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회용 배달용기 월평균 5400만개에 달해
요기요와 협업, 강남구 음식점 약 50곳 시범 운영
배달의민족-쿠팡이츠는 참여 유보…실효성 글쎄
소비자 별도비용 발생·다회용기 강제가 아닌 선택
아직은 시범사업 중…사회적 합의·대안 마련 중요

ⓒ리턴잇 채널 소식 캡쳐화면
ⓒ리턴잇 채널 소식 캡쳐화면

【투데이신문 조유빈 기자】한국은 배달음식 천국이다. 우리나라만큼 배달음식이 넘쳐나는 국가는 전세계를 살펴봐도 찾기 어렵다.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올해 6월 기준으로 1조9722억원에 이르며 이 중 온라인 주문 금액이 97%에 달한다. 대부분의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배달앱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요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한국 사람들의 배달 소비는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배달용기로 쓰이는 일회용기들의 사용량 증가는 필연적인 일이다. 올해 상반기 음식 서비스 거래액 관련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서만 사용된 일회용 배달용기가 월평균 5400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환경운동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배달·포장용기를 생산하는 21개의 업체를 조사한 결과 작년 기준 11만톤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런 일회용기를 줄이기 위해 경기도 공공 배달앱인 배달특급은 동탄 지역에서 올해 7월부터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공공 배달앱 플랫폼의 이용률 저조로 인해 다회용기 확산에 있어서는 지지부진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색연합 측에서도 민간 배달앱의 다회용기 서비스 도입을 강조해 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서울시가 지난 12일부터 전국 최초로 민간 배달 플랫폼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협업해 수거 서비스를 실시, 일회용기를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소비문화 조성 및 확산에 나섰다.

다회용기 서비스는 고객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식사를 마친 후 용기를 문 앞에 두면, 전문업체가 이를 수거해 용기를 세척과 소독 과정을 거쳐 음식점에 재공급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일대 음식점 10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며 현재 약 50곳에 음식점이 참여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10월 12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3개월간 추진된다.

배달음식 다회용기 도입은 쓰레기 감소로 이어져 환경보호 목적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이번 서비스를 시작으로 음식배달 시 100% 다회용기 사용을 목표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나갈 계획이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별도로 부담액을 청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경 부담금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제 첫발을 뗀 다회용기 도입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로 끝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포장용기 선택’에서 다회용기를 선택할 수 있다. ⓒ요기요 앱 캡쳐화면

실제 다회용기 서비스 이용해보니

그렇다면 실제 다회용기가 얼마나 실용적이고 효율성이 좋은지 기자가 직접 주문해봤다.

먼저 요기요앱에 접속하면 바로 메인화면에서 다양한 음식 메뉴들 옆에 ‘다회용기’라는 카테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카테고리에 들어가보면 현재 시범사업에 동참한 음식점들을 볼 수 있다. 약 50곳의 가게가 참가하고 있지만 기자가 위치한 곳에서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한 곳은 30곳 정도에 불과했다.

메뉴를 선택하고 옵션에 들어가보니 바로 ‘포장용기 선택’이라는 굵은 글씨를 볼 수 있었다. 그 밑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다회용기(여러 메뉴 주문시 1회만 선택)’ 등 두 가지 선택사항이 나와 있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추가 비용이 없지만, ‘다회용기’는 500원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번 시범 서비스에서는 다회용기 사용 시 소비자가 500원을 부담하지만 시범사업이 끝난 후에는 1000원을 별도로 내야 된다. 이 이용료는 용기 회수, 세척, 잔반 처리 등에 쓰인다.

