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명 중 8명...현 조직 시스템에 불만
77.3% “행안부 경찰국, 경찰청 독립성 침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 끊은 경찰 127명 달해
조지호 청장 탄핵 국민 청원...“직무 유기 심각”
청원 작성자 김건표 경감 “현장 경찰 충원 절실”
최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경찰 조직 개편으로 경찰 사회는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전국 치안센터의 22%가 폐쇄됐고,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신설됐으며 대규모 통폐합으로 막대한 인력이 각종 부서를 오고 갔다.
그 이후 치안강국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의와 민중을 위해 범죄 현장에 뛰어드는 이들이 잇따라 죽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사이에만 경찰관 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끊으려는 시도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관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다가오는 10월 21일, 경찰의 날을 앞두고 이 같은 문제를 집중 조명해 최전선에 놓인 현직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더 이상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를 위한’ 새로운 변화의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최근 경찰관들이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끊는 시도를 해 사회적 충격을 준 가운데, 경찰청장을 규탄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게시되는 등 경찰관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결정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일선 경찰관들은 2022년 추진된 경찰국 신설과 경찰 조직 개편으로 현장 인력이 줄고 수사과 등 특정 부서에 업무가 쏠리는 현상이 벌어져 경찰 사회 전체가 업무 과다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직협)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4년 행안부 경찰국 설치 및 경찰 범죄대응 조직 개편에 따른 복지변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찰관 10명 중 8명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및 경찰 조직 개편에 매우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13일부터 27일까지 15일간 전국 경찰관서 경찰관 3000명을 대상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됐으며 행안부 경찰국 신설, 경찰 조직 개편과 등 경찰 조직 업무 전반에 대한 실무자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이뤄졌다. 직협은 해당 조사에 대해 경찰 복지 수준 파악과 향상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 성별별 분포는 남성 92.2%(2766명), 여성 7.8%(234명)이었으며, 연령대별로는 △50대 58.7%(1762명) △40대 22.6%(679명) △30대 14.3%(430명) △20대 3%(90명) 등 순으로 많았다.
조사 결과, 행안부 경찰국의 역할 및 기능에 대해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응답자(89.9%, 2697명)가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는 92.4%(2772명)의 응답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매우 필요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1.1%(33명)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또 77.3%(2319명)의 경찰관이 행안부 경찰국이 경찰청의 독립성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응답한 경찰관의 95.9%(2877명)가 경찰 조직 개편으로 새로 편성된 기동순찰대, 형사기동대, 광역정보팀 운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가 강력사건 신속대응 및 각종 민생침해범죄에 대한 형사활동 강화 추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93.7%(2811명)를 차지했다.
만성적인 경찰 인력 부족과 과도한 승진 경쟁이 과로사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망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91%(2728명)가 동의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한 달 동안 5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끊으려는 시도를 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들은 평균 22.6명에 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으로 올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 수는 14명이다.
지난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 수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지난해 24명으로 현재까지는 총 127명이었다.
2018년 발표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망자 수를 인구 10만 명으로 환산했을 때 경찰관은 약 20명으로 △소방관 약 10명 △집배원 5명 등 타 직종에 비해 경찰관의 자살률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경찰관들의 열악한 처우와 여론수렴 없는 조직 개편이 문제시되던 가운데, 지난 9일 오후 4시 국회 국민동의 홈페이지에는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현 시각을 기준으로 청원 동의자는 4만9000여명이다.
청원을 작성한 김 경감은 “지난 27년 동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치안전쟁터에서 저는 왼팔 인대가 끊어지고, 갈비뼈가 2회 부러졌으며, 살이 찢어지고 피가 터진 날은 셀 수조차 없다”며 “흉기 난동, 추격전에서 죽을 고비도 몇 차례 넘겼다”고 썼다.
이어 “경찰의 목숨 값은 참혹하며, 이 모든 문제를 개선, 해결해야 할 경찰청장은 직무를 유기했다”면서 “최근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아야 할 자가, 오히려 경찰과 무고한 시민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청원을 통해 “얼마 전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 원인은 죽을 만큼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 때문이었다”며 “그럼에도 경찰청장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줄이고, 경찰인력 증원 등 대책을 내놓는 대신 현장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계획’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지역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계획’은 지난 8월 17일 경상남도 하동 진교파출소에서 40대 지적장애인 여성이 순찰차 뒷자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이은 조치였다.
해당 계획안에는 2시간 이상 순찰차 정차시 112시스템 폴맵(경찰 내부망 지도)에 사유를 입력하고, 순찰차 시간대별 임무를 구체적으로 표기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시간마다 차량 이상 유무를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도 함께 실렸다. 이를 통해 지역관서장, 부서장, 관서장 등 단계별 3중 관리 체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직협과 현장 경찰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직협은 개선안에 대해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발표해 “현장 경찰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라며 “현장 경찰 업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목 아래 과도한 감시체계를 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대부분의 경찰관(75.9%, 2276명)들은 2시간마다 차량 이상유무를 확인하는 시스템 도입에 대해 ‘매우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역경찰포털시스템 및 112시스템 폴맵 상 GPS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데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71%(2130명)이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GPS 위치정보를 활용해 순찰동선 확인 시 시위치정보위반·통신보호법 위반·개인정보보호법위반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67.6%(2028명)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찰국 개설으로 승진 인사권과 징계권이 이전되면서 과거의 잘못된 제도들이 부활하고 있다”며 “행정부 아래 경찰국이 생기며 경찰들의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김 경감은 “경찰 조직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데이터만 봐도 보인다”면서 “행정 경찰이 아닌 현장 경찰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사 부서가 엉망이 된 이유는 수사권 조정 때문”이라며 “검찰청에 접수됐던 일반, 진정, 고소, 탄원, 민원은 전부 경찰청에 이전해 수만 건으로 불어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때문에 기존 베테랑 인력이 떨어져나가고 수사 업무를 모르는 인력이 충원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결국 업무 처리 속도가 더 느려지고 새 인력의 과로와 정신질환이 유발된다”며 현 상황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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