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경제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ILO에 추가 개입 요청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화물연대 파업 관련 국무위원과 관계 단체장들이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8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화물연대 파업 관련 국무위원과 관계 단체장들이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업무개시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시멘트 분야에 이어 9일 만에 철강, 석유화학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추가 발동했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에 내린 업무개시명령 조치가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간 공방도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8일 정부는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54회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집단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에 이어 9일 만에 추가 업무개시명령 조치를 결정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철강·석유화학 산업 피해상황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철강재 출하량은 평시 대비 약 48% 수준으로 약 1조3154억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또, 석유화학제품 출하량은 평시 대비 약 20% 수준으로 약 1조2833억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물류는 우리 경제의 혈맥”이라며 “이번 조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자 최선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불법에 타협하지 않고 그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 정당성 없는 집단 행위의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고수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화물연대 파업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이후,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11%에서 100%수준으로 회복되고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평시 대비 43%에서 115%에 도달하는 등 빠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화물연대에 “명분없는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 업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경제에 부담과 혼란을 초래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 배후세력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부터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경찰로 구성된 86개 합동조사반을 현장에 투입해 업무개시명령서 송달 등 후속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 및 화물차주는 명령서를 송달받은 다음날 24시까지 운송업무에 복귀해야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행하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 및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에 관한 ILO 대응 여부 주목

노동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조치가 ILO 협약 87호, 98호, 29호 위반에 해당한다며 ILO에 추가로 긴급개입을 요청했다. 정부와 노동계간 이번 업무개시명령을 둔 공방이 국제문제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6일(영국시간) 한국정부가 화물노동자의 파업뿐 아니라 한국의 노동기본권 전반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ILO 사무총장과 UN 평화적 집회결사 자유 특보에 추가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어 정부를 향해 “지난 2일 ILO의 긴급개입을 무겁게 받아들여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회원국으로서 국제노동기준과 인권원칙을 준수할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와 노동계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에서도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노총 윤택근 수석 부위원장은 6일 ILO 아태지역 총회 본회의에서 “정부는 이제 막 한국에서 발효된 ILO 협약 87호, 98호, 29호를 종이조각으로 만들었다”라며 “안전운임제 확대·지속 합의 불이행에 항의해 파업에 나선 화물노동자들에게 정부가 보인 태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박종필 기획조정실장은 7일 ILO 아태총회 본회의에서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법률에 근거해 발동된 조치“라고 반박했다. 박 실장은 같은날 ILO 질베르 웅보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ILO 사무국은 지난 2일 한국정부에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바 있다. ILO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화과 공공운수노조 현정희 위원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귀하가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정부당국에 즉시 개입했다”라며 "ILO는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과 원칙에 대한 감시감독기구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 “ILO가 한국정부의 의견을 요청한 서한을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ILO의 입장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5일 면담한 ILO 국제노동기준국 관계자도 ‘개입 절차는 ILO 공식 감독기구에 의한 절차가 아니고 한국정부에 요청한 의견은 별도의 제출기한이 없으며 정부 의견을 노조와 공유한 이후에 별도 절차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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