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방역패스 확대 적용…마트·백화점 포함
미접종자 기본권 침해 논란도…누리꾼 갑론을박
의료계, 법원에 집행 정치 신청…자영업자 시위도
정부 “백신은 선제적 방역·패스는 불가피한 조치”

서울 한 커피전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QR코드 인증을 통해 방역패스 유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한 커피전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QR코드 인증을 통해 방역패스 유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난 3일부터 방역당국이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적용 범위를 늘리고 6개월의 유효기간을 도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접종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을 재차 제기하면서 방역패스에 대한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이 도입됨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날부터 6개월이 지난 경우 효력이 만료된다. 유효기간이 임박한 접종 완료자는 3차 접종을 해야 방역패스의 효력이 이어지며, 3차 접종을 완료하면 당일부터 즉시 방역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은 대규모 점포, 영화관·공연장,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목욕장업, 경륜·경정·경마·카지노, 식당·카페, 학원, 독서실·스터디 카페, 멀티방, PC방, 실내 스포츠 경기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파티룸, 도서관, 마사지업소·안마소 등 총 17개곳이다.

해당 방역 대책은 일주일의 계도기간을 거치며, 오는 10일부터는 위반할 경우 과태료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명백한 ‘강요’이며 ‘차별’이라 주장하고 있다. 특히 QR코드를 전자출입 명부 인식기에 대면 “접종 완료자입니다”, “딩동” 등 두 가지 음성으로 접종과 미접종자를 구분하는 유효기간 정책은 더욱 반발을 부추겼다.

방역당국은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방역패스 제도가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정책에 대한 입장을 공표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붙여있는 백신 미접종차 출입 금지 문구. ⓒ투데이신문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붙여있는 백신 미접종차 출입 금지 문구. ⓒ투데이신문

마트마저 방역패스…기본권 침해 논란도

최근 방역당국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도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는 강화된 방역 대책을 예고했다. 앞으로 미접종자는 PCR(유전자증폭검사)에서 48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를 받지 않는 이상 식당과 카페 등에 이어 마트 출입마저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본권’ 침해가 아니냐고 주장하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전광역시에 거주하는 남성 A씨는 “장기간 한 곳에서만 근무해야 하는 직업 환경상 백신을 맞지 못했다”며 “그런데 현재 부모님이랑 외식도 못하고 있을뿐더러 앞으로는 마트에서 혼자 장도 못 봐 생활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검사를 하고 식당 등을 가도 전자출입 명부부터 차별을 하니 마치 미접종자가 범죄자가 된 기분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파주시에 거주하는 여성 B씨는 “기저질환이 있어서 백신 접종을 하지 못했다”며 “직업 특성상 백화점을 출입해야 하는데, 방역패스 제도가 강화돼 현재 자신 때문에 회사에서 스케줄을 조정하는 등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직업, 질병 등의 개개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이 억울하다고 B씨는 털어놨다.

배 속 아이 때문에도 접종을 망설이는 시민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3일 자신을 임산부라고 밝힌 청원인 C씨가 등장했다. 그는 “첫째는 7살이며, 둘째를 임신한 지 5개월 된 엄마다”고 소개했다. C씨는 “첫째는 아직도 엄마의 손이 필요한 어린아이지만 정부에서 내린 방역패스로 인해 엄마는 아이에게 매일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산다”며 “백신이 아니어도 매달을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살고 있는 임산부에게 백신까지 강요를 하냐. 왜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냐”며 반발했다.

<사진제공=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고소부터 시위까지 발 뻗은 사람들

이렇듯 일상 속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고 고소 혹은 시위로 보다 목소리를 높이는 시민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를 포함한 의료계 종사자와 일반 시민 등 1023명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서울시장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방역패스가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행정처분은 취소돼야 하고, 해당 조치를 잠정적으로 중단시켜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일본, 미국 등 처럼 과도한 정부 통제 대신 경중 환자는 자유롭게 둬 집단면역을 유도하고 중증 환자만 집중 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제외됐던 소아·청소년들이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며 기간 안에 접종을 완료하지 않으면 학원 등 방역패스 시설에 출입할 수 없게 되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과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은 지난 4일 법원에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 행정명령 집행정지를 제기했다. 법원은 다음날 해당 사건의 일부 인용 판결하며 학무보 단체들의 손을 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표한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 청소년 방역패스 의무시설로 지정한 정책은 본안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방역패스로 인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은 시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비대위)는 4일 성명문을 통해 6일부터 14일까지 오후 9시 이후 업소의 간판과 업장 내 불을 켜는 점등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방역패스 및 영업제한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제 지난 6일 밤에는 전국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점포의 간판과 내부 불을 켜며 영업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자비대위는 “지난달 22일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집회를 열고 요구안을 전달했으나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채 (거리두기 지침이) 2주가 더 연장됐다”며 “손실보상 500만원 선지급 조치는 대상을 55만명으로 줄이는 대출 방식의 반쪽짜리 조치”라고 비판했다.

자비대위 조지현 공동대표는 “영업제한과 방역패스 등 정부의 행정 명령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위를 결심하게 됐다”며 “앞서 2년 동안 방역 대책을 따라왔음에도 지금의 정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극단적인 방역대책은 불공평한 처사다. 심지어 유지할 수 있는 손실 보상마저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방역을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대책과 함께 영업권이 공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한 보건소가 진행한 찾아가는 예방접종 현장.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서울시 한 보건소가 진행한 찾아가는 예방접종 현장.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그럼에도 ‘백신 접종’ 강조되는 이유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전해철 2차장은 지난 5일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미접종자 보호와 감염 확산 차단, 의료대응 여력 확보를 위해 대상 시설을 한정해 방역패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향후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균형 있게 운용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전 2차장은 최근 일주일간(지난해 12월 29일~지난 4일) 일평균 확진자 수가 4224명으로 전 주 대비 26% 감소한 수치를 보였고, 지난주 감염 재생산지수가 0.86으로 지난해 12월 둘째주부터 3주 연속 감소 추세라며 유행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날 위중증 환자 수는 953명으로 최근 2주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환자가 위중증으로 격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며, 정상적인 의료체계 유지를 위해서는 방역패스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WHO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대유행이 3년째에 접어든 올해 팬데믹을 끝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가 목표대로 세계 백신 접종률 70% 달성한다면 가능하다”고 서술했다. 이어 “접종률 70%에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의료계 종사자 등 감염에 취약한 집단이 포함돼야 한다”며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짚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로 정부는 백신 추가 접종을 시행하고 이에 발맞춰 방역패스 적용 시설을 확대하는 등 갖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법원은 방역패스가 접종을 간접적으로 강제해 미접종자가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라고 판단하면서 여러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시민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다수의 안전을 위해서 방역패스 도입 등 정부의 선제적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백신 접종은 선택이고 자유라며 방역패스라는 정책은 정부의 강압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펴는 쪽으로 나뉘어 여전히 방역패스에 둘러싼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방역당국과 일각에서 백신 접종이 자유인지, 의무인지에 대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앞으로도 방역패스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