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3, 장애인 좌석 10석 중 7석 ‘앞 줄’
2018년 이후 장애인 좌석 전수조사 0건
현재, 장애인 좌석 배치 협조 요청 전부
장애인도 동등한 소비자…권리 보장해야

서울의 한 영화관
서울의 한 영화관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생활 중 하나는 영화관람이다. 동네마다 영화관 한두곳은 있을 만큼 대중적인 취미생활이 됐지만, 장애인에게는 이조차 쉽사리 허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BIG 3으로 손꼽히는 영화관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를 대상으로 장애인관람석 현황을 조사한 결과 휠체어 이용자 좌석 대부분이 맨 앞줄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맨 앞줄은 스크린과 가까워 시야 확보가 어렵다는 불편함 때문에 기피하는 좌석이라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비장애인조차 불편함을 호소하는데, 신체적 특성상 목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 장애인이 맨 앞 좌석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밖에도 몇몇 영화관의 경우 계단식 구조 탓에 입장이 어려워 휠체어 장애인의 관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3년 전 이 같은 문제가 공론화되자 정부에서는 신축 영화관을 대상으로 중간이나 뒤쪽으로 좌석을 배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다만 기존 영화관에 대해서는 개선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대부분의 장애인 좌석이 맨 앞줄에 머물러 영화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불편함은 지속되는 상황이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br>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개선안 시행에도 장애인 좌석 여전히 ‘맨 앞’

지난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장애인의 사회활동 및 문화·여가 활동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동안 1회 이상 영화를 관람한 장애인 비율은 약 24%다. 당시 전 국민의 영화 관람 비율이 61.6%인 것과 비교해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 또 문화·여가 활동에 만족하는 장애인은 49.3%로, 절반 이상은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관과 공연장 내 장애인 좌석을 객석 중간 또는 맨 뒷줄에 설치토록 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따라 신축 영화관은 장애인 좌석을 객석 중간이나 맨 뒷줄에 설치하게 됐다. 다만 기존 영화관들은 개선을 권고받는 수준에 그쳤다. 

개정안 시행 후 3년, 장애인 좌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15일 공개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상영관 3004개 중 장애인 좌석이 설치된 2395개 상영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기준 CGV는 장애인 좌석 2487석 중 1784(71.7%)이 맨 앞줄에 설치됐다. 롯데시네마는 2328석 중 1670석(71.7%), 메가박스는 1395석 중 1067석(76.5%)이다. 즉, 장애인 좌석 10석 중 7석은 맨 앞줄에 설치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영화관 장애인 좌석 개선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부처인 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정안 시행 이후 단 한 번도 장애인 좌석 현황 조사를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복지부는 장애인 좌석 배치가 개선되고 있는 추세며, 추후 개선 권고를 계속해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장애인 좌석이 앞줄에 배치됐으나 최근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보니 뒤쪽이나 가운데 배치가 되고 있었다. 새로 짓는 영화관의 경우 뒤에 휠체어 석을 만드는 추세다. 기존에 만들어진 영화관에도 좌석에 대해서는 좌석 배치에 대한 변경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 개정안을 강화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마련된다면 이에 상응하게 개정을 진행할 수 있기에 이를 위해선 우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장애인 좌석 배치에 대해 지속적인 협조 요청을 통해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법의 경우 소급 적용이 되는 게 아니기에 그전에 만들어진 시설에 대해선 강제적으로 변화를 요구하긴 어렵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이 어려운 영화관에 비용이 드는 부분을 강압적으로 요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좌석 배치에 대해선 최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 키오스크에 내일 상영 영화 좌석예매 창이 표시돼 있다. ⓒ뉴시스

장애인·비장애인, 동등하게 영화관 이용 가능해져야

정부 부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권고에 그치는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지적도 잇따른다. 권고의 경우 영화관이 지키지 않아도 별도의 불이익이 없으며, 사실상 장애인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마저 권고라는 이름 아래 박탈 당하고 있다는 게 장애계의 주장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아영 활동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영화관 중에서 아예 관에 입장할 수 없는 구조로 된 곳도 있다. 특히 지하에 있는 영화관의 경우 경사로보다 계단식으로 된 경우가 많으므로 관 자체에 입장이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1관, 2관의 경우 휠체어 입장이 가능하지만 다른 관은 입장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접근이 가능한 상영관에, 원하는 영화가 상영하는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즉, 영화관을 동등하게 이용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자리에 앉더라도 목을 많이 꺾어야 하는 데 장애 특성상 목 자체를 꺾을 수 없는 분들도 계신다. 그분들은 사실상 제대로 영화 관람도 할 수 없다. 결국 영화관 접근을 포기하고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경우도 많다. 해당 영화관에 전화해서 입장이 가능한지, 주변 영화관을 다 탐색하고 자신이 갈 수 있는 영화관이 어딘지 확인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정부가 그저 권고 수준에 그치는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비판하며, 휠체어 장애인에게도 좌석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활동가는 “새로 지어지는 영화관이 얼마나 많겠나. 사실 기존 만들어진 영화관에 정부가 권고 정도의 수준에 그친다면 결국 영화관 입장에서는 이를 무시해버리면 끝이다. 제재나 인센티브적인 제도가 있어야 편의시설 확장이 가능한 거지 권고 수준에 그친다면 이를 장애인들이 영화를 편하게 볼 수 있는 당연한 권리로 인지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남긴다“며 “영화를 편하게 보는 것은 권고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결국 권고 선에서 그친다면 해당 영화관의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앞줄, 중간 줄, 제일 뒷줄 이런 식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휠체어라도 어느 자리든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현실적인 문제로 영화관은 영업이익을 추구하는 공간이고 이 좌석 배치 구조가 가장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고객이라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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