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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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지하철 역사 내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부착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3일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에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역사 등에 부착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두 기관에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격 관련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소속기관에 해당 사례를 전파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1월 노숙인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역사 내에 부착된 ‘노숙인의 고의 파손으로 피해 보상 청구 중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 발견 시 역무실로 신고 바란다’는 글귀가 적힌 게시물이 노숙인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인권위는 인격권 침해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 게시물이 모두 철거됐지만 이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됐기 때문에 노숙인의 피해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유사 사례가 다른 역사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인권위는 해당 게시물 속 노상 배설 행위나 시설물 파손을 금한다는 내용이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임에도, 그 대상을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 측에서 ‘노숙인’이라고 특정한 것이 노숙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TV 파손에 관한 게시물을 부착한 피진정인 측은 “지난해 9월경 특정 노숙인이 역사 내의 TV를 파손했고, 이후 철도 이용객을 위한 안내 게시물을 부착했다”며 “해당 문구가 노숙인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며 현재는 게시물을 제거했다”고 답변했다.

엘리베이터에 노숙인 관련 게시물을 부착한 또 다른 피진정인 측은 “지난해 5~6월에 특정 노숙인 2~3인이 역사 안에 상습 방뇨를 해 직원들의 고충이 컸고 관련 민원도 1일 8~9회 접수되는 등 개선 요청이 있었다”며 “이 때문에 해당 게시물을 부착했으나 현재는 모두 제거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많은 시민이 지나다니는 역사 안에 부착한 것은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는 행위”라며 “노숙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부착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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