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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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방사성의약품이 차세대 암 치료제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SK바이오팜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와 특정 약물을 결합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특수 의약품이다. 크게 치료‧진단용으로 갈리는데, 치료용 의약품은 방사선 방출을 통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며, 진단용 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가 체내 특정 부위에 결합해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67개의 방사성 의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돼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54개는 질병 진단용, 13개는 치료용이다. 13개 모두 암 치료에 쓰이고 있다.

기존 항암제가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을 수반하는 것과 달리,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방사성의약품은 기존 항암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망한 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방사성의약품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적극적 투자와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2018년 프랑스 방사성의약품 전문 기업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를 약 2조744억원에 인수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와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를 출시하며 방사성의약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독일 바이엘은 전립선암 치료제 ‘조피고’를 통해 방사성 치료제의 상업적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밖에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등 빅파마들이 기술이전 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보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방사성의약품이 단순한 틈새 시장이 아니라 미래 암 치료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을 차세대 모달리티 중 하나로 꼽으며 시장 진출을 공식화해 주목받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7월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FL-091의 라이선스를 도입하며 첫발을 뗐다. 계약 규모는 5억7150만달러다. FL-091은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암 등 다양한 유형의 고형암에서 과발현 되는 수용체 단백질인 NTSR1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는 차세대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225Ac)를 전달하도록 설계된 저분자 방사성 의약품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국내 최초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해 악티늄-225 기반의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향후 3년 내 글로벌 수준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방사성의약품 전문 기업 퓨쳐켐은 전립선암 치료제 ‘FC705’의 미국 임상 2a상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퓨쳐켐은 기존 전립선암 치료제 대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높인 차세대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제를 보유하고 있는 듀켐바이오는 방사성의약품 제조시설을 확충하며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경퇴행성 질환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는 한편, 최장암 등 차세대 치료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공공 연구기관도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의약품 제조 공정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QbD(Quality by Design)’ 시스템을 도입하고, 소아암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방사성의약품은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해외 빅파마에서 관심을 갖는 모달리티 중 하나”라며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시장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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