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 5인이 분석한 ‘차기 대권주자’ 강약점

비명계 결집 대권 도전 ‘관건’
확장성 강점 속 비전 제시 필요
‘대권 도전’ vs ‘킹메이커’ 고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치러져 4~5월경 대선이 예상된다.

여권은 정권의 중심이 무너진 가운데 불리한 상황이며, 야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사법 리스크가 변수다. 대권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격변 속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투데이신문은 정치평론가들에게 현재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분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선주자들의 강·약점, 극복할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해당 기획기사는 지난 10일 리얼미터의 조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범진보 진영은 이재명 40.8%, 김동연 7.7%, 김부겸 6.5% 등이, 범보수 진영은 김문수 25.1%, 유승민 11.1%, 오세훈 10.3% 등이 뒤를 이었다. (에너지경제 의뢰, 6~7일 실시된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인포그래픽. [사진출처=뉴시스/투데이신문 편집]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중도 확장성과 풍부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당내 기반 부족과 강력한 지지 계파의 부재는 그의 대권 도전에 있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김 전 총리는 영남 출신으로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자 민주당 내 비주류 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1강 체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귀로 정치적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평론가들은 비명(비이재명)계가 결집할 경우 김 전 총리가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조직력 부족과 카리스마 결여라는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폭넓은 중도층 지지 기반과 총리·장관 시절 쌓은 행정 경험은 차기 대선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방역강화 조치 시행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뉴시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사진출처=뉴시스]

진보와 보수 넘나든 김부겸 전 총리, 중도 확장성 강점 주목


<투데이신문>이 정치평론가 5인의 분석을 취합한 결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가장 큰 강점은 ‘중도 확장력’으로 평가됐다.

운동권 출신으로 여러 정치적 변곡점을 경험하며 쌓아온 다양한 이력이 그의 중도 확장성의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독특한 정치적 행보가 현재 그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며 정계에 발을 들인 김 전 총리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당시 그는 ‘미래연대’라는 소장파 그룹을 주도하며 보수정당 내부 혁신을 주창했으며, 2003년에는 대북송금사건 특검법안 표결에서 여당 의원으로서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며 독자적 노선을 걸었다. 이후 같은 해 한나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남았지만, 김 전 총리는 이를 오히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상징적 행보로 승화시켰다.

그는 2012년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좌절을 겪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도전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 당선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대구에서 지역주의와 싸운 그의 모습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지역주의 벽을 넘은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김 전 총리의 이 같은 노력은 ‘바보’라는 별명과 함께 그의 정치적 상징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경험한 배경 덕분에 진보 진영의 지지를 얻으면서도 중도 및 일부 보수층의 반감을 크게 사지 않는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살아온 커리어 자체에 상당히 많은 스토리가 있다”며 “보수와 진보를 오가고, 지역주의를 깨겠다고 나섰던 그의 이력이 국민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중도 확장성과도 맞물려 있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도층은 그의 원칙적 행보와 균형 잡힌 정치 성향에 거부감이 없으며, 풍부한 정치 경험과 국무총리직 역임이라는 이력이 정치적 확장성을 높이는 데 큰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가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2023년 12월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권 도전의 장애물은 ‘당내 기반’ 부족


민주당 내 차기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김 전 총리의 결정적 약점은 ‘당내 기반 부재’다.

정치평론가 5인 모두 그의 약점을 “당내 입지가 제로”라고 일제히 분석했다.

민주당 내에서 강력한 지지 계파가 없다는 점이 그의 대권 도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두루두루 평은 좋으나 자기 계파를 만들지 않아 당내 조직 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도 “당내에서 볼 때 비주류”라며 “친문계의 적통을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갖고 있어 김 전 총리의 활동 공간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TK(대구·경북)에서의 지역적 기반도 거의 상실된 상태”라며 “고립무원의 상태”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총리직을 끝으로 정치에서 일단 물러나 있지 않았나”라며 “계파를 만든 것도 아니고, 현직 정치인도 아니기에 대선 도전에 있어 ‘당내 기반’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분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제공=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제공=뉴시스]

비명계 단일화 전략이 관건


김 전 총리도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국혁신당에서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을 통해 당 외곽에서 지지를 모으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신 교수는 “조국혁신당과 당 밖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당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당내 기반 없이 대선까지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비명계 연대, 외부 지지층 확보, 정책 비전 강화 등 다양한 돌파구가 거론되고 있다.

박 교수는 “당내 1강 체제인 이 대표에 맞서기는 쉽지 않은 만큼 비명계 인사들과 연합을 해 멋진 당내 경선을 치른다면 국민적 관심도를 높이고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원탁회의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비명계 후보들이 분산되면 이 대표의 아성을 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제공=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


다만 이 대표가 직면한 사법 리스크와 그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에 대한 피로감 확산이 김 전 총리에게 정치적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개딸 리스크가 김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 대표가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선 후보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 교수도 김 전 총리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당 내에서 이 대표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대선 주자”라며 “만약 대선 후보가 된다면 이 대표보다도 더 압도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민주당의 정치적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중도층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김 전 총리의 확장성이 실제 대선에서는 더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홍익표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홍익표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대권 도전 현실성 있나...비전과 연대가 핵심 변수 


대권 도전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일화 외에도 비전 제시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정치평론가는 “무난하지만 대통령 역량은 조금 부족하다”며 “총리까지 하고 정치도 오래 했으니 비전으로 승부를 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것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행정 경험과 중도 확장성만으로는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가 대선 주자로 나서기보다 선거 전략 차원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특임교수는 “김 전 총리는 민주당 내에서 TK(대구·경북)를 대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만큼, 당장의 대권 도전보다는 공동선대위원장 등의 역할을 맡아 민주당 정권 창출에 힘을 보태는 것이 향후 대권 도전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입지와 중도적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그가 선거 과정에서 조직을 돕고 외연 확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총리의 대권 도전 의지는 강하지만 당내외 정치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빠르게 재편되는 정치 지형 속에서 중도 확장성이라는 그의 강점이 어떻게 발현될지, 그리고 그의 행보가 정치권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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