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13일 여야는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시작부터 당초 합의했던 노 위원장 상대 질의 의원수 제한 문제로 고성이 오갔다. 여당은 사전투표 제도의 문제점과 국정원이 지적한 해킹 우려, 고위직 특혜채용건 등을 지적했다. 야당은 이에 대한 반박성 질의로 맞섰다.

통상 중앙선관위 국감은 위원장이 아닌 사무총장이 받아왔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해 행안위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행안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선관위의 역할에는 명과 암이 있다”고 운을 떼며 “선거의 투명성 제고와 사전투표제 도입 등이 빛이라면 최근 채용비리와 해킹의혹은 그림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용비리와 해킹의혹은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선관위를 길들여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며 “감사원과 국가정보원을 동원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선관위원장을 국회에 출석시켜 망신주기를 하는 것은 노골적인 선관위 흔들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스스로 사법부와 헌법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시키는 불행한 선례를 만든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에서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기가 막힌다.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선거의 신뢰성이라는 것은 국가공동체의 존속과 국민의 신뢰가 걸린 주권의 생명줄”이라며 “신뢰성이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불이익을 어떻게 감당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지금 선관위를 보면 선관위원장 불출석 관행을 존중하는 게 맞는 것인가 싶다”며 “무너져 내린 선관위 체제에 대해 책임 있는 기관장 답변을 듣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대안을 물어보는 것이 국민의 대표로서 의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 아니겠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왜 선관위 세 글자만 나오면 이렇게 방탄모드가 되는 것인지, 노태악 지키기에 무엇을 위해 쩔쩔매는 건가”라며 “왜 우리가 의원 3명으로 (질의를) 한정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회의장 내 고성은 더욱 거세졌다. 김웅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질의를 못하게 하느냐’고 따졌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김교흥 행안위원장은 중재에 나서면서도 고성이 지속되자 “속기록에 나와 있고 조정을 해서 합의한 것인데 왜 딴소리를 하느냐”고 지적했다.

선관위원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

장내 소란이 정리되며 진행된 질의에서 여당은 문제제기와 함께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물었고, 야당은 특혜채용과 보안취약 등의 개선을 말하면서도 부정선거 의혹 등에는 반박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 발표 내용을 보면 사전투표는 물론이고 개표결과까지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선거인명부시스템을 해킹해서 사전투표한 사람을 안 한 것처럼 바꿀 수도 있고, 유령유권자를 명부에 올릴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선관위가 공정한 선거관리와 고소고발 주체였는데 이제 수사대상이 됐다. 책임감을 느껴 거취문제를 결심해야한다고 발언한 적 있는데 거취를 포함해 책임감에 대해 말해달라”며 노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같 은당 조은희 의원도 “위원장이 잘못했다, 잘못하지 않았나, 시시비비가 아니고 수장으로서 이런 상황까지 온 책임을 지고 용퇴할 생각은 없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노 위원장은 “지난 5월 특혜채용 사태 터지고 계속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그걸 원하는 국민이 있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기존 사람들이 물러나는 상황에서 사태를 극복하고, 제대로 감사 받고, 수사 받고 해야 한다. 내년 총선이 바로 눈앞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다”며 “지적한 부분들이 마무리되고, 책임져야 될 일이 있다면 바로 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