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제시되는 ‘재보험’
국내 점유율 절반 ‘코리안리’…원수 보험사도 진출
리스크 줄고 안정성 증대…비싼 보험료는 가입 ‘허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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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최근 기후 변화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와 비용 절감을 돕는 주요 수단인 ‘재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재보험을 잘 활용하면 보험사의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높은 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도 존재한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2022년부터 재보험을 적극 활용하며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역시 추가 재보험 가입을 검토 중이다.

자산 300조원이 넘는 삼성생명이 재보험에 가입한 배경은 최근 잦아진 자연재해와 경제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리스크 증가 탓으로 해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가입으로 인해 재보험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대형 재난이나 예기치 않은 리스크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라며 “재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지급여력비율과 재무 건전성을 높여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겐 낯선 재보험…보험사 안정적 운영 도움

우리가 흔히 가입하는 보험은 개인이 사고나 질병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보험사는 수많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처럼 대형 재난이 닥치거나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발생할 경우에는 보험사도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또 다른 보험사(재보험사)와 계약을 맺어 위험을 분산하는데, 이를 ‘재보험’이라고 한다. 

재보험을 통해 보험사는 큰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급여력비율(RBC, Risk-Based Capital Ratio)을 개선할 수 있다. 일부 리스크를 다른 보험사와 나눔으로써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케 한다. 

국내 재보험 시장은 크게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국내 재보험사는 ‘코리안리(Korean Re)’로, 오랜 기간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로 자리 잡아 왔다. 현재도 국내 시장 점유율 50%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해외 대형 재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추세다. 스위스리(Swiss Re), 뮌헨리(Munich Re) 등 글로벌 재보험사들은 이미 국내 보험사들과 협력하여 리스크 분산을 돕고 있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재보험을 활용해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해상이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 등에서 재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특히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사고율 증가와 손해율 상승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재보험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보험 넘어 공동재보험?…리스크 대비하며 비용 절감

그러나 재보험의 가장 큰 허들은 바로 비용이다. 최근 재보험 시장이 ‘하드마켓(hard market)’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보험시장 조사에 따르면, 2023년 대비 2024년 재보험료가 평균 15~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 증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재보험료가 크게 오르며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계약 갱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사 운영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자동차보험, 화재보험, 실손보험 등의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일부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3~5% 인상했다.

이에 일부 원수보험사(일반 보험사)들은 자체적으로 재보험 기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자사 리스크 관리 능력 향상과 함께 외부 재보험사에 의존하는 정도를 줄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재보험 기능 강화를 위해 자체적인 재보험 부서나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DB손해보험과 악사손해보험 등도 재보험 모델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대안이 공동재보험(Co-reinsurance)이다. 재보험 비용이 부담된다 하더라도 이를 배제한다면 보험사 유지가 어려울뿐더러 소비자들도 충분한 보장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보험이 보험사와 재보험사 1:1 계약이라면, 공동재보험은 여러 보험사가 협력해 리스크를 나누는 방식이다. 여러 회사가 협력해 비용은 줄이고 리스크를 더 고르게 분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공동재보험은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주요 보험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은 팬데믹 대응을 위해 ‘펜데믹 리’를 도입했으며, 프랑스는 국가 주도로 리스크를 분산한다. 미국은 허리케인 등 재해 발생 시 공동재보험을 활용하며, 플로리다는 ‘허리케인 공동재보험 기금’을 운영한다.

보험연구원 또한 잦은 대형 재해와 경제 불확실성 등에 대한 보험사의 대비책으로 공동재보험을 권유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공동재보험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시장 경쟁을 촉진해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효율적인 재보험 활용을 통해 보험사의 경영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고 시장 경쟁을 통한 재보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 보험료 인하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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