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찰·공익감사 청구·노조 반대 넘어 인수…공정위 심사 앞둬
2조1000억원 인수자금 부담에 대우건설 신용등급 상향 보류돼
차기 대우건설 CEO 내부인사 승진 유력, 임금인상은 협의 중
토목·플랜트 사업 축소되나…“수주 이익 꼼꼼히 검토해 진행”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9일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서명을 하고 있다. ⓒ중흥그룹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9일 대우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 체결 서명을 하고 있다. ⓒ중흥그룹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중흥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대우건설 인수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높아 보인다. 인수자금을 무리 없이 마련해야 하고 대우건설 내부의 요구를 협의하면서 동시에 경영 안정을 기하는 만만찮은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어서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흥그룹은 지난 7월 재입찰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 과정에서 특혜매각 의혹과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일단 지난 9일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중흥그룹은 당초 대우건설 인수자금으로 2조3000억원을 제시했으나 입찰 경쟁자가 그보다 5000억원이 낮은 인수자금을 제안한 걸 알고 조정을 요구했다. 결국 재입찰을 통해 인수자금은 2조1000억원으로 결정됐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등이 경쟁입찰절차를 위배했다며 공익감사 청구를 했으나 감사원은 지난달 이를 기각했다.

인수자금에 대한 논란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자금은 여유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현재는 상당액를 차입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걸로 전해진다. 

중흥그룹의 재무안전성에 물음표가 붙으며 대우건설의 자체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5일 등급평가에서 대우건설의 단기신용등급을 A2-로 유지했다. 나신평은 “대우건설의 재무수치는 등급 상향조정 검토요인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계열요인이 대우건설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중흥그룹이 지분인수로 현금유동성 감소 및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 신용등급 상향이 보류된 것이다.

대우건설 구성원들이 중흥그룹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인수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총파업까지 경고할 정도로 반발했다. 이에 중흥그룹은 ▲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 ▲임직원 처우개선 ▲내부승진 보장 등을 약속해야 했다.

현재 대우건설 대표이사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이다.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관계를 정립할 첫 단추는 대표이사 선임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내부인사 중에서 CEO를 선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차기 CEO로는 대우건설 김창환 신사업본부장과 백정완 주택사업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각각 1984년과 1985년에 대우건설에 입사한 ‘대우맨’이다. 김 본부장은 주택건축사업본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은 바 있다. 백 본부장은 주택사업본부장과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쳤다.

중흥그룹은 향후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을 개선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수익성이 좋은 주택사업에 주력하면서 대우건설의 토목·플랜트 사업부문이 축소되지 않겠냐는 풍문이 돌고 있다. 

대우건설의 한 내부 관계자는 “부채를 줄이는 여러 방안이 있을텐데 특정한 사업본부를 축소한다거나 구성원들의 처우를 저해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차기 경영진 선임은 명확하지 않다보니 직원들도 많이 궁금해하는 사안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중흥그룹이 처음엔 차입금 없이 자체유보금으로 인수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차입금을 마련해야 한다니 이 부분도 명확하지 않다”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차기 경영진 선정이나 차입금 규모 등에 대해선 “아직 기업결합 심사가 남았고 잔금도 지불해야 해서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내년 자금력은 충분하다. 차입금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단기부채여서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부채를 줄여나갈 방안으로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수익성이 좋은 사업 위주로 운영하며 부채비율을 줄이려 한다”라며 “리스크 있는 사업은 지양하고 (토목·플랜트 사업 등은)배제할 수는 없지만 수주할 때 나오는 이익을 꼼꼼히 검토해 진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건설 노조와의 실무협의체 논의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대주주 지위가 아니다보니 얘기를 청취하는 상황이다”라며 “임금인상 상승폭 등에서 협의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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