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서실장 임명’ 협치 시그널인가 윤심 강화인가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참패 이후 국정 쇄신을 약속한 지 6일 만인 지난 22일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국민의힘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을 임명하자 야당에서는 벌써부터 영수 회담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영수 회담을 제안해 장기간 대치했던 여야관계의 변화 계기를 마련하는 듯 보였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정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정 쇄신을 약속하고 난 뒤 첫 인사로 정 의원을 임명하면서 모처럼 제의한 영수 회담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정 신임 실장은 과거 고(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민주당에서는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어놓고 다른 손으로 뺨 때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기도 했다.
더욱이 정 실장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맏형으로 평가받기에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변함없을 것이라는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발언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정 의원이 임명되는 날 페이스북에 “우리 당이 무너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전당대회로 뽑힌 당 대표를 대통령의 지시로 내쫓은 것과 당심 100%로 전당대회 룰을 급조해 대통령의 사당으로 만든 것”이라며 “그 두 가지를 모두 주도한 사람이 바로 정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기록적인 패배 주역인 정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결국 지난 2년처럼 일방통행을 고집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한때나마 변화를 기대했던 제가 미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 참패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도 당-정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올 것이라는 출마설도 제기되고 있어 윤핵관 정 실장을 첫 단추로 ‘도로 친윤당’, 변함없는 당정관계로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긍정적 평가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민주당 박지원 해남·완도·진도 국회의원 당선인은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정 의원은 바른말을 하시는 분”이라고 평했다. 박 당선인은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이라 명령하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이 총리나 비서실장을 좀 존중하고 버거워하셔야 된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비서실장이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국회와의 협상을 진행하거나 정책을 조율하는 막강한 권한이 있다고 해도 결국 대통령의 권한 위임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하다. 즉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든든한 방패가 될지, 직언하는 조언자가 될지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정해진다.
분명 윤 대통령 최근 행보에서 변화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적어도 싸늘한 여론과 총선 민심을 의식하고 있다는 모습이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과거와 같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때문에 윤 대통령이 ‘친정체제’ 강화를 염두에 뒀는지, 정치권과 소통에 나서는데 중점을 뒀을지 시험대가 될 영수 회담이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의미가 크다. 국정동력 회복이 절실한 윤 대통령은 야당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진정성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야당을 진정한 국정 동반자로 인식하고 야당을 끌어안을 수 있는 카드를 내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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