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민원시스템, ‘국민신문고’로 통합 필요
연 천만 건 넘는 민원, 정책으로 연결해야
‘핑퐁민원’ 줄일 수 있는 내용 법안에 담아
지역 봉사활동 10년↑ 양승조 눈에 띄어

 

[윤철순의 낭중지추-囊中之錐]는 풀이 그대로 ‘주머니 속에 집어넣으면 삐져나올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자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주머니 속 송곳은 반드시 주머니를 뚫고 나옵니다. ‘송곳’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국민신문고’는 정부(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통합형 온라인 공공민원창구다. 지난 2020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은 천만 건이 넘는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21개 기관(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기관) 대상 온라인 접수 민원은 957만 건, 2021년은 1300만 건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 이용률은 급증하고 있다. 어떤 내용이든 등록 가능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달리 국민신문고는 명확한 민원 주체와 해당 부서 공무원의 답변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이나 ‘부서별 떠넘기기(핑퐁)’ 등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또 민원처리 소요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아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신문고 시스템은 각종 민원에 대한 사전예방과 동일·유사 민원 분석을 통한 제도개선 등으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예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의원은 “연간 천만 건이 넘는 민원과 국민 제안(아이디어) 등이 포함된 ‘빅데이터(Big Data)’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한 맞춤형 민원해결은 물론, 정책개발·반영을 위한 입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민신고법은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 의원(충남천안병)을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출발하는 ‘달리는 국민신문고’ 상담버스. 이동신문고 상담버스는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생활 속 고충상담에 투입된다. ⓒ뉴시스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출발하는 ‘달리는 국민신문고’ 상담버스. 이동신문고 상담버스는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생활 속 고충상담에 투입된다. ⓒ뉴시스

◆ 국민신문고법, 간접민주주의 보완

- ‘국민신문고법’ 발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국가의 모든 행정·공공기관 민원시스템을 국민신문고 하나로 통합해서 접수부터 처리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자는 겁니다. 또 민원 빅데이터를 정책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도 있고요.”

- 법 제정이 꼭 필요한 건가요?

“지금은 대통령 훈령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국민권익과 직결되는 내용을 규율하거나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등을 활용하기 위해선 법적 근거가 필요합니다. 법률제정 의견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었거든요.”

- 정책으로 연결하겠다는 건 뭔가요.

“지금도 민원이나 국민제안 등을 데이터베이스(DB)화 해서 사용하고는 있지만,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접목해 더 효과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이 동의하면 답변하는 방식인데, 국민신문고는 5만 명 이상일 경우 국회의원과 매칭시켜 법제화하겠다는 겁니다. 관련 상임위원회와도 연결해 최종적으론 입법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 특별히 ‘국민신문고’를 고민한 이유가 있나요.

“전반기 의정활동을 하면서 ‘국민들의 정책 참여 의지는 높은데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데 국민신문고 데이터를 접하면서 ‘실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걸 정책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법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새해 첫 법안으로 대표발의하게 된 거죠.”

- 국민신문고법이 시행되면 달라지는 건 뭔가요.

“민원 접수부터 이송, 결과, 통지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하나로 연결되니까 민원해결까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빅데이터 분석으로 체계적인 정책과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 있고요. 결국, ‘국민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 기반이 구축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일정부분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된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국민 의견을 직접 모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니. 간접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 ‘핑퐁민원’ 등 부정적 평가도 많아요.

“그래서 법안에 ‘민원의 이송 등에 관한 조항’을 넣었어요. 요즘은 민원도 복합적이다 보니, 복수의 행정기관 등과 이해관계가 얽혀 책임이 분산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문제 때문에 핑퐁식 민원처리가 불가피하게 발생하거든요. 이걸 방지하기 위해 ‘독립 처리가 가능한 기관을 소관 기관으로 지정’하고, ‘협조가 필요하면 협조기관을 지정’하도록 한 겁니다. 또 기관 간 이견이 있을 경우엔 권익위가 조정할 수 있도록 했고요.”

이 의원은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국민신문고 데이터를 DB화하면 지역별, 종류별 민원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할 수 있음은 물론 맞춤형 해결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빅데이터 처리기술의 발전과 AI(인공지능)기술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 ‘메타버스’와 연결하면 가상공간 안에서도 솔루션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 국선변호, 소송구조 등 10년 넘게 지역에서 봉사

21대 국회에 처음 발을 디딘 이 의원은 충남 천안지역에서 15년 이상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의원은 변호사활동을 하면서 ‘국선변호’ 업무도 병행했다.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소송 지원을 위해서다. 지방에서의 국선변호 업무는 사실상 봉사활동이나 마찬가지다. 수임료가 일반 사건의 10%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지역 로터리클럽 등을 통한 봉사활동도 오랫동안 이어왔다.

