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덕수 STX 회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그룹이 공중분해 된 STX가 이번에는 배임 및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특히 이번 의혹은 재계 13위 그룹의 수장인 강덕수 회장을 겨냥하고 있어 STX의 또 다른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산업은행 등 STX그룹 채권단은 최근 STX중공업에 강덕수 STX 회장과 이찬우 전 STX중공업 대표를 배임 혐의로 고소하라는 공문을 송부했다.

이는 STX건설이 해외 사업 추진과정에서 STX중공업에 대출 보증을 서도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에서다.

채권단에 따르면 STX건설은 2009년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공사와 관련된 노동자 임시숙소 건설과 임대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의 시공사인 STX건설은 사업비를 차입하면서 STX중공업에게 연대보증을 서게 했고 이후 STX건설의 재무사태가 악화되자 STX중공업이 원금 150억과 이자 36억원을 물게 됐다는 것이다.

STX건설과 STX중공업은 아무런 지분관계도 없지만 강덕수 회장이 STX건설의 지분 62.2%를 가진 최대주주이며 이런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연대보증을 서게 했다는 것이 채권단의 주장이다.

채권단은 비자금 조성의혹도 제기했다. 노동자 임시숙소의 사업부지를 사업시행사인 ‘유넥스 엔터프라이즈’ 참여주주 A씨로부터 사들인 점에 주목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3자와 이뤄진 거래가 아닌 내부거래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부지 매입대금을 과다 책정해 차액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것이다.

현지법인인 유넥스 엔터프라이즈는 시행사로 자본금 2000만 달러에 지분구성은 포스텍 33%, 오릭스 25%, 유넥스글로벌 20%, A씨 19% 등이다. 한국법인인 유넥스 글로벌은 유넥스엔터프라이즈의 대주주다.

STX건설의 지분은 강 회장이 62.2%, 포스텍이 37.8% 갖고 있고 포스텍의 대주주는 지분을 70% 갖고 있는 강 회장이다. 당시 강 회장은 STX중공업의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었다.

STX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 반박

.STX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STX중공업은 이사회 결의를 거친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를 준수 했다”며 배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반박했다.

당시 STX건설은 2012년 6월말 기준 순자산이 650억원이었으며, 수주잔고는 2.1조원, 기업어음 등급은 A3-로 양호한 재무 상태였기 때문에 채무를 충분히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STX 측은 주장했다.

또“이사회의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고 연대보증 대가로 STX중공업의 보증수수료를 수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STX중공업 경영진이 당시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으로 인정될 경우 업무상 배임죄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STX중공업이 연대보증한 행위는 당시 합리적인 경영 판단 내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이라는 주장은 불합리 하다는 것이다.

좁아지는 강 회장의 입지…재기는 물거품?

채권단이 강 회장을 이 같은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게 된 배경은 강 회장의 퇴진을 위한 채권단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일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STX중공업의 15.99%(1825만2400주)를 확보해 STX중공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직후에 강 회장에 대한 고소 결정이 이뤄진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종전까지 최대주주는 강 회장과 STX엔진, STX조선해양, STX, STX복지재단 등이었다.

강 회장은 STX그룹이 위기를 겪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STX계열사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지주사 STX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재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채권단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배임 및 비자금 의혹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강회장의 측근들인 서충일 STX 사장과 유천일 STX팬오션 대표 부사장, 신철식 전 STX미래연구원장 등도 경영에서 배제돼 고문으로 밀려나고 이종철 전 STX 부회장, 이희범 전 STX중공업 회장, 배선령 전 STX팬오션 사장, 추상엽 STX 대표이사 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강 회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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