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서민 교수가 지난 2020년 11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 참석해 강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서민 교수가 지난 2020년 11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 의원 모임에 참석해 강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윤석열 후보의 지지자 단국대 의과대학 서민 교수의 지역비하 발언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주간윤석열’ 9화를 스트리밍하면서 섬네일에 ‘윤석열을 위해 홍어준표 씹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 영상은 호남지역 비하 발언이라며 여론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이에 서 교수 측은 섬네일을 수정하고 “저는 전라도 사람이다. 홍어가 뭘 의미하는지 잘 안다”면서 “저는 영상 섬네일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홍어’는 온라인상에서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전라도 사람들을 지역의 특산물인 홍어에 빗대 일컫는 것이다. 이 말은 온라인상에서 호남 사람들과 지역을 조롱, 비하할 때 사용된다.

지역혐오 발언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겨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때문에 지역혐오 등 다양한 혐오발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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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불문 존재하는 비하 표현

이 같은 비하 표현은 지역을 불문하고 존재한다. 하지만 지역혐오댓글의 다수는 호남지역에 대한 비하 표현이 차지하고 있다. 지역혐오댓글은 해당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편견을 언급하거나 사투리 흉내, 반어법을 이용한 조롱, 비아냥 등으로 나타난다. 또 해당 지역을 배제·분리하는 유형의 댓글도 볼 수 있다.

지역에 대한 혐오표현으로는 ▲강원도의 특산물인 감자에 국(國)자를 붙여 비하하는 말인 ‘감자국’ ▲충청도 지역을 비하하는 ‘멍청도’ ▲경상도 지역을 비하하는 ‘개쌍도’ ▲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전라디언’, ‘7시(북쪽을 12시로 두고 볼 때 전라도가 7시 방향임을 빗대 비하하는 말)’ 등이다. 이들 단어는 모두 해당 지역을 다른 지역과 구분하며 배제하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개념을 담고 있다.

심지어는 5·18 광주민주항쟁 희생자,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희생자 등을 비하·조롱하는 혐오표현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이 안고 있는 상처를 조롱거리로 삼는 것은 굉장히 잔혹한 처사다.

지난 2018년 한국언론학보에 게재된 경성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양혜승 부교수의 논문 ‘포털과 지역혐오 - 네이버 범죄뉴스의 지역혐오댓글에 대한 내용분석’에 따르면 2017년 네이버 뉴스의 범죄기사 687개에 달린 전체 댓글 2만419개 가운데 지역혐오댓글은 850개(4.16%)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4.4%는 전라도 지역을 대상으로 한 댓글이었다. 경상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역혐도댓글 역시 23.5%로 나타나 전라도 지역에 비해 적지만, 결코 적다고 말할 수 없는 비율이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를 두고 ‘그 지역은 범죄가 비일비재하다’거나 ‘그 지역 출신은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남는다’, ‘범죄자가 그 지역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근거 없는 표현도 있다.

이 같은 혐오표현은 개인의 출신지역에 대해 낙인을 찍어 비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양 교수는 논문에서 낙인의 구성요소를 ▲차이를 특징짓고 이름 붙이는 ‘라벨링’ ▲부정적인 속성과 결부 짓는 ‘스테레오타이핑’ ▲부정적인 속성과 결부된 그들을 우리와는 다르다고 구분 짓는 ‘분리하기’ ▲구분지어진 이들을 사회 내 위계구조의 하단에 위치시키는 ‘지위 박탈하기’ ▲행동으로 차별을 실천하는 ‘차별하기’ 등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지역혐오댓글의 피해는 해당 지역출신자와 주민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 잘못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차별을 받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이웃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편견의 강화로 ‘해당 지역 사람들은 차별을 당해도 싸다’는 등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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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대응 방안

지난 2020년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실린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김경희 교수 등의 논문 ‘인터넷 혐오표현 대응방안에 관한 탐색적 연구: 노출경험 사례 및 전문가 심층인터뷰’에 따르면 혐오표현은 피해자에게 심리적·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또 출신지역과 같이 개인이 변화시킬 수 없는 것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발생한 피해는 회복하기가 어렵다.

혐오표현은 그 대상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조롱과 멸시, 괴롭힘과 증오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들은 사회적 위상을 위협받게 된다.

뿐만 아니라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 단의 갈등을 야기해 사회의 통합에 방해가 된다. 차별이 고착화되면 차별을 언제나 존재하는 ‘상수’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게 되고, 다른 지역을 향한 또다른 혐오와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방송법, 방통위법, 정보통신망법, 언론중재법 등의 하위법규 또는 옥외광고물법 등에서 혐오표현을 일부 규율하고 있을 뿐 혐오표현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구체적인 법조항은 없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지난 2019년 법학연구에 기고한 논문 ‘혐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혐오에 관한 법과 정책’에서 “현행 법제에서 혐오에 관한 입법적 조치가 일부 있으나 체계적으로 법제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다만 홍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그 해악을 입증하지 어려워 규제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한계를 밝혔다.

그는 “범국가적, 범사회적 차원에서 편견과 혐오에 대응하는 교육, 홍보, 정책, 지원,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혐오표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혐오와 편견이 발생하는 기반을 제거하기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더 늦기 전에 혐오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법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에 대한 일반적 내용을 담은 기본법으로서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그 자체로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차별금지에 관한 범국가 차원의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 후보 진영에서 지역혐오 표현이 사용된데 대해 정치권은 물론 모든 시민사회가 나서서 지역혐오 근절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갈등을 봉합하고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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