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획간담회 참석한 청년들 “사회대개혁 필요해”
홍희진 “2030, 기존 형식적 민주주의에 의문 느낄 것”
진우성 “비상계엄, 시민으로서 책임감과 위기감 느껴”
향연 “광장서 소수자·약자에 대한 동기화 이뤄졌다”
오브라 딘 “위기 넘기는 수습방안으로의 논의는 거부”

본지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투데이신문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변화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본지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투데이신문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변화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우리나라 헌법은 1987년 범국민적인 민주화에 대한 열망에 힘입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룬 이후, 37년 넘게 제6공화국이 지속되고 있다. 당시 개헌안은 같은 해 10월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54표, 반대 4표로 통과됐으며 이어 10월 27일 국민투표에서는 78.2% 투표율에 93.1% 찬성이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헌법 중 가장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맞춰 사회적 갈등과 모순도 점차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민들은 앞서 지난 2017년 3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 파면한 ‘촛불혁명’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근본적인 정치사회적 변화 없이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시 맞이하고 있다. 

한편, 이번 탄핵정국은 2030 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주도하면서 ‘빛의 혁명’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들은 공권력의 압박과 한겨울 눈보라에도 굴하지 않고 탄핵대오를 이끌다시피 하고 있다. 그들이 향후 ‘사회대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 흐름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얽혀 멈춰진 개헌 동력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정치사회적 변화를 바라는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개헌을 놓고선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개헌을 추진하는 시기와 그 내용에서는 뚜렷한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정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변화가 무엇인지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투데이신문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진우성 공보국장,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 트위터리안 향연, 트위터리안 오브라 딘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4명의 청년을 만나본 결과, 사회대개혁을 바라는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뜻이 즉각적인 개헌 논의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대체로 개헌은 조기 대선이 이뤄질 즈음부터 논의할 장기 과제로 여기는 모습이었다.

2030세대 청년들은 비상계엄 사태 초기부터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에 대규모로 등장해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를 이끌어 냈다. ‘남태령’으로 상징되는 노동자, 농민, 장애인, 여성 등 각 분야에 대한 연대도 주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 구속이라는 갈림길에서는 눈보라를 헤치고 ‘키세스 시위’를 통해 구속을 촉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일으켰다. 

정국의 고비마다 응원봉을 든 2030세대, 특히 여성들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개헌은 범국민적인 동의가 있어야 해낼 수 있는 과업이다. 무엇보다 이들 청년의 공감대부터 얻을 수 있어야 개헌이 성공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본지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투데이신문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변화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본지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투데이신문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재 정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2030세대 청년들이 바라는 사회변화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투데이신문

Q.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광장에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이하 홍희진 대표): 이제 매주 수요일쯤 되면 이번 주말 날씨가 어떤지 알아보고 토요일 집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삶으로 생활이 달라졌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3일에는 집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국회 앞으로 갔다. 너무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떤 정당한 명분도 없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보고 있구나’, ‘본인을 왕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매주 주말마다 광장에 나가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진보당에 온라인을 통해 가입하는 청년들이 그 이전과 비교해 3~4배가량 늘었다. 지난 1월에 신입당원 환영행사를 하면서 이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집회도 나가고 하면서 진보당을 알게 돼 가입했다는 얘기들을 하더라. 대부분 집회를 다녀온 사람들이 주로 가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진우성 공보국장(이하 진우성 국장): 거리로 나선 이유는 이대로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파괴될 수 있겠다는 점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비토 정서가 있고 야당에서 정당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게 한 명의 민주시민으로서 책임감과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광장에 나가고 있다. 비당원인 대학생 친구들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한 친구는 계엄 이후 몇 주 동안은 불면증을 겪었다고 하더라.

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치 얘기를 별로 하지 않는데 친구들이 먼저 입당은 어떻게 하는지 당활동이 무엇인지, 집회에 나가면 뭘 하는지 묻는다. 대학생들도 계엄 사태 이후, 정치 참여에 대한 자극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트위터리안 향연(이하 향연): 계엄 선포 당일에는 충남 아산에 있었다. 그날은 잠을 못 자고 밤을 새웠다. 그 뒤로는 탄핵집회뿐 아니라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소식을 X(구 트위터)를 통해 알리다가 ‘남태령’을 다녀온 뒤 여러 현장에 참석하고 있다. 이후로 원고 청탁도 많고 행사도 많이 다니고 있다. 한 달 반 만에 12㎏이 빠졌다. 사과 농사를 짓는데 벌써 올해도 두 달이 지났다. 3월부터 농사 준비하려면 바쁜데 아직 일상이 돌아오지 않은 느낌이다.

