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상반기 워크샵
남양주 골프장건립 등 지역 곳곳서 농민권리 침해
제주 농어업 조례 60개 중 14개만 시행규칙 있어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이 지난 28일 서울시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2024년 상반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이 지난 28일 서울시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2024년 상반기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방정부 조례부터 유엔농민권리선언을 바탕으로 농민권리를 증진할 제도를 수립하자는 제안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개별사업 추진 이전에 환경영향평가처럼 ‘농민권리영향평가’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와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29일 농업계에 따르면 지역 곳곳에서 지역 주민과 농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일대에는 골프장 건설을 두고 지역주민과 농민들뿐 아니라 환경단체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은 지난 28일 서울시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2024년 상반기 워크샵을 열고 남양주시 골프장반대운동 사례를 공유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농촌사회학 연구자인 정은정 작가는 “골프장을 건립하면 농약문제 등 여러 환경오염이 우려되는데 벌써 남양주시에서 허가가 났다”라며 “골프장을 짓겠다는 곳은 자연휴양림인 축령산 지역이며 상수원 보호구역 2등급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주민 공청회가 열렸지만 시청 공무원들과 개발업체는 ‘환경 보전에 힘쓰겠다’ 정도의 대답만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는 비단 남양주지역만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전국 골프장 농약사용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전국 골프장 545곳 중 단 3곳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2021년 기준 골프장 545곳에서 사용한 총 농약사용량은 213톤으로 전년인 2020년과 비교해 5% 증가했다.

정 작가는 “한 고령의 주민은 번잡한 도시를 떠나 친환경농사를 지으며 지내려 했는데 골프장 반대 활동을 하며 건강도 잃었다. 그 주민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혼자서라도 단식투쟁을 하겠다’고도 했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어 “올해 농촌 난개발과 지역 불균형을 막겠다는 취지로 농촌공간계획법(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데 일각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농촌사회학 연구자인 정은정 작가가 지난 28일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워크샵에서 남양주시 골프장반대운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농촌사회학 연구자인 정은정 작가가 지난 28일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워크샵에서 남양주시 골프장반대운동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에 지역에서는 지방조례부터 실질적으로 농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유엔이 지난 2018년 12월 총회에서 채택한 농민권리선언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농어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박웅두 공동대표는 이날 워크숍에서 “제주지역에서는 농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조례를 어떻게 만들지 논의 중”이라며 “제주도 농업분야 조례가 유엔농민권리선언의 각 조항별 내용을 비교해 보니 일치성이 높았다. 다만 조례가 선언적 수준에 그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제주도 조례 중 농어업 분야는 60개 조항에 달했지만 시행규칙까지 수립한 조례는 14개 조항에 그쳤다.

박 대표는 “제주도 조례에 기반한 법정 위원회는 19개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는 소수에 불과해 농민들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각 조례들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시행규칙을 제정하고 위원회가 협치의 공간이 되도록 농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주민조례발의를 통한 ‘농민권리영향평가조례’ 제정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 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에 따라 조례 제정을 청구하는 경우 연서해야하는 주민 수가 19세 이상 주민 총수의 1/550이면 가능하다. 지난해 1월 기준 19세 이상 제주도민 수가 56만명이니 조례 제정에 1030명의 주민만 서명해도 조례를 발의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최근 농업농촌및식품산업기본법(이하 농업식품기본법)을 개정해 성평등한 농촌사회 조성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또,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성별영향평가법에 의해 성별영향평가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라며 “농업식품기본법에 ‘농민권리영향평가제’를 신설해 각종 농업정책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농민권리 실현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는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김정열 대표가 지난해 12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비아캄페시나 총회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비아캄페시나는 국제농민운동조직으로 김 대표는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을 맡고 있다.

워크샵 좌장으로 참석한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윤병선 교수는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농민들의 봉기를 보면 농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값싼 농산물 수입이 이뤄지다보니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며 “당장 농민들의 생활부터 보장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없고 기후위기 상황에 따른 규제만 강화하면서 농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에서 농민권리선언을 채택한 이후 이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 워킹그룹을 만든다는데 그 활동에서 이같은 내용이 다뤄지길 기대한다”고 평했다.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윤병선 교수가 지난 28일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워크샵에 좌장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윤병선 교수가 지난 28일 유엔농민권리선언포럼 워크샵에 좌장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8일 서울시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유엔농민권리선언 2024년 상반기 워크샵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8일 서울시 동작구 스페이스살림에서 유엔농민권리선언 2024년 상반기 워크샵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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