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귀동 지음│135*210mm│288쪽│생각의힘│1만7000원

전라디언의 굴레 ⓒ생각의힘

이러한 제안은 호남을 향한 특수한 처방이 아니다. 영남, 강원, 제주 등 강도와 양상은 다를지라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 다른 지역에도 필요한 대안이다. 이렇듯 일반론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 문제가 이곳 호남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수한 역사적 경험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더해져 ‘호남문제’를 구성한다. 하지만 특수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지역의 정치·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밖에 없다. 저발전과 호남인에 대한 차별이 꽤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점도 지역 내부의 ‘개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저발전은 중앙의 정치권력을 계속 쥐고, SOC 투자 등을 받는 방법으로 타개할 수 없다. 정권 교체가 여러 차례 이루어졌던 양당 체제에서 정치권력을 계속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정치 상황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발전전략이 먹히지 않는 이유다. 저발전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부의 경제 운영방식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_227쪽, 6장 이중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데이신문 이정훈 기자】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자 매년 선거철만 되면 언급되는 ‘호남’을 집요하게 파헤친 책 <전라디언의 굴레>가 출간됐다.

이 책은 전라도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이 가진 이슈들을 다양한 시점과 층위에서 살펴보고 있다. 특히 지역차별, 저발전, 불평등, 산업 및 경제구조, 부패와 무능, 취약한 지역정치 구조와 거버넌스 등 호남이 안고 있는 중층적 모순에 대해 다뤘다. 아울러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부터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도 담았다.

저자는 지역감정과 지역차별이 노동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사례는 ‘호남차별’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극우 성향을 가진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는 ‘전라도’에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고, 통상적인 ‘한국인’의 범주에서 벗어난 이질적인 존재인 것처럼 규정하며 그들에게 일종의 인종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라도 출신의 사람을 비하하는 전라도와 인디언의 합성어인 ‘전라디언’은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탄생한 단어라고 설명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 △‘산업화 열차의 꼬리칸’이라는 문제 △흔들리지 않는 패권, 민주당 초우위의 비결 △부패와 무능의 도시 △지방지배체제의 균열 △이중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추천사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망국적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며 “이 책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밀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감정과 인상의 영역에 머무를 법한 이슈를 경제적으로 수치화해 내던짐으로써 담론의 현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책”이라며 “‘공평’하고 ‘공정’함으로써 다 함께 ‘공존’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공동체’ 아니겠나 싶다”고 전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지역차별에 대한 책들은 왕왕 있지만 이 책처럼 아래에서부터 끄집어내 정면으로 직시하려는 책은 처음”이라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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