전농 활동가들은 아직도 응원봉 부대로 대표되는 2030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놀라고 있다. 이전에는 조직적인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 등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이들의 얘기를 직접 듣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프레임이 허물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

트위터리안 오브라 딘(이하 오브라 딘):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윤석열정권에 비판적이었지만 집회 참석은 관심 밖이었다. 나름 한국사회의 주류와 비슷한 정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계엄 선포는 이에 반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윤석열정권 퇴진만 생각하고 광장에 나갔다. 

그런데 ‘남태령’을 경험하고 달라졌다. 그곳에서 농민들과 시민들의 자유발언을 들어보니 이들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키세스 시위를 한 3박4일 동안 한남동 현장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하면서 ‘이들의 문제가 곧 내 문제다’라는 인식을 체화했다. 이후에는 여러 연대현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진우성 공보국장 ⓒ투데이신문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진우성 공보국장 ⓒ투데이신문

Q. 지금의 탄핵정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과 기존 사회운동단체 간 연대가 밀접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연대가 가능했던 이유와 앞으로 지속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홍희진 대표: 향연님의 말을 들으면서 떠오른 점이 전농이 어떤 단체이고 어떤 사람들이 모였으며 농민들의 삶은 어떠한지를 2030세대들이 인식하면서 ‘남태령’과 같은 연대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혐오는 잘 모르는 ‘무지’에서 시작된다. 잘 모르기에 혐오할 수 있고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세대 여성들은 편견없이 전농을 알게 되고 그 이후에는 농민처럼 우리 사회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를 알게 되면서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농성 등으로 연대가 넓어지고 있다. 

자신들이 볼 때 이들이 옳고 필요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들과 함께 연대할 준비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연대가 계속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X 등의 공간에서 빠르게 정보를 얻고 서로 연대할 계획을 세우고 이제는 오늘은 어느 농성장에서 무엇을 하고 내일 어떤 집회가 열리는지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연대가 지속가능하고 더욱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우성 국장: 이와 같은 연대가 가능한 이유는 윤석열정권이 지속적으로 분열의 정치, 혐오의 정치를 하면서 추동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광장에서 자유발언을 들어보면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농민, 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이 정권 아래에서 공통으로 겪은 슬픔과 분노가 이런 연대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느낀다.

연대가 유지되려면 정책적 연대와 연대의 폭을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공통적인 정책을 함께 추진하는 정책 패키지를 수립하는 정책적 연대가 돼야 지속가능하다고 보고 그다음은 기존 주류나 기득권으로 호명되는 집단 안에서도 분명 소수자가 있다. 그들까지 품어 연대의 폭을 확장해야 더 힘이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향연: ‘내 이웃으로서의 농민’이라는 존재가 등장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떠오른다. 비상계엄이 사람들의 감수성을 크게 높였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아직 연약하다는 점을 국회에 군인들이 쳐들어온 모습을 보면서 확 각성이 된 게 아닐까 한다. 광장에서 나오는 자유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도 다양한 자신의 정체성과 상황에 맞춰 얘기하니까 차별성을 느끼는 것 같다. 

사회적인 소수자들이나 약자들에 대한 ‘동기화’가 순간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나도 약자다 나도 여성이고 장애인이고 농민이다 이런 동기화가 확 일어난 것 같다. 특히 ‘남태령’이 크게 작용했는데 그 이전에는 집회가 K-팝 위주였다면 이제는 민중가요도 많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에서도 ‘투쟁’이나 ‘동지’ 등의 표현이 나오고 있다.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는 부분을 잘 살려야 한다고 본다.

오브라 딘: 지금 광장을 이끄는 조직의 이름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차이를 알 수 있다. ‘윤석열 퇴진이 끝이 아니구나, 노동, 농민,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이런 문제들을 다 같이 해결할 때 비로소 박근혜, 윤석열 등과 비슷한 이들의 재등장을 막을 수 있겠구나’하는 점을 다들 체감하는 것 같다.

이제는 광장이 광장의 외부와 유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광장의 분위기가 사회 보편적인 분위기로 격상될 수 있도록 광장의 외부와 적극 소통하고 정치권에도 우리의 요구를 모아 전달하는 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 ⓒ투데이신문
청년진보당 홍희진 대표 ⓒ투데이신문

Q.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혁명’은 미완의 혁명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최근의 탄핵 국면은 응원봉에서 따와 ‘빛의 혁명’이라고도 불리는데 과거 ‘촛불혁명’처럼 미완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보는가.

