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종로3가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이달 초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자 가운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세 조짐이 보였던 탓에 집회가 예고됐을 때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대회는 강행됐고, 결과적으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며 민주노총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정부의 방역 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며 ‘마녀사냥’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8000명 참석한 ‘전국노동자대회’

민주노총 등 3개 단체는 7월 3일 서울 여의도 등 도심권에서 9명씩 모이는 집회를 열겠다며 231건을 신고했다. 인원을 9명으로 제한한 것은 서울시에서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5차례 걸쳐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 통보를 내렸고, 경찰도 인원을 제한하는 서울시 고시를 토대로 금지통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예정대로 대회를 진행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회 전날인 지난 2일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26명을 기록하며 반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4차 대유행 가능성이 커지며 민주노총의 집회는 감염 확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이날 김부경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가치는 없다. 나의 권리와 자유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면서 주장해선 안 된다”며 “수도권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기름을 부울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이번 집회를 철회하는 결단을 내려달라”며 “만일 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자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총리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에게 집회 자제를 요청하고자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1층에서부터 민주노총 간부들이 막아서며 결국 방문 10분 만에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종로3가에서 중대재해 근절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노조에 따르면 본대회는 당초 여의대로에서 예정됐으나 서울시의 집회불허 방침과 경찰 등으로 인한 진입의 어려움을 고려해 종로3가 일대로 변경됐다. 대회는 전국에서 모여든 조합원 8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로 치러졌다. 참석자들은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오후 2시 종로3가역 사거리로 집결해 종로2가 도로를 가득 메웠고, 대회는 약 45분 동안 행사가 진행됐다.

민주노총이 반대를 무릅쓰고 대회를 강행한 이유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회 시위를 사실상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들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행위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쇼핑몰은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방역 수칙을 준수한다는 조건 하에 수용인원 제한 없이 운영되는 반면 집회는 상대적으로 감염위험이 낮은 실외인데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데도 불구하고 인원제한 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정부의 집회제한 조치는 집회 시위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평가될 정도로 너무나도 최대한으로, 가장 선제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들의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해치는 위법행위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한 시민/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집회 연관 가능성 얼마나

그로부터 열흘이 지났을 무렵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며 다시금 문제가 불거졌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6일 지표환자(집단감염 내 첫 확진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후 동료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17일 2명의 추가 확진자가 확인됐다.

코로나19 잠복기는 최소 1일에서 최대 14일까지로, 만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감염 노출 및 접촉이 발생했을 시에는 최대 잠복기인 2주가 끝나기 직전에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해석된다. 이에 방역당국은 참석자 전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리고 감염경로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집회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최장 잠복기인 2주 안에 증상이 발현한 만큼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김부겸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수차례 자제를 요청드렸던 지난 3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의 참석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중앙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걱정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도 중대본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전국노동자대회를 주 감염원으로 몰아가는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애쓰는 분들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분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에 사과 말씀 드린다”며 “대회 참가자들에게 조속하게 선제적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으며, 이후 결과에 따른 빠른 판단과 조치로 상황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이 확진판정된 것인지, 확진된 조합원의 감염경로가 대회라는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중대본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일반적인 잠복기를 경과하는 시점에 그 결과를 가지고 대회가 주요 감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충분한 발표는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한 마녀사냥과 다르지 않으며, 향후 심각한 갈등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금지해야” 여론 우세

이번 논란과 관련해 20대 직장인 A씨는 “아직 역학조사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집회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울 순 있지만 매일 확진자가 1000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집회를 열었기 때문에 비난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경각심보다 자신들의 목적이 너무 앞선 이기주의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B씨는 “그간 노동자의 권리회복을 위한 파업이나 집회를 늘 지지해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민주노총의 행동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부정적인 국민 정서가 만연한 상황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요한 것은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 영향으로 혹시 추후 있을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집회가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국 중 대규모 집회가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에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국민 여론은 실내 종교 집회나 행사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3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교 집회 및 행사의 한시적 금지 찬반 여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75.5%로 조사됐다.

같은 해 9월 동 기관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개천절 드라이브스루 집회 공감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70.9%에 달했다.

이어 10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찰의 ‘한글날 도심 집회 금지’ 조치 관련 설문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옹호 여론이 56.4%로 과반을 넘으며 우세했다.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은 그들의 안전, 생계 등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들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코로나19의 위험성, 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을 알면서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예방행동 참여가 절실한 만큼 어떤 목적과 성향을 가진 단체행동이더라도 허용돼선 안 된다는 여론도 당연하다. 

그저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집회 시위의 자유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