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 민주시민교육원 전경 ⓒ투데이신문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 민주시민교육원 전경.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7년이 됐다. 이 기간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섰다. 그렇게 시민들의 열망은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고, 이른바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고, 유가족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참사 이후 7년이 지난 만큼 시민들의 관심도 많이 사라진 듯하지만, 시민들과 단체, 관계기관 등에서는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본보는 세월호참사 7주기를 맞아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과 전시를 찾아봤다.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허재강 학생의 어머니가 지난 12일 개원한 4·16민주시민교육원에 마련된 기억교실에서 아들에게 글을 남기고 있다. ⓒ투데이신문
세월호참사 단원고 희생자 허재강 학생의 어머니가 지난 12일 개원한 4·16민주시민교육원에 마련된 기억교실에서 아들에게 글을 남기고 있다. ⓒ투데이신문

3번 이전 끝 정착한 ‘단원고 기억교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2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옛 안산교육지원청 건물에 ‘4·16민주시민교육원(이하 교육원)’을 개원했다. 교육원에는 세월호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교실과 교무실을 복원한 ‘기억교실’이 마련돼 있다.

교육원은 ‘미래희망관’과 ‘기억관’으로 나뉜다. 기억교실이 마련된 곳은 기억관으로, 실제 단원고 희생자들이 재학 당시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 칠판, 사물함 등 모든 시설을 옮겨와 원형을 최대한 복원했다.

이곳에는 단원고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교육원 전명선 원장은 이날 개원식에서 “교육원이 세월호 참사를 공감하고 기억하는 열린 공간, 살아 있는 교육 공간이 되길 바란다”면서 “참여와 실천이 공존하는 깨어있는 시민 교육의 장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억교실을 찾은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은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한국에는 이런 교실(기억교실)이 처음일 것 같다”면서 “이 공간이 마련되기 위해서 유가족분들이 굉장히 애썼다. 단원고 희생자들이 사용한 교실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문짝이며, 창문이며, 칠판이며, 선풍기며, 문에 있는 장식까지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물론 단원고에 기억교실이 마련됐다면 좋았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교실이 복원될 수 있었던 건 너무 다행”이라며 “이런 공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울림이 있는 공간이고, 그런 울림 속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아주 소중한 공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참사 7주기를 맞아 기억하기 위해 기억교실을 방문했다는 총신대학교 4학년 고병희씨는 “(세월호참사는) 단지 사고의 문제가 아니고 당시의 복잡한 요인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억교실과 같은 자료를) 남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기억공간의 필요성을 말했다.

지난 12일 개원한 4·16민주시민교육원 단원고 기억교실 내부 모습. ⓒ투데이신문
지난 12일 개원한 4·16민주시민교육원 단원고 기억교실 내부 모습. ⓒ투데이신문

한나(세례명)씨는 “독일에서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그대로 남기듯이 기억교실이 남아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다음 세대가 기억을 하고 잊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씨는 세월호 7주기를 맞이하는 심정에 대해 “정부가 바뀌면서 진상규명이 될 줄 알았다. 저는 물론 정부를 신뢰하는 편이지만,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채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너무 안타깝다”며 “희생자 부모들에게는 아마 7년이 7일 같이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시민들인 7년이 지나 기억이 희미해졌을 것 같다. 세월호참사를 잘 기억하고 있어야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원미정 경기도의원은 “4.16기억교실은 단원고 희생자들이 공부하고 꿈을 키웠던 공간인데, 어른들의 잘못으로, 국가의 잘못으로 생명을 잃었다. 그래서 이 기억교실은 그 희생자들이 꿈꿨던 세상을 살아있는 사람들이 이뤄주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희생자들이 꿈꿨던 생명과 안전, 그리고 꿈을 희망을 노래하는 공간으로, 많은 시민들이 함께 와서 희생자들을 기억하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계획하고 또 꿈꾸는 공간으로 되살아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세월호참사 7주기인데, 여전히 유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진상규명과 또 책임자 처벌을 위한 단식 그리고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진상규명을 통한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고, 우리나라가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도 정확한 진상규명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희생자들의 가족도 이날 기억교실을 찾았다.

2학년 9반 허재강 학생의 어머니는 “기억교실은 세 번의 이전과정을 거쳐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이 자리가 시민들에게 잊혀지지 않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며 “기억교실은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함께 걸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학년 10반 김혜선 학생의 어머니는 “기억교실을 그냥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이런 공간들은 기록이기도 하고 역사적인 현장이고 보존의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며 “이 공간에 와서 그냥 희생자들을 추모한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장소가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나서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이 멈춰진 것 같다.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느낌이다”라면서 “세월호참사와 같은 아픈 역사들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시민들이 먼저 깨어나야 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억교실이 그 출발점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성유원씨가 지난 14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전시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기억 프로젝트 전시 7.0 개화를 관람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대학생 성유원씨가 지난 14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전시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기억 프로젝트 전시 7.0 <개화(開花)>를 관람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잊지 않기 위한 과정까지도 기억돼야

기억을 남기기 위한 과정을 기록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4·16 기억저장소는 안산 단원구 4·16기억전시관에서 지난 3월 22일부터 오는 9월 25일까지 ‘세월호참사 기억 프로젝트 전시 7.0 <개화(開花)>’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교육원에 마련된 기억교실의 발자취를 담아낸 사진전이다. 참사 직후 단원고부터 두 차례에 걸친 임시이전, 그리고 기억교실이 현재 교육원에 마련되기까지의 모습과 함께 기억교실을 남기기 위한 교실존치운동, 유류품 사진을 관람할 수 있다.

