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근본적 변화 불가피한 상황 맞아
민주주의 쟁취 위해 일원화된 군대조직
민주화 이후에도 획일화된 조직 문화 선호
후배 세대와 친하기 위해 ‘아재 개그’ 탄생
시대 변화에 제대로 적응 못하고 도태돼

공식사과하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공식사과하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회는 지난 12일 당내 성비위 의혹으로 박완주 의원을 제명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똥이 확산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처이다. 하지만 그 역풍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특히 민주당 내에 계속해서 성비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민주당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은 당을 주도하고 있는 86세력의 교체를 의미한다.

86세력은 전두환 세력을 몰아내고 직선제를 쟁취한 세력이다.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 제도권 정치로 뛰어들었고, 문재인 정부를 만들어낸 세력이다. 민주화를 이뤄낸 세력이면서 우리 사회의 한축을 담당했던 세력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변화된 세월 속에서 자신은 변화하지 않고 86시대 그대로의 사고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는 분위기다.

이른바 꼰대 문화로 불리는 갑질 문화에 젖어 있는 세대라는 평가다. 수직적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수평적 문화에 대한 이해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물론 본인 스스로는 ‘수평적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뒷세대들이 바라봤을 때는 ‘꼰대’ 그 자체이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머리와 가슴 따로 놀아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직선제 개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전두환 정권과 투쟁을 해야 했다. 효율적인 투쟁 문화를 만들어야 했고, 군대 조직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다.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그 이유는 그래야만 전두환 정권의 수사망을 피하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선배 혹은 그 윗선은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이에 상명하복 문화가 고스란히 베여있는 존재들이 86세대들이다.

그렇게 해서 민주화를 쟁취하면서 그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낭만’이라고 포장했다. 후배는 선배를 깍듯하게 모시고, 선배는 후배에게 자애를 베푸는 것이 미덕이고 낭만이었다고 포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화는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후배는 선배의 지시를 따라야 했고, 선배는 후배를 가르쳐주는 그런 존재였다.

86세대란

그러다가 세상이 바뀌면서 수평적 문화가 90년대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X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X세대는 윗세대인 86세대를 바라볼 때 ‘꼰대’ 그 자체였다. 군대와 같은 수직적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오죽하면 ‘X’라는 말이 붙을 정도였으니 기존의 사회규범 즉 86세대가 쌓아올린 사회 규범을 거부하는 세대가 X세대였다.

그러다보니 86세대는 자신의 가치관과 X세대 가치관 사이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X세대를 넘어 Y세대의 출현과 MZ세대의 출현 등으로 인해 86세대는 자신이 갖고 있던 기존 가치관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겉으로는 후배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때가 좋았지’라는 꼰대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후배 세대의 ‘수평적 문화’는 입으로는 이해한다고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공감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 세대와 친분을 갖고 지내고 싶어하고,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게 된다. 

그러다보니 ‘친분’을 쌓기 위해 ‘농담’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후배 세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아재 개그’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즉, 86세대가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후배 세대와 친분을 쌓는 용도로 농담을 주고 받으려고 하다보니 ‘아재 개그’가 튀어나오게 되는 셈이다.

그런 아재 개그 중에 19금까지 가는 수위가 다소 강한 농담도 가끔 튀어나온다. 문제는 성인지 감수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언행이 ‘성인지 감수성’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후배 세대들은 학교에서 성교육이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을 하지만 86세대는 그런 교육조차 제대로 받아본 세대가 아니다.

어떤 언행이 성인지 감수성에 위배되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막연하게만 알고 있을 뿐이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아재 개그의 위험성

86세대가 소위 ‘아재개그’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과거의 습관에 사로잡혀 자신의 언행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86세대가 포진한 민주당 내부에서 계속해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들 86세대가 시대가 변화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그들이 후배를 위해 용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이룬 위대한 업적을 갖고 있지만 국회 내에서 ‘민주주의’를 얼마나 실현했는지 여부는 다시 평가해야 한다.

과거 민주화 투쟁의 습관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즉, 민주화 투쟁 때 상명하복 문화가 민주화를 이루는 중요한 근본이 됐지만 국회 내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데 있어서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제 다원주의 시대가 됐다. 86세대만 하더라도 하나의 가치관과 하나의 이념으로도 충분히 사회가 운영돼 왔지만 이제는 하나의 가치관과 하나의 이념으로 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점을 비쳐볼 때 86세대의 용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원주의 사회고 다양성을 지향해야 한다면 획일화된 습관을 갖고 있는 86세대의 용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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