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게임업계의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산하 스튜디오 정리와 감원을 단행했으며, 국내 게임사들 대부분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사는 대형 신작 출시를 서두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지난해 실적 측면에서는 선방했던 넥슨도 올해 초 확률형 아이템 이슈 등의 악재에 휘말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올해의 화두로 ‘생존’을 꼽았다. 대내외적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 매출원 창출과 경영 효율화 등 최대한의 노력을 동원해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뜻이다. 

주요 기업들이야 자본이나 IP(지식재산권) 등 기존에 확보된 자산을 활용해 버틸 수 있겠지만, 중견·중소 업체들은 더욱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한다.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인력 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만났던 한 중견급 게임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창 현장에서 주 전력으로 활동할 연차의 개발자들은 대부분 대기업으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팬데믹 당시 업계를 강타했던 개발자 영입 경쟁 때도 그랬지만, 업계 불황이 심화되면서 고용 안정성 등의 이유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공백을 신입으로 채우려 해도, 현장 실무에 적응해 ‘전력’으로 볼 수 있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그렇게 공을 들여 육성한 인력들조차 더 큰 기업으로 향하고, 기업은 다시 신입으로 자리를 메우는 등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오래 전부터 국내 게임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급 인력들은 모두 주요 기업으로 몰리고, 중견·중소기업들은 인재 유치 경쟁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중국산 게임들의 러쉬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인력난까지 겹쳐 급격히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넥슨도 1994년 역삼동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출발했던 역사가 있으며, 지금도 스타 개발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도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들이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 생태계의 밑바탕에는 결국 중소 개발사들이 있다는 뜻이다. 제2의 넥슨, 제3의 엔씨소프트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양극화라는 그늘 아래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고충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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