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공개한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화보집 사진 [사진제공=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b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공개한 형제복지원 운영자료집·화보집 사진 [사진제공=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국가가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해 중대한 인권 침해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35년 만에 수용자를 피해자로 인정한 것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위원회는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및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 시도 등을 밝혀냈다.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전반적인 피해를 국가의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3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비상상고 신청을 기각하면서 ‘국가가 주도한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판단했지만, 국가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데 그쳤다.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의 전체 진실규명 신청자 수 544명이다. 이번 1차 진실규명 대상자는 지난해 2월까지 접수를 마친 191명으로 집계됐다. 추후 진실규명 신청 접수 순서대로 최대 3차까지 진실규명이 이뤄질 계획이다.

1987년 처음 알려진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사회 통제적 부랑인 정책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 부랑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사망·실종 등을 겪게 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이 강제수용의 근거로 활용한 내무부 훈령 410조가 법률유보·명확성·과잉금지·적법절차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해당 훈령은 부랑인 단속반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의 경우 어떠한 형사절차 거치지 않고 수용 시설에 기간 제한 없이 강제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진실규명에서 조사된 형제복지원 사망자 수는 657명이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522명보다 105명 많은 수치다. 위원회는 최초 확보한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 14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파악하고도 외면한 정황도 밝혀졌다. 1982년 당시 강제수용 피해자 가족이 정부 및 수사기관에 수사를 촉구했음에도 불구, 무고죄로 고소를 당하고 실형을 선고 받은 사실도 파악됐다.

위원회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국가가 각종 시설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국회는 유엔 강제 실종 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하라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각종 시설에서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당초 사망자는 500명 정도로 알려졌으나, 조사 과정에서 새로 발굴한 자료를 종합해보니 사망자가 100여명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번에 발표한 사망자 숫자가 진실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