향연: 지금은 윤석열정권 퇴진 이후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일어나는 시기인 것 같다.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대전제를 부정하고 공론장의 형성을 어렵게 하는 극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 윤석열정권이 퇴진한 이후에도 공론장을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약간 낮은 연단에서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온라인에서 키보드 배틀을 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실제 소수자에게 편견을 가진 분들도 직접 대화해보면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면을 깨닫기도 한다. 내 옆에 농민이 있고, 내 옆에 장애인이 있고 소수자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인식이 달라진다. 이런 공론장을 각자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확장해 문화로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오브라 딘: 촛불혁명이 미완성이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당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대단한 실책을 저질러서 그렇게 됐다기보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당시는 페미니즘도 지금보다 덜 보편적이었고 오해도 많았다. 

이제는 연대의 생활화와 혐오에 대한 배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빠져서는 안 되는 점이 결국 대의민주주의에서 최종적인 변화를 이끄는 곳은 정치라고 본다. 국회에서의 입법이 방점을 찍는 역할을 한다. 광장을 광장에서 끝내지 않고 정치권에 대한 압박 등이 병행돼야 한다. 계속 사람들이 정치를 감시하고 있으니 제대로 일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혐오적인 행동이나 이를 용인하는 기성 세대에게도 분명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만나는 여자의 얼굴이 달라진다’라는 식으로 교육하거나 교육 현장에서 성교육을 소홀히 해온 문제에 분명 비판해야 한다. 공교육을 12년 동안 받았는데 유의미한 성교육이 이뤄진 적이 없다. 잘못된 행위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런 행위를 낳게 만든 환경의 문제를 등한시하면 해결이 안 된다.

홍희진 대표: 박근혜정권을 끌어내리고 정권 교체를 하면 세상이 많이 바뀔 거라 생각했다면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모두가 목격하고 경험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욱 윤석열정권 퇴진뿐만 아니라 사회대개혁까지 이뤄내야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비상행동을 구성하는 처음부터 선언한 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집회와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있다고 본다. 아직 우리는 견해가 다르거나 환경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준비가 안 된, 나와 다른 사람을 쉽게 배척하게끔 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그런데 광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진다. 이런 경험들이 이후에 새로운 사회를 그려 나갈 때 중요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지 않을까.

진우성 국장: 지금은 모두 뭉쳐 있지만 탄핵이 이뤄지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와해할 수도 있다.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해 각자 해결하고 싶은 방향과 철학이 다르기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촛불혁명의 결과는 당시 최선이었다고 본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그때부터는 지금의 열기를 살짝 낮춰서 조금 천천히 개혁이 진행되더라도 용인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집단의 의지를 모으다 보면 그 과정에서 절충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 절충을 용인하고 일상에서의 민주주의를 확립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실질적인 사회대개혁이 가능하다.

오브라 딘: 윤석열정권 퇴진에는 찬성하지만 사회적 의제에 보수적인 분들도 많다. 속도 조절이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광장에 나온 소수자들, 사회적 약자들은 결국 그 과정에서 바뀌는 것이 없는 게 아니냐며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입법 활동도 해야 하겠지만 그전까지 각 정당에서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논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다과회라도 해야 한다. 워낙 극적인 상황에서 극적으로 의식이 고양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놓아버리면 실망해서 다시 광장에 안 나올지도 모른다. 결코 그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향연: 민주당 당원이기도 한데 난감할 때가 많다. 많은 사람이 윤석열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 애쓴 그 의미를 잊으면 안 된다. 박근혜정권 퇴진 이후에 민주당이 그 의미를 잊었던 모습을 봤던 것 같다. 

민주당이 광장의 의제에 더욱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민주당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광장의 목소리를 또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면 안 된다. 엄동설한에 많은 사람이 광장에 뛰쳐나왔다는 점을 절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트위터리안 향연 ⓒ투데이신문
트위터리안 향연 ⓒ투데이신문

Q.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개헌의 필요성과 시기, 그 내용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견해를 듣고 싶다.

진우성 국장: 민주당은 개헌에 진지하게 대해온 정당이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했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개헌안을 발의도 했는데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현재 시점에서는 개헌 논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개헌은 블랙홀과 같아서 이 시점에서는 ‘내란 위험 세력’을 진압하는 데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어떤 고비가 있을 때마다 개헌 만능주의처럼 얘기가 나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음 정부를 출범시킨 뒤에 논의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개헌이란 답을 정해놓고 무조건 한다는 식으로 논의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다고 본다.

