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대우건설 MOU, M&A 작업 막바지
헐값 매각 논란·노조 반발 등 잡음 지속
중흥, 일감 규제 취약 지배구조 개편 관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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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결합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인수합병(M&A)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실사와 정부의 합병 승인, 최종계약까지 몇 가지 단계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M&A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오랬동안 난항을 겪었던 산업은행으로부터의 대우건설 독립이 이뤄지는 동시에 중흥그룹은 기존 주택사업을 넘어 종합 전문 건설업체로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기대했던 시너지와 달리 기존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하락과 인수 후 일감몰아주기 등 규제에 취약한 지배구조 등 서로 다른 규모와 조직 성격간의 결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대우건설 주식매각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중흥컨소시엄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KDBI는 KDB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로 대우건설 최대주주(지분 50.75%)다. 공적자금으로 투입된 산업은행 지분을 맡아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KDB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전량인 50.75%(2억1093만1209주)다. 앞으로 확인실사와 주식매매계약 이후 기업결한 신고 등 후속작업을 마치면 인수 및 매각 작업은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연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의 지배에서 졸업, 10여년 만에 민영화를 이루게 된다. 중흥건설은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품으면서 국내 건설업계 2위 규모로 커지게 된다.

올해 시공 능력평가 기준 중흥그룹 핵심 계열사인 중흥토건(1조1302억원)은 17위, 중흥건설(1조1302억원)은 40위를 기록했다. 대우건설(8조7290억원)은 5위를 기록했다. 이들을 합친 시공능력 평가액은 11조9177억원으로 현재 업계 2위인 현대건설(11조337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현재 1위는 삼성물산(22조5640억원)이다.

중흥그룹 자산 총액도 크게 불어난다. 현재 9조2068억원에 대우건설 자산 9조8470억원이 더해지면 19조540억원으로 재계서열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졸속매각 잡음 속 매각 작업 속도

하지만 최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됐다가 해외사업 부실 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호반건설 전례가 있는 만큼 최종 계약까지 매각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중흥컨소시엄은 MOU체결 이후 진행될 상세실사에서 대우건설의 해외부시채권을 비롯한 우발부채 등 재무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차례 실패를 맛봤던 KDBI의 철저한 대비와 대우건설의 최근 실적 등을 감안했을 대 과거와 같은 재무적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낮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조14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영업이익은 4217억원으로 108.7%나 증가했다. 하반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흥그룹이 KDB인베스트먼트에 매각 불발 사태를 막기 위해 500억원의 이행강제금도 납부하는 등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헐값·졸속 매각 논란 등 매각 작업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5일 중흥컨소시엄이 최초 인수제시가인 2조3000억원보다 2000억원을 낮춘 2조1000억원의 수정 입찰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촉발됐다.

과거 산은은 대우건설 정상화를 위해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공적자금이 약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본 입찰 당시 기준으로 보유지분 시장가에 10%정도의 프리미엄을 고려해 매각가로 2조원 수준을 예상했다. 가뜩이나 투입비용에서 1조원이나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2000억원을 추가로 깎아주면서 헐값·졸속 매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 같은 지분 매각 과정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이뤄지면서 밀실·졸속매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KDB인베스트먼트 측은 입찰제안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원매자(중흥컨소시엄)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입찰가 수정을 받아들인 것은 중흥컨소시엄의 막판 인수 포기를 우려한 산은 측의 고육지책인 것으로 보고 있다.

MOU 체결 직전까지도 정치권 등에서 헐값 매각 문제가 거론되고 있어 M&A 주체들에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KDB인베스트먼트는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자회사 설립을 통해 중흥컨소시엄에 편법으로 ‘할인 매각’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써의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우건설 졸속·할인매각을 즉시 중단하고 설립 목적에 걸맞은 합리적인 매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등 내부 반발도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산업은행과 KDBI가 대우건설 임직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 매각을 진행했다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해왔던 노조는 오는 1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골리앗 품는 다윗’ 엇갈린 합병 기대 효과

인수합병 절차가 원만하게 완료된다고 해도 과제는 남는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하는 구조다보니 규모 차이를 둘러싼 갖가지 우려가 제기돼왔다.

무리한 인수로 재무악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대표적이다. 이미 대우건설은 지난 2006년 금호그룹이 막대한 부채를 남기고 인수 후 3년 만에 산업은행에 재매각한 전례가 있다. 다만 중흥그룹은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재무적투자자(FI)가 없는 자체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놔 부채 등에 따른 재무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업계에서는 현재 중흥그룹이 보유한 6000억원대 현금성 자산과, 8200억원을 웃도는 토지장부가액을 고려하면 토지 등 자산 유동화와 차입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흥그룹 측은 금융권을 통한 차입을 중심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흥건설 관계자 “인수 자금을 위해 부동산 등 자산 매각 계획은 없다”며 “단기 브릿지 방식과 같은 은행 단기차입 방식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등 자산 축소 가능성은 배제됐지만 대규모 차입과 이에 따른 비용증가는 중흥그룹 재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인수 후 물리적 결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과 동시에 이질적인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노하우를 흡수, 사업영역을 확대해 건설 전문 그룹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우건설 내부의 시선은 다르다. 대우건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흥그룹에 편입됨에 따라 시너지보다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노조의 반발 뿐 아니라 최근 한 달여 만에 수십 명의 대우건설 직원이 퇴사한 것을 두고 이번 M&A로 불안한 내부 분위기를 드러낸 이탈 움직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융권 이직이 활발해 지는 등 건설업계 전반적 분위기”라며 “M&A만의 문제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중흥, 규제 취약한 오너家 지배구조 어쩌나

중흥그룹도 덩치가 커지는 만큼 해결해야할 내부 과제도 남아있다. 자산총액이 커지면서 명실상부 대기업 반열에 오르게 되면 그에 따른 규제 또한 강화된다. 현재 9조원대 자산총액의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가 성사되면 자산 총액이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공시·신고 의무 뿐 아니라 일감몰아주기와 같은 총수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자산 10조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상호·순환출자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 규제가 더 강화된다.

중흥건설은 현재 정창선 회장이 지분 76.74%, 정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부회장이 10.94%, 정 회장의 부인 안양임씨가 2.94% 등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총수일가 회사인 중흥건설은 중흥개발, 선월하이테크밸리, 세흥산업개발, 최강병영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오너 개인기업인 중흥토건이 중봉건설, 청원건설산업, 중흥에스클라스, 다원개발, 중흥엔지니어링 등 10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중흥그룹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등 총수일가 지배하는 비상장사로 이뤄진 기업집단이다 보니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에 취약한 구조다. 공정위가 지난해 8월 발표한 기준으로 중흥그룹은 사익편취규제 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를 13개나 보유하고 있다.

중흥토건의 경우 지난 2012년 당시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 비중이 93.9%까지 달했다. 이후 점차 비율을 줄여 지난해엔 29.5%까지 낮췄다. 현행법상 내부거래 비율이 30%를 넘지 않으면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종합건설의 경우 내부거래 비율이 100%에 달하는 등 아직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

특히 이번 대우건설 주체가 자본규모가 더 큰 중흥토건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수 규제 리스크가 더 부각될 가능성도 남아있어 향후 중흥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이번 인수전에 주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에 들어가면 그 기준에 맞게 조직 시스템도 바뀔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계열사로 편입되면 현 제도에 맞게 법인정리를 하거나 합병을 하는 등 지배구조도 정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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