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프레임(frame·구도) 싸움이다. 프레임이론은 ‘대중의 사고(思考)를 먼저 규정하는 쪽이 이긴다’는 개념이다. 상대가 규정한 틀(frame)을 반박만 하다보면 오히려 그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선거캠프마다 유리한 프레임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선거는 또 ‘이슈 덮기’ 게임이다. 이슈 덮기는 불리한 특정 주제의 비판여론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또 다른 이벤트나 사건을 터뜨려 여론의 이목을 새로운 이슈에 집중시키고자하는 전략이다. 정치적 사건에 대한 국민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외부의 시선을 통해 비춰진 구룡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둘 중 하나다. 맹목적으로 재개발을 요구하는 욕심쟁이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불운한 빈민이거나. 그것이 마을의 일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바깥에서는 애써 보려 하지 않는다. 구룡마을은 산업화 경쟁에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밀려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모여든 곳이고, 그것은 우리가 함께 만든 도시화의 그림자라는 것을 외면한다. 미디어에서도 구룡마을은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그려진다. 아파트 불패 신화에 대한 기대는 이곳에도 투영되고 있다. 정부는 서울의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하루 전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고소됐다는 소식은 사람들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 피고소인이 망자가 되어 없으니 사건의 실체를 알기 전까진 고소인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과, 그런 말로 피해자를 위축시키지 말라는 사람들 사이에 격론이 일었다. 그러나 이런 갈등에서 사건의 실체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뉴스를 접한 다음날,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자신의 ‘짤’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보았다. 다른 출연자들은 배를 잡으며 웃고 있었다. ‘짤’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지금까지 남극에서 한국으로 이주하여 정착에 성공한 이는 단 둘 뿐이다. 둘리와 펭수. EBS의 새로운 캐릭터 펭수는 아마 2019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둘리와 펭수는 남극 출신이란 점만 같을 뿐 배경이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일단 둘리는 자의에 의해서 한국에 온 게 아니다. 1억 몇천만년 전 원시자연에서 살던 둘리는 갑작스러운 빙하기에 냉동된다. 얼음 속에 갇혀 있던 둘리는 현대에 이르러 빙하와 함께 한국으로 떠내려 온다. 둘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과 생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 17세기 화가 렘브란트의 명화 '야경'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있다. 오래전 유럽으로 배낭여행 갔을 때다. 늘 렘브란트를 최고의 화가로 생각했다. 야경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였고 언젠가는 실제로 보고 싶던 그림이었다.미술관의 긴 공간을 따라 양 옆에 많은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저 멀리 막다른 벽에 그 그림이 있는 것 같았다. 한 번에 받을 큰 감동이 조금씩 새 나갈까봐 가까워지는 동안 일부러 눈길을 피했다. 드디어 그림 앞에 섰고, 정면으로 쳐다봤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속이 울
【투데이신문 김종현 칼럼니스트】처음에 가로수길은 신사동의 비원이자 쉼표였다. 거리는 한적하고 아름다웠다. 2004년 여름까지 커피숍은 단 하나 뿐, 열 지어 서 있는 은행나무의 소실점 심도만큼 여유로운 공기가 흘렀다. 그러던 곳이 주말 상습정체 구간이 되는 데에 채 2년이 안 걸렸다.먼저 입소문의 만유인력이 작용한다. 뒤이어 매력적인 상점들이 화수분처럼 피어나면서 공간의 가치가 최대한 발휘된다. 하지만 상업화 된 거리의 열기는 부동산 과열로 번지기 마련. 쫓겨나는 상점들과 새로운 후발주자들은 다시금 한남동, 경리단길, 서촌, 상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