부직포로 된 주머니 가방에 담겨져 온 다회용기과 기자가 다회용기를 반납하는 과정 ⓒ투데이신문
(위)부직포로 된 주머니 가방에 담겨져 온 다회용기,  (아래)기자가 다회용기를 반납하는 과정 ⓒ투데이신문

배달음식은 일반적으로 비닐봉지로 담겨서 오지만 다회용기는 부직포로 된 주머니 가방에 담겨져 왔다. 주머니 가방을 조이는 끈에는 노란색 카드가 달려 있었다. 식사후 반납할 시 이용해야 하는 QR코드가 적혀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자세한 설명은 나와있지 않아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 소비자들은 이용에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을 다 먹은 후 다회용기를 주머니 가방에 집어 넣고 밖에 내놓는 게 끝이 아니다. 노란색 카드에 적혀있던 QR코드를 통해 카카오톡 채널 ‘리턴잇’을 추가하고, ‘리턴잇’ 채널 채팅창에 들어가 ‘반납하기’를 눌러야 한다. 그 뒤에도 개인정보 동의와 위치 설정을 하고, 밖에 내놓은 주머니 가방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을 완료해야만 다회용기 반납과정이 끝난다.

앞서 언급한 노란색 카드에는 QR코드와 함께 ‘식사 후 잔반걱정 NO! 뚜껑만 닫아서 집앞에 간단히 반납하세요’라는 문구가 나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이용해보니 이용 후에는 개인정보 동의에, 위치 설정, 사진 업로드 등 반납까지 3~4번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럼에도 일회용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아 나중에 분리수거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고, 장기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회용기 선택권 마련에 그치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은 이 같은 다회용기 서비스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구로구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이모씨(29)는 “코로나19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배달음식을 많이 시켜 먹게 됐고, 분리수거 할 때마다 혼자서 사는데도 매번 플라스틱이 한가득 나오는 것을 보고 죄책감을 느꼈다”며 “어서 사업이 확대돼 얼른 다회용기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녹색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달 쓰레기 대책으로 다회용기 사용 확대를 위한 시스템 마련(40%)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았고, 이어 일회용기 사용 규제(33%)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녹색연합은 코로나19 이후로 온라인 음식 서비스 시장의 급성장으로 배달음식 주문이 늘어난 것에 따라 일회용 배달용기의 개선 요구가 필요하다고 판단, 다회용기 사용 확산에 있어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민간 배달앱 사의 이런 서비스 도입의 필요성을 요구했다. 그 결과, 요기요가 이번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통해 민간 배달앱의 첫 번째 시도가 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배달업체들은 다회용기 도입에 대해 아직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현재 배달앱 점유율은 지난 1월 기준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순이다. 요기요를 제외한 국내 주요 배달앱 시장 점유율 약 80%를 차지하는 업체들의 참여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다회용기에 관해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아무래도 다회용기를 사용 시 수거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비용 문제, 위생문제 등 여러 가지 고려사항들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다회용기에 관련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 책임,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이번 서비스의 소비자 부담비용에 대해서는 개선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비자가 별도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맞지 않고, 기업의 책임이 우선된다는 주장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정가은(28)씨는 “소비자에게만 부담을 과중시키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이 비용을 지자체에서 세금으로 부담하는 건 배달음식을 안 먹는 사람도 돈을 내는 것이 돼 불공평하다”며 “개인적으로 정부에서 기업 규제를 강화해서 점차 바꿔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일하는 김모씨(27)도 “굳이 내 돈을 내고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이용고객이 많아야 이런 사업도 유지가 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인데, 처음부터 돈을 부담해야 된다고 들으면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요기요 측은 다회용기 사용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으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 취지 자체가 다회용기 사용을 강제하는 게 아니다”며 “다회용기의 서비스를 받고자 희망했던 소비자들이 기존에는 배달용기를 선택할 수조차 없었던 반면,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여건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직 다회용기를 제공받고 사용하는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켜봐야 되는 상황”이라며 “배달과 관련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역할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기요 관계자 역시 “다회용기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아닌 선택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해당 서비스에 대한 비용 부담 문제에 앞서 다회용기 도입이 이뤄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봤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배달에서 나오는 일회용기 문제해결을 위해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협력을 해야 된다”며 “현재 다회용기 도입은 전부 시범사업 중이기 때문에 우선 여러 시도가 이뤄져야 사회적 책임이나 합의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또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이런 시스템이 어떻게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향후 배달시장에서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어떤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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