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5월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코로나손실보상법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5월 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코로나손실보상법 통과를 촉구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청년 여성 정치인에 대해 여성성을 근거로 한 공격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SNS에 국회의원 임기 1년을 맞이한 소감과 함께 그간 자신에게 향했던 악성 댓글을 공개했습니다.

류 의원은 “20대 여성이 국회의원이 되면 일어날 일을 모두가 궁금해 했다”며 “저는 ‘류호정’을 공론장 위에 전시하는 것, ‘어린 여자’의 공적 활동에 대한 편견을 공론장 위에 내놓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수많은 지지와 응원, 비판을 받았다”며 “그 도움으로 힘껏 일할 수 있었고, 부족했던 부분을 챙길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류 의원은 “유독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난의 정도를 넘은 욕설이 자주 보였다”면서 “지난 1년간 제게 달린 비난과 욕설을 전시한다”며 악성 댓글을 캡처해 업로드했습니다.

류 의원이 업로드한 캡처에는 ‘메갈X', ‘꼴페미’, ‘미친X’ 등 도를 넘어선 원색적인 비난이 담겨 있습니다.

심지어는 류 의원의 옷차림을 두고 외모를 품평하는 댓글도 있었으며 ‘국회에서도 미투가 발생할지 모른다’면서 ‘남자 의원들 조심하라’며 성폭력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글도 있었습니다.

류 의원을 향한 이 같은 비난은 대부분 의정활동에 대한 비판이 아닌 여성성에 기초한 욕설이었습니다. 또 ‘어려서 개념이 없다’는 등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류 의원은 “그동안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정치인 류호정은 나약하지 않고, 류호정은 예민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도 “마냥 괜찮다 할 수는 없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의 이야기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알리고, 취약계층 여성의 생리대 보급에 기부했던 연예인이 있었다”며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플을 방송에서 직접 읽기까지 해야 했던 그에게 미안해서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런 댓글이 목적한 바를 달성하면 안 되기에 너무 힘들다고 할 수도 없다”면서 “괜찮지도, 힘들지도 못하지만 계속 지켜보겠다. 온라인 채널을 애써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류 의원은 “이제 겨우 1년이다. 국회는 익숙해졌지만, 류호정의 ‘낯선 정치’는 처음과 같다”면서 “앞으로도 당당히 부딪치며 소리 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류 의원을 공격하는 말들은 그가 여성이라는 점과 청년이라는 점에 기반한 비방이 주를 이룹니다. ‘어려서’, ‘메갈이라서’, ‘꼴페미라서’ 자격이 없는 무능한 국회의원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류 의원은 청년,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임승차’한 정치인이 아닙니다. 그는 게임회사 내에서 여성혐오에 대응하고, 노조 설립에 참여하고,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선전홍보부장으로 활동하며 노동자, 노조 상근활동가로서 활동한 인물입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삼성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임원의 국회 무단출입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서부발전의 노동안전 문제, 공영홈쇼핑의 부정채용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활약해 ‘국감스타’로 떠오르며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또 강간죄의 구성요건에 동의 여부를 포함하는 ‘비동의강간죄(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채용비리처벌 특별법, 포괄임금제 금지·임금체불 근절 등을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법안 발의에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손실보상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 달이 넘도록 농성을 지속하는 등 민생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국회의원직에 걸맞게 활동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류 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서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류 의원에게 쏟아지는 욕설은 의정활동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이 대다수입니다. 류 의원에게 쏟아지는 악성 댓글은 청년 여성 정치인인 같은 당 장혜영 의원에게도 비슷하게 달리고 있습니다.

류 의원은 “저는 대중의 비판을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정치인”이라며 이 같은 악성 댓글에도 힘들다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류 의원이 공개한 캡처본에 담긴 욕설을 당연한 듯,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린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편견과 비난은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는 여성혐오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여성 정치인들이 ‘어린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고 마음껏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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