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송년회 등의 일정으로 모두 분주한 일상을 보내곤 한다. 필자 역시 벌써 12월 일정이 가득하다. 분주함 속에서 여유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VUCA’는 오늘날의 사회를 묘사하는 단어 중 하나다. 이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대를 의미한다.
VUCA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고, 끝없는 분주한 일상 속 삶의 여유와 넉넉함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여유와 넉넉함을 지켜야 할 필요는 더욱 커진다. 단순한 시간의 효율적 관리를 넘어 내면의 평온함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여유를 찾는 방법
1. 멍때리는 시간 (‘디폴트 코드 네트워크’ 활성화)
특별한 계획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현대인이 놓치기 쉬운 여유 중 하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뇌에 휴식을 제공해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고 창의성을 자극한다. 스웨덴 출신 뇌 연구자 앤드루 스마트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때 창의성과 통찰력이 생겨난다고 밝혔다. ‘디폴트 코드 네트워크’란 아무런 인지 활동하지 않을 때도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뜻한다. 매 순간을 쉴 틈 없이 채우지 말고 고요한 여유의 시간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2.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 멀리하기)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스마트폰, 하지만 끊임없는 알림과 정보는 우리의 집중력과 정서적 여유를 갉아먹는다. 아주 잠깐이라도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신을 돌아보고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할 것이다.
3. 체험 (템플스테이)
사찰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는 불교적 명상을 통해 스스로와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비워 정서적 균형과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나를 찾아보는 경험은 일상으로 복귀한 나에게 더 넓은 관용과 이해심을 선물할 것이다.
여유와 넉넉함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개인을 넘어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유의 정도는 그 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수준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치권에서 오가는 언어, 행동을 보면 첨예한 대립, 싸움만 두드러지고 서로를 향한 양보와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단순 정치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에 여유와 넉넉함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바라봐야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법 개혁(오바마케어)’ 관련 유명한 유머를 알고 있는가.
“제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5년이 걸렸지만, 제 머리카락이 하얘지는 데 단 2년이 걸렸습니다(It took me five years to get this health care reform passed, and only two years to turn my hair this gray)”
이는 정책의 무거운 이슈를 다루면서도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렇듯 유머는 갈등의 벽을 낮추고 상대방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혀준다.
우리나라도 유연함과 여유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과 안정감을 줄 정치인이 필요하다.
VUCA시대, 드러나는 여유의 힘
기억하길 바란다. VUCA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관용’과 ‘여유’는 특히 중요한 덕목이다. 여유를 갖는다는 건 이기심의 표현이 아니다. 더 넓은 이해와 배려의 시작이다.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사회의 긴장을 낮추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로 나아가게 만드는 소중한 밑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