기억교실 이전 과정을 1~4차로 나눠 1차에서는 희생자들이 사용한 단원고 교실의 사진, 2차에서는 기억교실이 단원고에서 경기도안산교육지원청(이하 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임시이전한 시기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3차에서는 교육지원청 별관에서 본관으로 임시이전한 시기의 사진과 희생자들의 명예졸업식 사진을 볼 수 있으며, 4차에서는 교육지원청 본관에서 현재의 기억교실이 마련된 교육원으로의 이전 과정을 볼 수 있다.

또 기억교실을 단원고에 유지하고자 했던 ‘교실존치운동’의 사진과 보존처리 된 단원고 희생자들의 유류품 사진도 볼 수 있다. 아울러 관람객들이 희생자들의 부모님, 참사 당시 구조·수습 활동을 한 잠수사, 유가족활동단체, 동거차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구술·채록한 4·16 구술증언록 <그날을 말하다>를 읽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시관 내에 마련된 의자는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기억저장소 김시현 큐레이터는 “세월호가 기울어져 있던 모습을 본떠 기울여 만든 의자는 관람객들이 이 의자에 앉아 희생자들을 한번 더 생각하고 세워호참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시 주제가 기억교실인 만큼 전시관 내에 시계와 칠판을 배치해 교실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면서 “방문객들이 칠판에 방명록을 기록하면서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관 내의 시계는 4시 16분에 맞춰져 있었다. 김 큐레이터는 “기억교실의 시간은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멈춰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관 천장에는 도예가들이 재능기부로 제작한 희생자 304명의 기억함이 달려있다. 기억함에는 유가족들이 넣어 둔 희생자의 유류품 등이 담겨져 있다. 또 전시관 입구에는 단원고 희생자들에게 편지를 남길 수 있는 지관(紙管)함이 마련돼 있다. 지관함으로 표시된 숫자는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나타내며, 각 반별로 표시된 숫자는 순서대로 희생자-생존자-미수습자 수를 나타낸다.

지난 14일 기념일을 알리는 웹진을 만드는 학교 과제를 위해 기억전시관을 찾았다는 대학생 성유원씨는 “세월호참사 7주기를 맞아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제정된 국가기념일인 ‘국민안전의 날(4월 16일)’을 알리기 위해 조사차 방문하게 됐다”며 “제가 세월호참사의 피해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가 됐다고 생각을 하면 굉장히 슬픈 일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분들도 계시니 저희라도 조금 더 나서서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억의 중요성을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참사 기억공간 벽면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투데이신문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참사 기억공간 벽면에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투데이신문

7주기 맞아 임시개관한 광화문 기억공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됐다가 공사로 인해 문을 닫았던 세월호 기억공간도 세월호참사 7주기를 맞아 임시개관했다.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코로나19와 광화문 광장 공사로 인해 그간 닫혔던 세월호 기억공간을 4월 6일부터 18일까지 임시개관한다”며 “기억공간에 방문해 잊지 않겠다는 그날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달라”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 기억공간 봉사자인 한 시민은 “7주기를 맞아 임시로 개관한 상황이라 임시개관이 끝나는 18일 이후에는 이 공간이 사라질지 이전될지 전혀 알 수가 없다”며 “이번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 기억공간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노란리본을 나눠주며 세월호참사를 기억해달라고 호소한 봉사자 신태균씨는 “기록하고 기억해야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왜 과거를 들추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결국 같은 참사가 반복되는 길”이라며 “정부가 국정원을 동원해 희생자 유가족을 사찰·음해하고 편을 가르는 것까지 사회적 참사의 연장이다. 이런 것들을 모두 기록하고 기억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7주기가 되도록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굉장히 안타깝다. 유가족들은 더욱 힘겨울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떤 식으로든 세월호참사만큼은 해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 마련된 세월호참사 추모관에서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시민들의 다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세월호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억을 이어가고 있다. 기억교실과 광화문 광장 기억공간에서 만난 시민들과 온라인 추모관에 추모의 글을 남긴 시민들은 하나같이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건설을 위해 기억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난 지금, 참사와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것을 통해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통해 안전사회 건설을 이뤄내는 것이 세월호참사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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