국선변호가 소외계층의 형사사건을 대리한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소송구조’는 민사사건을 대리하는 ‘국선변호’다. 이 의원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통한 봉사활동에 주저함이 없다. 소송구조 역시 10년 넘게 해왔다. 이런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이 양승조 현 충남지사다.

양 지사는 천안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내던 중반 지방선거에 출마해 충남도지사에 당선됐다. 2008년 당시 재선 국회의원이었던 양 지사는 지역발전과 봉사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청년변호사 이정문’을 지역청년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 정치 입문 계기가 궁금하네요.

“사실 지방이 좁잖아요. 한두 명 건너면 웬만큼 알 수 있는 그런 환경이죠. 나쁜 짓도 못해요. 하하. 초중고도 천안에서 나왔고, 봉사활동 하면서 이런저런 사람 접하다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거든요. 여러 해 그러다보니, 저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됐고요. 양 지사님과 개별적 인연은 없었지만, 아마도 그런 이유 등으로 ‘청년위원장을 맡아달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국민 변호인’은 무슨 얘긴가요?

“하하. 지난 총선 때 쓰던 캠페인 구호입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전 국민을 위해 입법 활동을 하니까. 변호사인 것도 사실이고, 실제 ‘국민을 변호하겠다’는 마음으로 선거운동도 했고요. 지금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으니, 진짜 국민을 변호하게 된 셈이죠.”

‘청년위원장’직을 통해 정치를 시작한 때문인지, 이 의원은 청년정책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된 청년정책 관련 법안은 모두 11건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뿐이다.

통과된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청년들의 정책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일정 자격을 갖춘 청년인재에 관한 정보를 수집·관리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 청년의 정책 참여 확대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내용이다.

◆ ‘국가 청년 인재 DB 시스템’ 구축해야

-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뭔가요.

“청년기본법 15조에 보면, ‘행정기관장이나 시·도지사 등은 청년정책 결정과정에 청년을 참여시키거나 그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위원회도 청년을 일정비율 이상 위촉’하도록 돼 있어요. 그런데, 청년참여 확대에 필요한 ‘청년인재’ 정보는 사실상 전무하거든요. 그래서 일정 자격을 갖춘 청년인재 정보를 수집·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한 거죠.”

- ‘청년정치인’을 양성하겠다는 건가요?

“국가 차원에서 청년인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화하자는 겁니다. 일종의 ‘국가인재 DB’ 시스템인 거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청년 인재들이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 기용되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 거죠. 물론, 정당 활동이나 정책 관련 의견도 적극적으로 낼 수 있죠. 필요하면 위원회를 만들 수도 있고. 정책결정이나 집행 권한이 있는 자리에 임명할 수도 있고요.”

- 정치권의 ‘합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정권이든 관계없이 훌륭한 인재들을 기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연줄’이나 수소문 등을 통해 사람들을 찾는데, DB화하면 인재풀이 넓어져서 빅데이터를 통해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낸 인재들을 쓸 수 있는 거죠. 한 마디로 ‘청년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자’ 이런 겁니다.”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이정문 의원 ⓒ투데이신문

- 정개특위 위원인데, 청년 관련 주제도 많이 다루는지요.

“그렇습니다. ‘정치관계법 심사 소위’와 ‘공직선거법 및 선거구 획정 소위’에서 주로 활동하는데, 최근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을 25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어요. 이번 대선 때 치러지는 재·보궐선거부터 바로 적용되는데, 보람이 크죠.”

- 청년들의 정치활동 폭도 넓어진 셈이네요.

“그렇다고 봐야죠. 정당가입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정당법 개정안’도 통과시켰으니까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미성년자가 정당에 가입하려면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항이 추가됐어요. 이런 부분은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봐야합니다.”

-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요.

“저 역시 지역 청년위원장으로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청년 정치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론, 청년들의 정치참여 문화가 형성돼야 하겠고. 또 적극적인 참여 독려와 활동, 이를 통한 경험, 지방정치 참여, 종국엔 중앙정치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그러려면, ‘조기교육’이 필요하겠네요.

“맞습니다. 유럽 여러 나라는 청소년위원회나 청소년의회 등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있는데, 우리도 모의선거 같은 체계적인 정치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 ‘이 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을 받았는데, 어떤 상인가요.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이란 곳에서 300여 시민사회단체와 협의해 매년 정치 등 각 분야별 부패방지 청렴인에게 상을 주는데, 지난 12월 정치인으로 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만큼 청렴사회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죠. 하하.”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