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영화 ‘너에게 가는 길’ 기자간담회

ⓒ엣나인필름

“제 아이는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이랍니다.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그렇답니다”-정은애(나비)

“게이 아들을 둔 엄마 비비안입니다. 저희 아들은 7년 간의 자기부정의 시간을 힘겹게 겪은 후 스물한 살 때 부모에게 어렵게 어렵게 커밍아웃했습니다”- 강선화(비비안)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성소수자 자녀를 둔 어머니의 여정과 성장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너에게 가는 길>은 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 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영화를 연출한 민규리 감독과 출연한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나비’ 정은애 씨, ‘비비안’ 강선화 씨가 참석했다.

이 영화는 34년차 소방공무원 ‘나비’와 27년차 항공 승무원 ‘비비안’이 트렌스젠더와 게이 정체성을 가진 자녀와 함께 마주하는 새로운 세상과 이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너에게 가는 길>은 성적소수자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의 10번째 작품임과 동시에 ‘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에 이은 4번째 커밍아웃 시리즈다. 연분홍치마 활동가로 알려진 변 감독은 성소수자 당사자와 그들의 부모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4년간 밀착취재해 한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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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성격과 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두사람 모두 자녀의 커밍아웃 이후 힘든 시간을 거치며 더욱 단단해지고 성장했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이런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정은애(나비)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레즈비언인 줄 알았다. 점차 커서 트랜스젠더라는 걸 알았을 때 좀 당황했다. 주위에 레즈비언 친구는 있었는데 트랜스젠더 친구는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제가 잘 몰라서 혹여나 혐오 섞인 말들을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고, 그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강선화(비비안)는 “아이가 커밍아웃하면서 부모모임에서 만든 책자를 받았는데 저보다 먼저 겪으신 부모들의 이야기에 많은 위로를 받고 침착해지고 안정감을 느꼈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성소수자와 그 부모가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없어졌다. 그 위안과 힘을 저도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성소수자부모모임에 2년 동안 직접 참여하고 취재하며 이번<너에게 가는 길>을 준비한 변 감독은 우리사회가 성소수자를 대하는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변 감독은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기록하며 기다렸다. 너무 일상적인 것들을 침해당하고 있었고, 사회가 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느냐 마느냐의 고민보다는 힘들었던 순간이나 장면을 우리가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화할 것이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너에게 가는 길>은 부모님들이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다가가는 여정이자 동시에 스스로 당신한테 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영화를 통해 같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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