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지난 5월 30일 22대 국회 1호 법안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3박 4일 밤샘 대기까지 하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접수했다. 개원 첫날인 이날에만 47개의 법안이 나올 정도로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5월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두 달여 동안 발의된 법률안은 2500여건이 넘는다. 문제는 성과다. 발의만 한다고 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소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통과해야 국회에서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날까지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가 공포한 법안은 0건이다.
국회 개원 이후 여야는 각종 특검법안 등의 정쟁 유발 법안을 발의하며 극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상정되면 여당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야당 강제 종결→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재의결→폐기의 도돌이표 정쟁이 무한 반복돼 0건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그래서인지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과 협치를 이뤄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정쟁 법안들은 당분간 미뤄두고 여야 간 이견이 없거나 크지 않은 법안은 신속히 논의해 8월 말까지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여야 이견이 적은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 K-칩스법, 단말기 유통법 등을 우선 협상으로 꼽았다.
민주당도 민생 법안 처리 지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폭염 취약계층 전기료를 감면하자는 법안을 여야가 민생법안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며 “꼭 전기료뿐 아니라 시급한 민생 해법에 물꼬를 트기 위한 정책위의장 간에 논의 테이블을 구성하고 여야 협의를 시작하자”고 했다.
변수는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시 민생법안에 대한 논의는 또다시 뒤로 밀리고 여야는 극한 대립을 반복할 것이다. 이 경우 여야가 입을 모았던 ‘민생’이라는 말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만난 여야 의원들은 본인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국민 관심에 응답한 법안’이라는 자부심을 보여왔다. 하지만 국민 관심에 응답한 법안이라도 국회에 계류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렇기에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법안을 미루지 않고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할 때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쟁점 법안 협상을 위해 2+2 협의체(양당 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를 운영했지만, 성과 없이 한 달 만에 끝났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특별위원회 또는 협의체를 만들어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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