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납부 의무화’, 수년째 계류법안으로만 머물러
보험·카드사 수수료 협의 ‘난관’…“금융상품 특수성” 의견도
전문가 “소비자 편의성 위해 보험사가 전향적 태도 취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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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신용카드 결제가 일상화된 가운데, 매달 나가는 보험료에 대한 카드 납부는 여전히 어려워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배경으로는 보험사와 카드사 간 수수료 협의 불발이 지목된다. 금융 상품인 보험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 편의성을 위해 보험사가 전향적인 태도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8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손보사와 생보사의 카드납지수는 각각 30.3%, 4.2%에 그쳤다. 

이처럼 신용카드 납부 비율이 저조한 이유는 보험사가 신용카드 납부 방식에 대해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의 경우 그나마 자동차보험으로 인해 카드 결제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대형 생보사들의 경우 아예 카드 결제가 불가한 곳들도 존재한다. 

실제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신용카드 납부 가능한 상품이 없고, 삼성생명은 일부 보장성 상품에 한해 삼성카드 결제만 가능하다.

보험업법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료 납부는 현금수납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와 관련한 별도의 법률적 근거는 없는 상태다. 현재는 계좌이체·현금수납·신용카드 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험료 납부가 이뤄지고 있다. 

타 업종은 대부분 카드 자동이체가 가능한데 유독 보험료 결제에서 제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수수료가 지목된다.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면 보험사는 카드사에 약 2%대의 가맹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두고 양 업계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다른 가맹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업계에만 낮은 수수료율을 부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가맹 수수료는 금융위원회가 정한 카드 수수료 원가인 ‘적격비용’에 따라 책정된다. 특히 대형가맹점의 경우 카드 수수료 원가 이하로 수수료 책정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밖에도 인건비·운영비용 등을 고려해 카드업계는 보험사와의 수수료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 카드 수수료는 내려갈 수 있을 데까지 내려간 상태다. 다른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까지 나서는 등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수수료율 역시 사업비용 등을 고려하면 부족하다. 형평성 문제도 있고 보험사에만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카드납을 허용하지 않는 보험사의 입장도 단호하다. 주로 가입기간이 긴 종신 보험을 주로 다루는 생명보험사들이 카드납부에 더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보험이 금융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카드납 문제는 단순히 보험사가 소비자의 카드납 선택권을 제한한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며 “보험상품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금융상품으로 보험료 납입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보험료 납부에 따라 매월 카드납을 허용할 경우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이에 반드시 사업비가 추가로 발생되고, 이 부분이 보험료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며 “또한 카드납의 경우 고객의 카드대금 미납 시 계약 해지 등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료의 신용카드 납부 확대 및 의무화 의견은 수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된 목적은 보험소비자의 자금 유동성 확보 및 결제 편의성 등 소비자 권익 보호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보험료를 현금 또는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험사는 카드에 의한 보험료 결제를 이유로 보험계약자를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되며, 카드 납부를 거절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도 담겼다.

다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관련 법안은 지난 19,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보험 업계에서 좀 더 전향적인 태도로 소비자 편의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명대 서지용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가운데, 카드에는 후불결제 기능이 있어 보험료 납부 부담을 덜 수 있는 이점도 있는데 보험사가 카드납을 허용하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측면이 있다”며 “예·적금이나 주식 등 타 금융상품에 비유하며 카드 결제가 곤란하다고 하는 주장도 있는데 보험은 그런 자산운용 측면보다는 위험 회피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보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도 어렵고 해지율이 높아 유지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카드납 허용 등 소비자 편의성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선순환으로 인한 고객 확보와 보험료 인하 등 긍정적인 방향을 위해 보험사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도 보험료의 카드 납부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8년부터 각 보험사의 신용카드 납입 현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해부터 생보사의 카드납 지수는 3~4%, 손보사 또한 25~30% 등으로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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