 허점이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흐름에 맞춰 조금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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