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말 한미사이언스 주총, 결과에 촉각
분쟁에 주가 횡보…주주에 피해 고스란히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연초 시작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서로를 향한 노골적 비난이 쏟아지면서 화합은 ‘옛말’이 되는 모습이다.
11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회사는 다음달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에는 △신규 이사 2명의 선임을 비롯해 △정관 변경 △감액배당 등의 안건이 상정된다. 하지만, 이번 주총이 경영권 분쟁을 종식할 계기가 될지는 불분명하다.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회사 가치의 저평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초 시작된 오너 일가 분쟁, 지주사‧계열사 신경전으로
분쟁은 올해 1월 초 OCI그룹과의 통합 추진부터 시작됐다.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딸인 임주현 부회장은 상속세 해결의 방안으로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의 결합을 추진했다. 이에 장‧차남(임종윤‧임종훈)이 “자신들을 배제한 결정”이라 반발하며 분쟁은 본격화됐다.
지난 3월 열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선대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개인 최대주주인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과 소액주주의 지지를 업고 형제 측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 형제 쪽이 경영권을 쥐게 됐다. 이후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 송 회장과 차남 임종훈 대표가 공동대표로 오르면서 화합 무드로 진입했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분쟁이 다시 떠오른 건 7월 신 회장이 모녀 쪽으로 돌아서면서다. 계속된 주가 하락과 형제가 약속했던 ‘투자 유치’, 상속세 문제 등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신 회장의 형제 측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이후 신동국·송영숙·임주현 3자연합이 결성되며 분쟁은 새 국면을 맞이했다. 3자연합은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탈환에 나섰다. 현재 형제 측에 기운 이사회 구도를 재편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즉, 임종훈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3자연합의 전문 경영인 체제 선언 이후 오너 일가 분쟁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분쟁으로 확전됐다.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가 ‘독자 경영’을 선언하면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정면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표를 전무로 강등하는 상황을 비롯해 북경한미약품 동사장(이사회 의장) 임명과 관련해 임종윤 이사가 박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여러 갈등이 빚어졌다. 양사 임시주총 개최 과정에서도 한미사이언스 측이 박 대표를 “대주주의 충실한 꼭두각시”라고 직격하는 등 비난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지주사에 위탁해왔던 인사‧회계 등 경영지원 업무를 분리하는 과정에 착수했다.
뒤집힐까, 고착화될까…국민연금‧소액주주 향배 촉각
이런 가운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임시주주총회가 내달 28일 열리는 것은 지난 3월의 결전이 이번엔 공수가 바뀐 채 다시 대결이 치러진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형제를 포함한 형제 측 인사 5명과 송 회장을 비롯한 송 회장 측 인사 4명으로, 5대 4 구도다. 3자연합은 이번 주총에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새 이사로 선임해 달라는 안건과, 이를 위해 기존 이사회 구성을 10명에서 11명으로 변경해달라는 안건을 올렸다. 이사회 구도를 6대 5로 뒤집겠다는 의도다.
지분만 따지면 3자연합이 우세하나, 안건 통과가 바라는 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형제 측과 3자연합의 우호 지분을 포함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각각 29.07%, 48.13%로 파악된다. 이를 고려하면 출석 주주 주식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신규 이사 선임의 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관 변경’의 경우 ‘특별결의 안건’이므로 임시 주총에 출석한 주주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만큼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정관 변경이 채택되지 않고 신규 이사가 1명만 선임될 경우, 이사회 구도 역전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5대 5 구도에 진입하며 분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이번에도 주총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6.04%를 보유 중이다.
지분 구도에서 밀리고 있지만, 형제 측은 소액주주 마음을 사로 잡을 ‘감액배당’ 안건을 이번 주총에 올렸다. 감액배당은 일반 배당과 달리 일반주주에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청에 따라, 감액배당을 안건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1년 다 돼 가는 분쟁, 주가 누르며 소액주주 피해
한편 이번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매출이나 연구 성과 등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회사의 주가는 연초부터 횡보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292억4800만원, 638억68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7%, 10.5% 올랐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 매출과 영업이익도 모두 전년 대비 뛰어 각각 11.1%, 44.8% 성장했다. 올해 하반기 학회 발표 예정인 연구 과제는 총 13개로, 연구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올해 초 5만6200원(종가 기준)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걷다 3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10일 기준 종가는 3만2350원이다.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이준용 대표는 “오너 일가 분쟁이 회사 주가를 계속 누르고 있다. 경영 안정화를 위해 분쟁이 하루빨리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 한미약품의 주가도 맥을 못추는 건 마찬가지다. 계속된 경영권 분쟁에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 보고서를 종합하면, 이들 대부분은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40만원대 초반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 주가는 수개월 30만원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10일 종가는 32만1500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R&D 등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음에도 주가를 누르는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이 관계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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