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친윤(친 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영남 3선 장제원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내에서 김기현 대표에 대한 ‘결단’ 압박이 분출하고 있다.

그동안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오던 김 대표가 장 의원의 이날 불출마 선언으로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당 내에선 거취 및 총선전략에 대한 적절한 답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경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의 불출마 기자회견 직후 여당 의원들은 김 대표의 결단을 압박했다.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장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나 윤핵관이 ‘웰빙 정당’의 모습으로서 자기 자신의 보신만을 위해 정치한다는 이미지는 희석시켰다”며 “지도부도 필요하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3선을 지내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희생 없이 총선 승리는 어렵다.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 의원이 되살렸다”고 썼다.

장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이날부터 공개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행에 돌입한 김 대표는 주류 희생의 물꼬가 터진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초 김 대표는 자신의 ‘거취 결단’ 시기가 현재로선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혁신위 조기종료 시점과 이날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맞물리면서 ‘인적 쇄신’ 시계가 빨라진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준석 전 대표 당시 혁신위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쇄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 교체이고, 당대표의 희생과 결단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적었다.

지도부의 적극적인 희생을 강조해온 김병민 최고위원도 “김기현 대표도 비슷한 결단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주가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지금까지 제기됐던 당의 문제를 한 번에 바꿔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라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김 대표가 더 우물쭈물해선 안 된다’, ‘타이밍을 너무 많이 놓쳤다’, ‘장 의원 결단으로 코너에 몰렸다’, ‘불출마 선언을 한다면 빨리 하면 좋을 것’ 등의 발언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는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1년 친이명박계 초선이었던 장 의원은 그해 12월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선 ‘디도스 파문’ 등으로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면서 내년 총·대선 승리를 위해 계파를 초월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