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랑상품권 결제, 접근성 보장 앱은 단 6개
시각장애인 ‘모바일접근성’ 논란 다시 수면 위로
방역수칙과 일상생활 속 모두 어려움 겪어 문제
모호한 개정안 아닌, 명확한 관련 법안 마련돼야

서울 중구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점자블럭 위를 지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서울시에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서울사랑상품권’의 결제앱 22개 중 모바일접근성을 보장한 앱은 단 6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장애인 이용자를 홀대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사랑상품권 총 발행 규모는 1조816억원이다. 올 들어 3차까지 8371억원 발행됐고 오는 11월에 4차 2445억원의 서울사랑상품권이 발행될 예정이다. 2년동안 발행된 서울사랑상품권의 규모는 1조7326억원이다.

이처럼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합리적 소비를 도모하고자 서울사랑상품권이 대규모로 발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용자에 대한 배려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지역사랑상품권 결제앱의 모바일접근성 인증현황’ 결과에 따르면 서울사랑상품권을 결제할 수 있는 22개 결제사 앱 중 모바일접근성을 인증받은 앱은 6개다. 나머지 16개 앱은 모바일접근성 인증받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었다.

모바일접근성 인증을 받은 6개 앱은 주로 은행에서 제공하는 결제앱이다. 현재 △우리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농협은행 △농협중앙회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6개 앱은 △대구은행 △부산은행 △신한은행 등 은행 3곳과 우정사업본부를 포함한 12개 사기업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지능정보화기본법’ 근거로 한 모바일접근성은 장애 또는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때문에 모바일접근성이 제한된 서울사랑상품권은 장애인, 특히나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이용자에 대한 차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의 활용 규모·범위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모바일 앱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서울사랑상품권의 모바일접근성 제한은 시각장애인에게 큰 차별”이라며 “서울시는 장애인·비장애인이 차별없이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결제앱들이 모바일접근성 인증을 빠르게 받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QR코드 체크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모바일 세상서 벌어지는 장애인 차별

모바일접근성 제한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전자출입명부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다중이용시설 등 방문 시 QR코드, 수기 명부작성, 안심콜 서비스 등을 활용해 출입자 명단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은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열악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연구기관 한국 웹 접근성 평가센터는 네이버, 카카오톡, PASS 등 QR코드 인증이 가능한 업체 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출입명부모바일 앱 시각장애인 서비스 접근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카카오톡과 PASS에서는 시각장애인의 QR코드 이용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톡은 QR코드 페이지에서 생성된 QR코드 이미지가 인식되지 않아 생성 여부를 알기 어려웠으며, 재시도에 기능이 제공되지만 스크린리더로는 ‘재시도’라는 텍스트로만 인식돼 사용이 불가했다. PASS는 QR코드 이미지가 생성됐지만 음성안내가 제공되지 않아 생성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네이버도 이용은 가능했지만 화면의 내용을 스크린리더로 탐색하는 사이 QR코드 단말기 인식 유효시간(15초)이 지나 다시 시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들은 화면에 나타난 내용과 키보드로 입력한 정보, 커서의 좌표 따위를 음성으로 알려 주는 프로그램 또는 장치인 ‘스크린리더’ 기술을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텍스트에 최적화 돼있다 보니 QR 코드와 같은 이미지에는 적합하지 않은 실정이다. 광고 배너나 쇼핑몰 제품 사진, 유튜브 썸네일 등도 마찬가지다.

이미지를 스크린리더 기술로 해석하려면 대체 텍스트가 필요하다. 대체 텍스트는 이미지 된 글씨를 텍스트로 바꾸거나 그림을 텍스트로 설명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대다수 포털 사이트에서는 대체 텍스트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메신저 이모티콘 역시 사용이 어렵다. 메신저를 통한 대화는 음성인식과 스크린리더를 활용하면 가능하지만, 이모티콘의 경우 대체 텍스트가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그림을 텍스트 이미지화 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 안동한 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텍스트를 읽어주는 기술들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체 개발해 탑재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르신들이 휴대폰을 사자마자 하는 일이 글씨 폰트를 키우는 일이다. 이런 기능들을 기본적으로 보조해 주는 옵션이 내장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크린리더에도 (텍스트를 읽어주는) 보조 옵션들이 있는데 앱 자체에서 연동되지 않거나, 실현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정보를 엉뚱하게 읽어주거나 호환이 안 돼서 튕겨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미지는 더욱 어렵다. 그림을 텍스트 이미지화 시켜주면 인식이 가능해지는데, 이런 시스템이 잘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거의 안 한다고 보면 된다”며 “이런 기능들을 잘 이행할 지라도 앱 업데이트 때 반영되지 않고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해외의 경우 이런 상황들을 방지하게끔 명확한 법적 기준이 정해져 있는데 국내는 미비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과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위반에 대한 국가인권위 징정 및 손해배상 소송제기 기자회견
시각장애인 키오스크 접근권 보장과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위반에 대한 국가인권위 징정 및 손해배상 소송제기 기자회견 ©뉴시스

시각장애인 ‘모바일’ 접근 개선 언제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시각장애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발의한 6건의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에 발의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와 모바일 앱 등에 대해 장애인의 접근성을 명시해 장애인 등 정보 취약계층이 새로운 디지털 기기 및 기술의 개발에 따른 삶의 편리함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혜영 의원은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과 불편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된 법안들이 통과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오늘 통과된 법률안들이 조속히 시행돼 취약계층의 안전 사각지대가 해소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는 되레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안동한 팀장은 “그간 시각장애인 처우 개선을 위한 과정은 많았다. 2013년도에 금감원에서 발표한 자료가 PC뱅킹보다 온라인 뱅킹 수요가 더 높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모바일에 대한 시각장애인 처우 개선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와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6월 시각장애인 관련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불만이 있다. 해당 법안에는 구체적인 단어나 예시가 있는 게 아니라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들이 존재한다. 광범위한 건 좋은데, 세부적인 내용들이 부족하다. 특히 잘 통용되지도 않는 용어들로 가득 차 있고, 법안이 광범위하면 할수록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도 생긴다”고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법률 개정안은 조금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범위가 터무니없이 넓으면 기업들은 오히려 그 틈새로 빠져나갈 수 있다. 결국 법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을 교묘하게 피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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