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 안산, 장민희, 강채영 선수가 지난 7월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왼쪽부터)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 안산, 장민희, 강채영 선수가 지난 7월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열정이 빛난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지난 8일 폐막했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여성 선수들이 참가하며 성평등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선수는 48.8%에 달해 선수단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또 개회식에서 참가팀 전부가 여성과 남성 공동 기수를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성적 대상화에 맞선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독일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은 노출이 심한 여성 체조 선수복 ‘레오타드’가 성적 대상화에 일조한다며 몸통부터 발목까지 가려지는 ‘유니타드’를 입고 출전했습니다.

또 여자 역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하면서 의미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한 뉴질랜드의 여자 역도 선수 로럴 허버드는 여자 역도 87kg 이상 A그룹 경기에 출전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트랜스젠더 역도 선수가 됐습니다.

인상 3차 시기를 모두 실패했지만 그는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는 사상 첫 트랜스젠더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캐나다의 여자 축구선수 레베카 퀸입니다. 레베카 퀸 선수는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에도 여자 축구에서 동메달을 따냈으나 당시에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9월 커밍아웃을 한 레베카 퀸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캐나다가 여자 축구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최초의 트랜스젠더 축구선수가 됐습니다.

이들 외에도 스케이트보드에서도 미국의 트랜스젠더 선수 앨러나 스미스가 출전하면서 총 3명의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이처럼 올림픽은 성평등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고, 여성 선수들이 약진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올림픽 사상 첫 여자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에 대해 쏟아진 어이없는 비난, 여성 선수에 대한 성적 대상화 등 성차별적인 중계와 해설 등으로 인해 빛이 바랬습니다.

안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 숏컷을 하고 출전했습니다. 이에 일부 남성들은 ‘숏컷을 한 여성은 높은 확률로 페미니스트’라며 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안 선수를 비난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의 올림픽 중계방송에서도 여성차별은 나타났습니다. KBS의 중계진은 여자 탁구 신유빈 선수와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니시아리안 선수에 대해 “동네 탁구장 가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구석에 앉아 있는데 알고 보니 동네 고수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니시아리안 선수의 경기운영을 설명하면서 ‘여우같다’고 표현해 타국 대표선수를 무시한 것은 물론 성차별적인 해설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SBS의 중계진은 여자 양궁 선수들에 대해 ‘태극낭자’라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낭자는 결혼하지 않은 성년 여성을 높여 부르는 말입니다. 남성 선수들에 대해서는 도령 또는 총각이라는 말을 붙이지 않고 ‘태극전사’라는 말을 쓰는 것과 비교할 때 ‘태극낭자’라는 말은 남성을 스포츠 선수의 기본값으로 두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SBS 중계진은 여자 양궁 선수를 향해 ‘얼음공주’라고 표현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간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중계가 있을 때마다 이 같은 표현들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표현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성차별적 중계가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스포츠 캐스터가 대다수 남성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번 올림픽 중계에서 지상파 3사의 캐스터 총 33명 가운데 여성은 2명에 그쳤습니다. SBS는 8명 중 한 명도 없었고, KBS는 15명 가운데 1명, MBC는 10명 중 1명이었습니다.

스포츠 캐스터의 역할은 선수와 팀에 대한 정보와 경기 현장의 분위기와 상황을 시청자가 알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입니다. 또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설명하면서 경기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스포츠 캐스터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것은 ‘스포츠는 남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임을 나타냅니다. 지상파나 스포츠 채널은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를 두고 있지만 인기 종목에 한정돼 있으며, 그마저도 리포터 역할이나 경기 하이라이트를 소개하는 정도의 역할에 그치고 있습니다.

역할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기 현장에서 캐스터로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당연히 경험을 쌓을 수도 없습니다. 남성에게 스포츠 캐스터의 기회가 몰리면 결국 남성의 시각을 중심으로 중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중계진의 젠더 감수성 제고를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스포츠는 남성의 것’이라는 시각을 버리고, 많은 여성 스포츠 캐스터가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성 캐스터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게 될 것이고, 성별에 관계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특정성별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선수들의 노력을 가리지 않을 수 있도록 스포츠계는 물론 방송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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