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 존엄과 평등을 위한 과제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

코로나19 유가족 및 시민사회단체 등 참석
사회적 애도 없어…‘사회적 참사’ 인정돼야
공공병원과 인력 확충·취약계층 보호 요구도
“인권문제 여전…불평등·차별·혐오 해결 필요”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가 주최한 ‘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 존엄과 평등을 위한 과제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코로나19 사망자 추모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가 주최한 ‘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 존엄과 평등을 위한 과제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코로나19 사망자 추모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하 코로나19) 사망자 유족과 인권·시민·노동단체들이 팬데믹 당시 드러난 인권 문제를 짚고 코로나19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추모와 사회의 성찰·변화를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6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 존엄과 평등을 위한 과제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람의 집계가 멈춰졌을 뿐, 아직 누군가는 감염에 시달리고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며 “바이러스를 대하는 감각이 약해졌을 뿐 여전히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한 멈춤에 경제는 붕괴되고, 재난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집중됐다”며 “불평등·차별·혐오가 깊어졌고 병상 부족, 간호인력 부족 등 부실한 공공의료 체계가 드러났으며 방역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가 유예되는 것은 물론 감염을 범죄화 하는 과정까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으로 지난 3년간 3만6000여명(지난 2023년 8월 31일 기준)이 생명을 잃었음에도 정부는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애도, 국가차원의 추모뿐만 아니라 어떠한 성찰·변화조차 없이 그저 개인의 안타까운 문제로만 남겨 놓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지난 2022년 어머니를 떠나보냈다는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 마민지씨는 “유가족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병실이 없어 거리를 헤매고 임종면회조차 하지 못한 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괴롭다”고 호소했다.

이어 “당시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공동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라 여기고 그저 운이 나쁘고 어쩔 수가 없는 전염병 상황이라 말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나신 분들이 너무나 많고,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고,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이 아직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이 죽음들이 팬데믹이라는 사회적 참사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국장은 코로나19 당시 겪었던 공공의료 현장에 대해 발언했다. 이 기획국장은 “지난 팬데믹 상황에서 절대다수의 코로나19 환자를 돌본 것은 공공병원이다 보니, 당시 그 희생이 영웅처럼 칭송받았지만 사실은 비극이었다”며 “코로나19를 기피한 95%의 민간병원들이 만든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5%의 공공병원들은 일상적인 진료를 포기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진짜 병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이윤 중심의 의료 체계”라며 “공공병원을 확충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결과로 공공병원에 지어진 적자와 존폐 위기를 책임지지 않고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논리로 확충 계획을 전부 무산시키고 있다”며 변화를 요구했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가 주최한&nbsp;‘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 존엄과 평등을 위한 과제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인권문제가 드러난 현장 사진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br>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가 주최한 ‘코로나19가 남긴 질문들, 존엄과 평등을 위한 과제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인권문제가 드러난 현장 사진을 들고 있다. ⓒ투데이신문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조혜연 활동가는 코로나19 당시 노동 현장에 대해 “코로나19 발병 초기에는 밀집해 일하는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단 감염이라는 형태로 드러났다”며 “콜센터, 쿠팡 물류센터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그저 일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노동자들은 기업의 이윤과 효율이 우선 시되고 일터에서의 권리보다는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기업은 책임져야 할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일은 늘 뒷전이고 위기의 시기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보다는 이윤이 우선이고, 이를 우리 사회가 용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소수자 혐오라는 주제로 발언에 나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는 중국 동포와 대림동에 대한 혐오가 확산됐던 코로나19 초기 명칭 ‘우한폐렴’, 감염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시, 연휴 직후 이태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등을 언급하며 코로나19 당시 혐오들이 만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정부는 무관용과 구속기조로 수사하고 처벌하겠다는 기조를 내밀고,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방역조치를 위반하면 이를 처벌했다”며 “이 같은 정부의 엄벌주의 기조는 시민들이 연대하지 못한 채 서로를 불법행위자, 범법자로 낙인찍게 만들었고 오히려 불신하고 감시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엄벌주의와 고립의 방역 정책 하에서 피해를 받은 것 역시 소수자와 약자”이라며 “앞으로 또 다른 감염병이 사회적 차별과 만나 사회적 참사가 되지 않도록 해야 되며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들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네트워크센터 희우 활동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보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정부는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파악을 위해 엄청난 개인정보 수집을 했다”며 “카드 및 교통카드 사용기록, CCTV 영상 기록, 그리고 수사에나 활용되던 기지국을 통한 대량의 위치 정보까지 수집되는 등 평상시에는 상상도 못 할 감시 시스템이 펼쳐졌다”고 짚었다.

이어 “확진자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상점들까지도 2차 피해를 입게 됐다”며 “당장의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 국가가 편한 방식으로 뜯어고쳤던 법들을 인권의 원칙에 맞게 되돌리고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무차별적 데이터 수집이 아닌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정부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마주했던 문제들은 그대로 방치한 채 우리들에게 ‘일상을 회복했다’고 말한다”며 “수많은 집단감염을 비롯한 인권문제를 야기한 장애·요양시설은 여전히 변함없고, 돌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은 사라진 채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프면 여전히 쉴 수 없고, 사회적 취약계층은 여전히 재난에 취약하다”며 “이윤과 성장 중심의 사회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감염병을 통해 위기를 경험하고 수많은 사람을 잃었지만 달라진 것 없는 사회, 이대로 괜찮나”며 반문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오는 20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인근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을 기리는 추모 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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