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권 보존 위해 ‘계약취소’ 아닌 ‘사적합의 형태’ 방식
하나은행·예탁원 상대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 예정

NH투자증권 전경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전경 ⓒNH투자증권

【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일반 투자자들에게 100% 원금 지급결정을 내리고,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NH투자증권(이하 NH증권)은 25일 오전 개최한 임시이사회서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100% 원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NH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금융상품에 발생한 손실과 관련해 100% 배상 결정이 나온 것은 지난해 7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이어 두 번째다.

분조위는 NH증권이 운용사가 작성한 투자 제안서나 자체 제작한 상품 숙지 자료 등으로 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NH증권이 지난 2019년 6월 13일부터 2020년 5월 21일까지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는 54개(6974억원)이며 이 중 35개 펀드(4327억원)가 환매 연기 됐다. 이는 전체 옵티머스 펀드 환매연기 규모의 84%에 해당한다.

금감원 분조위 조정안이 나온 이후 NH증권은 2개월 간 여덟 차례의 이사회 논의를 거쳤다.

NH증권에 따르면 이번 100% 원액 지급 결정으로 투자원금을 반환받게 될 대상은 일반투자자 831명(전체 고객의 96%)이며, 총 지급금액은 2780억원 이다. NH증권은 고객과의 개별 합의서가 체결되는 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투자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NH증권은 지난해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중지 직후 펀드 잔고의 45%에 해당하는 1779억의 유동성 자금을 선지원했다. NH증권은 이번 이사회 결정으로 기지급한 유동성 선지원 금액에 추가로 더해서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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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은 고객에게 원금을 반환하고 고객으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해 수익증권 소유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는 사적합의의 형태다.

NH증권 관계자는 “분조위가 권고한 ‘계약 취소’의 형식과는 다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함은 물론이고, 회사로서도 이 사안에서 중대 책임이 있는 다른 기관에 대한 구상권을 보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NH증권은 고객과의 사적합의로 양도받은 권리를 근거로 공동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회사인 예탁결제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 및 구상권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NH증권은 투자 중개업무를 담당한 단순 판매사로서 고객 보호 의무를 완전하게 이행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은 다하겠지만, 하나은행은 실질적으로 펀드 운용에 대한 감시의 책임이 있는 수탁은행으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옵티머스 펀드는 누적 판매금액 1조6000억원의 80%에 해당하는 1조3000억원을 아트리파라다이스 등 6개 회사의 사모사채 투자에 집중하는 기형적 운용을 보였다. 또한 2018년 3차례에 걸쳐 펀드의 환매자금 부족분을 고유자금인 지급준비금으로 무상 대여해 펀드의 환매중단을 막는 불법적 개입을 했고, 금감원은 사기방조 혐의로 하나은행을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NH증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펀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담는다는 투자제안서에도 불구하고 펀드가 출시된 시점부터 사모사채만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유일한 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예탁결제원의 경우 운용사 요청에 따라 자산명세서 상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주고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오랜 기간 정상적인 펀드운용이 이뤄진다고 오인하도록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NH투자증권은 구상권 청구를 통해 각각의 기관들이 합당한 수준의 책임을 이행토록 함과 동시에 펀드 자산회수율을 높이는 데 회사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주주가치를 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은 “오늘 이사회의 결정을 계기로 우리 회사가 고객 중심의 경영철학을 지키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뼈를 깎는 반성과 심기일전으로 재출발해 하루 빨리 전체 조직이 정상적인 업무체계로 복귀하고, 산업의 변화와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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