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L 존슨·퍼트리샤 모런 지음 / 손희정·김하현 옮김│548쪽│140*224(양장)mm│글항아리│2만2000원

루이스는 “더 사교적이고 덜 공격적인 여성의 성향은 권력의 세계에서 2등 계급에 속하는 사회적 위치에 기반해 수치심을 느끼기 쉬운 성향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수치심과 여성 종속의 문제를 연결한다. 루이스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타인을 고려하도록 사회화되었으며, 이는 특히 여성이 관계가 깨졌거나 평가절하되었을 때 수치심과 우울에 취약하게 만든다. 바트키는 수치심에 함축되어 있는 개인의 부족함이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의 모든 논리와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루이스의 정의를 확장한다. 수치심은 심판하고 지배하는 타인들의 (육체적이고 감정적인) 학대와 거부로부터 비롯된다. 또한 수치심은 그렇게 수치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의 승인된 권위를 강화한다. _2장 「강간, 트라우마, 그리고 수치심」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20세기 여성 작가들의 텍스트를 ‘수치심’이라는 주제로 분석한 책 <여성의 수치심: 젠더화된 수치심의 문법들(이하 여성의 수치심)>이 출간됐다.

책은 수치심이 한 여성의 내면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드는 순간부터 그 여성이 수치심과 관계 맺는 과정, 그 관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산 및 치환하거나 완성해내는 궤적을 각기 다른 작품과 주제를 통해 탐구하고 있다.

신체, 가족, 그리고 사회라는 분석 틀로 여성이라는 젠더 자체, 여성 신체와 여성 섹슈얼리티, 동성애 수치심,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종차별, 이성애 관계와 제도에 종속된 여성 예술가, 소녀들의 세계와 집단 괴롭힘, 여성의 수난과 불행, 국가에 의한 여성 신체 착취, 여성성을 모욕하는 민족과 종교, 힌두 및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에게 자행되는 잔혹한 폭력과 멸시, 소외감과 수치심의 관계 등 광범위한 이슈를 다룬다.

수치심학의 계보부터 문학, 정동 이론, 페미니즘 및 퀴어 이론, 장애학, 포스트 식민주의, 문화 이론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대표하는 학자들의 논의도 소개하며 수치라는 이데올로기, 젠더화된 수치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거센 백래시와 혐오문화 속에서 수치의 이데올로기는 점점 더 노골화하며 견고해지고, 수치심은 점점 더 강력한 동학이 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수치심>은 그것이 작동하는 문법을 해석함으로써, 그 움직임을 간파하고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웨이크포리스트대학 메리 K. 드셰이저 교수는 “이 책은 가장 수준 높은 페미니스트 학문의 전형을 보여주며, 사안에 시의적절하게 개입한다. 학제간 연구의 견고함을 보여주는 힘 있는 저서다”라고 평가했다.

웨인주립대학 조너선 플래틀리 교수는 “정동 연구, 여성학과 젠더 연구에 몸담은 학자들에게 대단히 가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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