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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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제자들을 성추행해 ‘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된 전직 서울 용화여고 교사가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전직 용화여고 교사 A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용화여고 스쿨미투는 SNS에서 졸업생들이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A씨는 용화여고에 재직 중이던 지난 2011~2012년 학생들을 10여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학교 내 교실과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학생들을 면담하면서 특정 신체부위를 손으로 치거나 양팔로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용화여고 졸업생들은 지난 2018년 3월 5일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SNS를 통해 졸업생·재학생·교직원을 대상으로 ‘용화여고 내 성폭력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용화여고는 그해 4월 6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사흘 뒤 9일 위원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보된 337건 가운데 175건에서 직접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졸업생 3명이 노원경찰서에 출석해 진술하고 고소장을 작성했으며, 경찰은 고소를 접수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해 6월 4일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용화여고교원징계위원회는 성폭력 연루교사 18명에 대해 1명 파면, 해임 1명, 계약해지 1명, 정직 3명, 견책 5명, 경고 9명(정직 2명 중복) 등 징계를 의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7일,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졸업생 5명으로부터 강제추행혐의로 고소당한 A씨를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했다.

이에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을 비롯한 여성계와 시민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모임은 검찰에 진정서를 접수하며 재수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2019년 8월, 검찰은 재수사를 진행했으며 2020년 5월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A씨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용화여고 졸업생 및 재학생, 시민모임 등은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심은 “8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수사기관에서 법정까지의 피해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의심할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이에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A씨는 형이 너무 과하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2심은 “교사로서 올바른 사고 인식을 심어주고 보호해야 하는 지위임에도 피해자의 학교생활과 성적, 생활기록부 작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했다”면서 “어린 피해자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등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선고 후 위원회, 시민모임,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 판결을 환영했다.

위원회는 “오늘 선고로 인해 맘 편히 웃으며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됐다”면서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가는 당연한 사실이 앞으로는 좀 더 수월히 계속되기를, 이제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과거를 맘 편히 망각해도 되는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더 이상 성적괴롭힘과 폭력은 학교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는 신호와 메시지를 강력하게 남긴 것”이라며 “전국의 스쿨미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심과 지지와 연대를 이어나가 성평등 학교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오늘의 판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학교가 주체가 돼 성폭력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교원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등 성평등 문화 조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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