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비철금속 전문기업 영풍이 연초부터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영업이익 적자 전환, 노동자 사망 등 운영 문제부터 70여년 공동경영을 이어온 고려아연과의 갈등까지 내부 잡음이 잇따르는 모습이다. 

지난 3월 8일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제1공장 하청노동자 고(故) 오모(52)씨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중 위에서 떨어진 석고 덩이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영풍은 갑진년 초입인 지난 1월 4일에도 석포제련소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6일 석포제련소에서 탱크 모터를 교체하던 하청노동자 4명이 별안간 복통과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이들 중 한 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석포제련소를 죽음의 공장이라고 명명한다. 1997년 이후 14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갔고 제련소 주변의 산림도 고사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석포제련소의 공해물질로 인한 낙동강 오염 우려와 주민들의 건강 위협 논란은 오래된 갈등이기도 하다. 

죽음 위에 쌓아 올린 성과가 혁혁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달 13일 공시 내용에 따르면 영풍의 지난해 매출은 3조76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98억원, -84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풍은 이에 대해 “연결 지배, 종속기업의 실적 악화에 따른 연결손실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업장 안전 문제와 실적 악화 속에서도 영풍은 공동경영 파트너인 고려아연과의 세 싸움에 여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공동 설립하며 출범했다. 이후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장씨 일가가 영풍과 전자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각각 이끌어 왔다. 

하지만 두 기업은 최근 ‘유상증자 관련 정관 변경’과 ‘결산 배당 규모’ 등 두고 갈등을 키워왔다. 오는 19일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는 사실상 양측의 표 대결이 예고된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을 통해 외국 합작법인 대상으로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다는 제한을 없애려 하고 있으며 영풍은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이 결산 배당을 1주당 5000원으로 책정한 것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갈등의 불씨가 됐다. 영풍은 앞서 고려아연이 진행했던 해외 합작법인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됐고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배당금도 줄어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영풍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가 최대주주인 영풍의 지분가치를 낮추는 한편, 최씨 일가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도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의 요구대로 1주당 1만원을 배당할 경우 환원율이 96%에 달한다고 항변한다. 주식회사가 주주에게 배당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추가 투자를 통한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유보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수차례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영풍이 고려아연의 배당금 축소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고려아연이 영풍에 지급한 최근 5년간 배당금 누적액은 3576억원으로 같은 기간 발생한 적자 -1371억원을 상회한다. 

어쩌면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발생한 하청노동자의 사망은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사업으로는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고 다른 회사의 배당금으로 적자 폭을 줄이고 있는 기업이 안전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두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작업이 중요한 제조업 기업에서 경영 분쟁이 벌어질 때, 유독 잦은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사례를 보게 된다. 흔히 안전은 공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시간과 비용과 노력과 정성을 투입한 만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영풍은 지금 주총 배당금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 사업장 안전에 대한 계획을 내놔야 할 때다. 부디 영풍의 잇따른 사망사고가 이 같은 우려의 전초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