홍희진 대표: 우선 헌법과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한 차례 정리돼 처분받는 시기가 지난 뒤에야 개헌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되고 조기 대선 국면이 확실시되기 전에 개헌을 나서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개헌은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사안이라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해내야 하는 과제가 될 것으로 본다. 지금 광장에 나온 사람들도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기에 개헌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시기와 내용은 고민이 많이 된다. 1987년의 개헌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라는 뚜렷한 목표에 많은 사람이 동의해 개헌을 이뤘는데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합의를 할 수 있는 하나의 목표로 의견이 모아질 수 있을까 싶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여기는 지점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개헌안을 좁혀나가야 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한다. 빠르게 추진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브라 딘: 87년 체제의 수명이 어느 정도 다해간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렇기에 개헌 자체가 목적이 되면 안 된다. 개헌을 위기를 넘기는 수습방안으로 꺼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식의 개헌 논의에는 거부감이 든다. 오히려 각종 개혁과제를 입법화하면서 아래로부터 하나씩 쌓아 올린 다음에 마지막에 방점을 찍어 완성하는 방식의 개헌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개헌을 한다면 지금의 5년 대통령 단임제보다는 미국처럼 4년 대통령 중임제가 맞지 않나 싶다. 그리고 국무총리 대신 민주적 정당성이 보장되는 부통령을 두거나 대통령이 부재하면 다음 승계는 국회의장이 되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연: 지금처럼 정치적 내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개헌 얘기를 꺼냈다가 안 좋은 흐름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차기 정부는 밀린 과제들을 해결하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기에 정상적인 개헌 논의를 이끌 수 있는 여력이 있을지 부정적이긴 하다. 지금 개헌에 대한 열망이 높은데 이는 사람마다 자신들의 의견이 뚜렷하다는 뜻도 된다. 그러면 개헌에 대한 열망이 너무 높아서 역설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개헌한다면 대통령 한 사람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며 국가적인 환란 상태를 초래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거는 장치를 헌법에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비상계엄 사태로 많은 사람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나. 헌법에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개선이 이뤄져 이런 사태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트위터리안 오브라 딘 ⓒ투데이신문
트위터리안 오브라 딘 ⓒ투데이신문

Q. 이번 탄핵 정국에서 청년세대에 대한 주목도는 높지만 이후의 비전은 불확실한 상황이다. 향후 청년세대의 진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오브라 딘: 청년들이 자신을 건사하는 데도 힘들다 보니 정치와 사회에 관한 관심이 낮고 그러다 보니 정치권이 청년들에게 관심을 안 가지고 결국 청년들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런데 지난 대선부터 돌아보면 2030 청년세대 내에서 뚜렷하게 정치적 요구가 나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정당도 지지층이 추구하는 가치 등을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근시안적으로 표만 쫓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추구해온 가치를 정책으로 반영할 때 가장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향연: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온 2030 여성 중에서 차기 여성 대통령이 나올 거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젊은세대의 에너지라면 무엇인가 만들 것 같은 기대가 있는 것이다. 이들이 지금 광장을 주도하는 형국인데 이들 세력화까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기성 정치권이 젊은 세대를 대하는 자세가 너무 중요하다. 선거 때 약간 신경 쓰는 척하다가 예전으로 되돌아간다면 위험하다고 본다. 지금은 사람들이 ‘흐린 눈’으로 봐주면서 넘어가고 있는데 청년세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계속된다면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홍희진 대표: 지금의 청년세대는 경제적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 살게 되는 최초의 세대일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고속 성장을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모순이 청년세대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해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시간을 2시간, 3시간 쪼개는 자리밖에 없어서 온종일 구인 어플을 키고 기다리는 청년, 시급은 거의 오르지 않는데 등록금도 오르고 월세도 올라 도저히 살 수 없다는 청년, 취업하고 싶어도 취업할 직장을 찾기 어려운 게 현재 상황이다. 이렇게 청년세대가 붕괴하면 이들이 장차 부양해야 하는 부모 세대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마음으로 광장에 쏟아져 나온 2030 청년세대들이 점차 지금의 형식적 민주주의에 많은 문제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 전망된다. 이들이 정치 효능감을 느끼면서 정치에 참여할 방법이 많이 제시되고 있나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 이들이 갈망을 느끼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도록 선거 제도나 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선거 때 투표를 열심히 하자’에서 그 이상의 정치 참여로 나아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진우성 국장: 제도권 정치로의 청년들의 진출은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다. 다만 진로를 전망한다면 밝다고 본다. 박근혜정권 퇴진에 이어 윤석열정권 퇴진까지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광장을 경험한 청년들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2030세대가 지닌 유권자로서의 영향력은 커진 상태라고 보고 있다. 

과거 386세대도 유권자이자 시민집단으로 주목받다가 지금은 586세대로서 주류에 들어섰듯이 2030세대가 유권자로서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높이면 당장은 아닐지라도 결국 제도권 주류에 진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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