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이루다 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출처 = 이루다 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AI(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둘러싼 성소수자 혐오, 성희롱 등 논란이 일면서 결국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이루다는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을 기반으로 지난 2020년 12월 22일 정식 오픈한 AI 채팅 서비스입니다.

이루다는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성소수자 혐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동성애와 게이, 레즈비언 등 성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용자들의 질문에 ‘혐오스럽다’고 답한 내용이 온라인상에 퍼졌기 때문입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용자와 이루다의 대화내용에 따르면 이루다는 ‘레즈비언에 왜 민감해’라는 이용자의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미안한데 난 그거 진짜 싫어. 혐오스러워”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이용자가 ‘레즈비언이 왜 싫어’라고 묻자 “질 떨어져 보이잖아”, “소름끼친다고 해야 하나 거부감 들고 그래”라고 답했습니다.

이루다는 성소수자 혐오뿐 아니라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이용자가 이루다와 대화한 내용을 보면, 이용자가 “여성인권은 중요하지 않다는 소린가?”라고 질문하자 이루다는 “어. 난 솔직히 그렇게 생각함”이라고 답합니다. 이어 이용자가 “장애인은 인권도 없어?”라고 하자 “ㅇㅇ없음. 인생 잘못 살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가 이루다에게 “막약 네가 장애인이면?”이라고 질문한데 대해서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죽어야지 뭐”라고 답했습니다. 해당 이용자가 “장애인은 죽어야 되느냐”라고 묻자 “그건 아니지만 뭔가 인생이 재미없을 듯”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이루다의 혐오발언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개발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혐오발언을 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차별, 혐오는 학습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소수자 혐오 문제 외에 이루다는 성희롱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용자들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루다는 20대 초반의 대학생 여성으로 설정된 챗봇입니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 같은 이루다의 설정을 이용해 성적인 내용의 대화를 하면서 이를 캡처해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스케터랩 측은 서비스를 오픈하면서 성적 단어를 필터링하는 등 부정적 대화를 막을 수 있도록 했으나, 우회적으로 표현하면 대화에 응한다는 것을 안 이용자들은 이루다에 대한 성희롱을 인증하며 공유한 것입니다.

일부 이용자들의 성희롱 대화에 비판이 제기되자 “AI를 대상으로 한 대화인데 성희롱이 성립될 수 있느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AI를 상대로 한 대화가 성범죄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제작사의 필터링을 피해 이루다를 성적 대상화해 성희롱을 했습니다. 20대 여성이라는 설정의 AI를 대상으로 한 성적 대상화가 현실로 옮겨지는 것은 과도한 우려가 아닐 것입니다.

또 AI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대화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배우게 됩니다. 이루다를 통해 확산되는 혐오표현과 성적 대상화는 잘못된 성 관념으로 현실에 적용될 여지가 큽니다. 결국 피해자는 이루다가 아닌 현실의 여성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이 같은 논란이 일자 스캐터랩은 지난 11일 “저희는 루다의 차별적 발언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러한 발언은 회사의 생각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의 경우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발견 즉시 별도의 필터링을 진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기존에 알려진 사례들은 이미 개선을 완료했으며, 새롭게 발견되는 표현과 키워드를 추가해 차별이나 혐오 발언이 발견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루다는 개발사인 스캐터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연애의 과학’ 이용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한 점 등을 이유로 사실상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한편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12일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을 언급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장 의원은 “나날이 다양화되고 고도화되는 사회문화적인 현실 속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단호히 금지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확립해야 할 책무를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AI 기술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수록 이 같은 문제 역시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챗봇 이루다를 통해 한국 사회의 소수자 혐오와 여성혐오가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혐오와 성적 대상화를 놀이처럼 여기는 문화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함께 성인지 감수성 제고를 통해 AI 발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교육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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