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류에서 세제류까지 국내 최초 리필 가능 상점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 모토로 쓰레기 줄여
지구를 지키는 주체적인 소비 공간으로서의 역할해

알맹상점 내부 사진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 우리들의 일상을 한 번 둘러보면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상품들이 많이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 마트나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것부터도 대부분이 그렇다. 우리는 하루동안 얼마만큼의 플라스틱이나 일회용 제품들을 버리고 있을까. 이런 일상 속 쓰레기들이 차근차근 쌓이다 보면 지구는 점점 숨을 쉬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쓰레기를 줄이려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SNS나 주변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재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파는 제로웨이스트샵이다.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인해 요즘 많은 기업들이 재활용·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 알맹상점은 화장품류에서 세제류까지 한국에서 최초로 리필이 가능한 가게다.

알맹상점 공동대표들은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없이 장을 보는 캠페인을 진행한 캠페이너였다. 이주은 공동대표는 미니멀 라이프를 접하게 되면서 집 안에 있는 짐을 정리하다가 재활용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처음에는 쓰레기를 줍고 다니기 시작하다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알맹상점에 대해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를 모토로 삼고, 쓰레기를 줄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사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조금씩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기자는 지난 10월 26일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을 방문했다. 알맹상점은 아기자기하면서 따뜻하고 푸근한 인상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방문 시간대가 평일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붐볐다. 특히 20~3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많았다. 이 대표는 “MZ세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작년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때아닌 장마가 지속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문제로 떠오르자 자연스럽게 플라스틱과 쓰레기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걸로 보인다”고 답했다. 

알맹상점 상품들 ⓒ투데이신문

알맹상점에서 가장 눈에 띈 공간은 대용량 흰색통들이 나란히 구비된 리필스테이션 존이었다. 매니저는 “여기에 있는 제품들은 전부 화장품이고, 펌프질을 해서 용기에 담아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흰색통들에는 클렌져, 샴푸, 바디워시 등이 다양하게 담겨 있었다.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화장품뿐만 아니라 주방·세탁 세제도 있었다. 

용기는 직접 가져올 수도 있지만, 가게에서도 재활용의 차원으로 플라스틱을 소독·세척해 무료로 제공한다. 

손님이 세제를 직접 담아 무게를 재서 바코드 스티커를 붙이는 과정 ⓒ투데이신문

구매 방식은 마치 마트에서 채소를 구매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신이 필요한 만큼 혹은 원하는 만큼 화장품이나 세제를 용기에 담고 직접 무게를 잰 뒤 단가를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가격이 책정돼 결제 가능한 바코드가 나온다. 

알맹상점에는 이 외에도 고체치약, 대나무 칫솔, 나무로 만든 주방용품 등 실생활에서도 사용되는 물건들이 많아, 마치 작은 마트와도 같았다. 

특히 삼베로 만든 여러 모양의 수세미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니저는 지금까지 사용해온 아크릴 수세미는 사용할 때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되기 때문에 친환경 섬유인 삼베 수세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칸을 차지한 면 생리대, 생리컵 등도 눈에 띄었다. 보통 여성들은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생리대를 수십 개 정도 사용하는데 일회용 생리대는 썩는데 무려 100년 넘게 걸린다. 하지만 면 생리대 같은 경우 차가운 물에 빨래를 하고 햇빛에 말리기만 하면 여러번 사용이 가능하다.

알맹상점 내부 사진 ⓒ투데이신문

이날 매장을 방문한 A씨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의 한 대학교에 다닌다고 소개하며 “이국에 와서도 한국에 있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조사해 알맹상점을 방문하게 됐다”며 “환경 문제는 한 사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자도 이날 쓸만큼의 양을 담은 주방세제와 씹어먹는 치약을 하나씩 구매해 사용해봤다. 보통 치약은 비닐로 포장된 플라스틱 튜브형이지만 고체치약 같은 경우에는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박스로 포장돼 둥근 케이스에 담겨져 있었다. 그렇다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화학물질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됐다. 고체치약은 1~2알 정도 입에 넣어 씹은 뒤 그대로 칫솔질을 하면 된다. 치약의 양이 딱 적당했고, 오히려 액체치약보다 고체치약이 더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제의 경우 대용량을 쓰는데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자주 구매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생활품들을 하나씩 바꾸다 보면 처음에는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일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일상들이 한 사람에게서 여러 사람으로 번지면 친환경에 더욱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전시장과 다름없는 대형마트에서 큰 묶음으로 파는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제로웨이스트샵을 들려 쓰레기를 줄이고 지구를 지키는 주체적인 소비를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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