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헌신…향년 91세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18일 박종철기념사업회(사업회) 등에 따르면 정씨는 전날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한평생 아들 고(故) 박종철 열사의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애써왔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관련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공안당국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사건을 단순 쇼크사로 은폐하려던 정황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같은해 1월 전국 17개 대학의 교내 추모제를 시작으로 6·10 항쟁까지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은 국민적 항쟁으로 확산됐다.
이에 치안본부는 같은해 1월 19일 물고문 사실을 인정하고 당시 조한경 경위, 김진규 경사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또한 당시 민정당 대표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시국수습책으로 직선제 개헌 등을 포함한 6.29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정차순씨와 박정기씨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이끌며 민주화 운동에 헌신해 왔다. 지난 2000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2018년 3월에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요양원에 있던 박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를 만나 31년 만에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박정기씨는 해당 사과를 받은 지 4개월 뒤 아들 곁으로 떠났다.
정씨의 빈소는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마련됐으며 온라인 추모관 또한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엄수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냈으며 문무일 전 검찰총장,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장남수 회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재오 이사장, 이한열기념사업회 우상호 이사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대표 등이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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